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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창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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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2 55-960-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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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어
  • 정여창고택
  • Jeongyeochang Old House
    분류
  • 여행/오락 > 역사유적
    주소
  • 경남 함양군 지곡면 개평길 50-13
  • 거리 [서울](로/으로)부터 232.4km
대문 옆 돌담에 기대어 있는 안내판에는 '중요 민속자료 제186호 함양 정병호 가옥'이라 적혀있다. 솟을대문에는 효자충신을 기려 나라에서 내린 정려패(旌閭牌)인 홍패가 5개 나 높이 걸려있다. 그 중 맨 위의 것은 <효자 통정대부 판전농시사 정복주지문 孝子通政大夫判典農寺鄭復周之門>이라 쓰여 있다.
대문을 들어서니 높은 축대위에 사랑채가 나타난다. 사랑채는 정면 5칸 측면2칸으로 앞뒤로 툇마루가 붙어있는 겹집이며, 누 마루가 사랑방 앞에 높이 달린 ㄱ자형 평면이다. 일반 사대부집의 전형적인 배치와는 달리 남향한 안채 옆을 막아서듯 사랑채가 동향(東向)한 것이 특이하다. 이는 후대에 개수하면서 집의 좌향이 바뀐 듯하다. 정여창고택대문

활주를 받쳐 드높이 올린 처마 아래의 누마루에 오르면 바로 앞마당에 동산처럼 꾸며놓은 석가산 (石假山) 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흐드러진 노송이 제힘껏 꿈틀거리며 똬리를 틀듯 엉켜있고, 여러 괴석들이 호석처럼 둘려져 있으며 키작은 나무들이 간간이 심어져 있어 마치 작은 숲을 보는 듯하다. 또한 멀리 시선을 주면 마을과 산이 시원스레 보여 그 옛날 완월관풍(玩月觀風)하던 선비의 여유로운 서정을 느낄 수 있다.

누마루 천장에는 탁청재(濯淸齋)라는 편액이, 사랑대청에는 '백세청풍(百世淸風)'이란 편액이 걸려있고, 온돌방 바깥벽 위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와 힘찬 필체로 '충효절의(忠孝節義)'라고 쓰여 있어 대문에서 느꼈던 이 집의 기품을 더욱 고조시킨다.

정여창 고택도 다른 경남의 상류주택 구성처럼 문간채, 사랑채, 행랑채, 아래채, 안채, 사당, 고방채, 별당채 등을 각기 딸린 마당과 함께 적절히 배치하고 있다. 안내판을 보면 3천여평이 넘는 넓은 대지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다섯영역으로 나뉘어진 각 부분들이 샛담으로 구획되어 있어 그리 큰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각 영역은 완전히 구분되지 않고 각 모서리 부분을 틔어 서로 연결되는 개방적인 배치를 하고 있다. 크게 사랑채 영역은 대문채 부분, 사랑마당, 안사랑마당으로 나뉘며 중문을 통해 안채로 연결되어 있다. 안채 영역 또한 안마당과 광채,고방마당 등 부속건물에 따라 크고 작은 여러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사랑마당에서 안채로 들어서려면 중문너머로 작은 마당이 있다. 사랑마당에서 보면 황토빛 흙벽의 고방(창고) 옆모습과 단이 진 기와 얹은 흙담, 자연스레 경사져 오르는 문간바닥과 바닥돌 그리고 흙담을 배경으로 서있는 키작은 꽃나무들이 아우러진 그림같은 자그마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흔히들 전이공간이라 이름붙이는 곳이다. 이는 대문에서의 출입방향을 안채로 꺽어주는 교통공간이면서 시선을 자연스레 받아주고 또한 차단하는 여유공간이다. 그리고 남자가 쓰는 사랑마당과 안주인의 안마당을 이어 주면서도 완충시켜주는 중간영역이고, 지대가 낮은 사랑채 부분과 그보다 높은 안채부분의 높이변화를 자연스레 받아주며 연결하는 매우 다목적 공간인 것이다.

또한 보기에도 훌륭하니 실용성과 아름다움이 하나된 기막힌 공간이다. 현대 주택의 설계에도 기꺼이 응용할 수 있는 멋들어진 전통공간 구성기법이다.

이 공간을 지나 행랑채 끝에 난 문을 통하면 안마당이 된다. 안마당은 안채와 서쪽의 아래채, 행랑채,고방(곳간) 등으로 둘러 싸여 장방형을 이루고,안채로 출입하는 징검돌을 경계로 다시 두부분으로 나뉘어진다. 단출한 구조인 아래채와, 안채, 광으로 둘러싸인 마당 서쪽부분에는 우물과 돌확이 있고, 안채의 부엌이 이에 면해, 안살림에 관계된 설비들이 모두 모여있는 명실공히 여성의 공간이 되고 있다. 한편 반대쪽은 안채와 행랑채와 사랑채로 둘러싸여 있으며 화단이 소박하게 꾸며져 있다.

사랑마당의 격식있는 가산(假山)과는 달리 작은 괴석과, 석물, 소탑, 갖은 화초들로 꾸며내고 있다. 그 옆의 수키와로 만든 굴뚝과 더불어 한옥의 정경을 한껏 더해준다. 이 서쪽마당 한 구석은 뒤꼍의 사당과 고방채로 다시 통한다. 정여창 고택의 안마당에 들어서면 여느 양반집의 안채에서 느끼지 못하는 매우 아늑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이는 멋스럽게 가꾼 화단은 물론이고 안마당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공간이 리드미컬하게 연결되는 탓도 있겠으며, 안채도 18세기에 지어진 오래된 가옥으로 크게만 지은 근세기초 한옥과는 달리 건물 각 부분의 치수가 어딘가 우리 몸의 치수와 어울려 아담한 탓이기도 하리라.

정여창 고택을 살피면 늘 누구나 여러채의 한옥과 그에 딸린 마당들이 만들어내는 크고 작은 공간들의 변화와 표정에 감탄하게 된다. 여러 마당과 한옥들이 서로 만나기도 하고 다시 나뉘면서 사람의 움직임과 눈의 흐름을 잡아주기도 하고 또한 다른 공간으로 자연스레 이끌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정여창 고택은 교과서 같은 사대부 집이다.

집의 규모나 공간구성의 단아한 격식은 물론이며,양반집이 지녀야 할 분위기를 사랑채에서는 사랑채답게, 안채에서는 안채답게 각부분에서 적절히 배어나게 하는 집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옛집을 여럿 가보아도 안채가 더욱 정감이 가는 집이란 그리 흔치 않은데, 정여창 고택은 유난히 햇볕이 잘 들어 밝은 나지막한 안채 마루에 앉아 있노라면 포근한 분위기가 저모르게 스미어 마냥 사람들을 붙들어두는 그런 안마당을 지닌 기품 있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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