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호 < SPC그룹 총괄사장 schcho@spc.co.kr >

장사는 결국 손님 마음을 얻는 것
직원들 땀 서린 현지화 전략 결실






사람의 입맛은 쉽게 바뀌지 않는가 보다. 식품회사를 다니지만 가끔 외국 출장을 가면 처음에는 현지 음식을 즐기다가도 몇 끼를 못 견디고 결국 한국 식당을 찾게 된다.

이런 점을 생각했는지 글로벌 식품회사들은 특정 지역에 진출해서 그 나라의 식문화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동안 국내에 진출한 기업들이 한국인 입맛에 맞춰 출시한 ‘불고기버거’나 ‘불고기맛 피자’가 그렇다.

1980년대 미국식 햄버거나 감자튀김을 파는 패스트푸드점이 국내에 들어와 현지화 메뉴로 출시했던 대표 주자가 ‘불고기버거’였다. 평소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를 먹을 기회가 별로 없지만 먹어본 것 중에 불고기버거는 내 입맛에도 잘 맞았다.

지금이야 거리마다 넘치는 것이 고깃집이지만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던 시절에 불고기는 귀한 음식이었다. 생일이나 잔칫날에나 맛볼 수 있었던 불고기를 햄버거 패티로 만들어 빵 사이에 넣고 큰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다니, 참으로 기발하지 않은가? 게다가 나중에 불고기맛 피자까지 나왔으니 한국인에게 불고기는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인가 보다.

흔히 해외에 나가는 기업들이 추구하는 전략이 두 가지라 한다. 하나는 자기 고유의 매뉴얼을 고수하는 표준화 전략, 그리고 현지 문화에 맞춘 현지화 전략이다. 빅맥버거가 표준화라면, 불고기버거는 현지화인 셈이다.

파리바게뜨 해외 매장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고기를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의 식성을 반영해 빵 위에 소고기 가루를 가득 얹은 ‘육송(肉)빵’이나, 구운 고기와 현지의 각종 향채(香菜)를 넣어 만든 베트남의 ‘반미(Banh mi) 바게트 샌드위치’가 그러하다.

100종의 빵만 파는 현지 빵집과 다르게 300개 이상의 다양한 빵을 갖춘 것이 표준화 전략이라면, 육송빵이나 반미 바게트 샌드위치는 현지화 전략이다.

지금에야 중국 100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지만, 지난 10여년을 거슬러 생각해 보면 현지화 전략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2002년 중국현지법인을 설립했는데 1997년부터 주재원을 파견해 연수를 보내고, 현지 식음료 시장은 물론 매장이 들어설 지역상권을 꼼꼼히 조사했다. 매장을 연 이후에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손님들을 초청해 열었던 케이크 교실만 해도 500회가 넘는다.

장사라는 것이 결국에 손님의 마음을 얻는 것일진데, 낯선 이국의 빵집이 자리잡기까지 현지 주재원들이 쏟았던 땀이 얼마나 될지 상상할 수 없다. 일찌감치 현지에 파견된 직원들은 오랫동안 현지 문화를 익히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배우고자 했던 태도가 현지화로 결실을 맺지 않았을까 싶다.

빵을 파는 것이 아니라, 빵을 통해 행복을 전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진정한 현지화 전략이 아닐는지…. [기사제공 :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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