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저녁, 타이완 푸싱항공 항공기 추락사고 현장. 충돌로 두동간 난 기체 일부를 지상으로 건져 올렸다.




3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타이완(台湾) 항공기 추락사고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타이완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늑골 골절, 폐손상 등의 중상을 입고 구조된 스튜어디스 황징야(黃敬雅) 씨는 지난해 7월 4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푸싱항공 사고 당시 근무를 바꾸는 바람에 운좋게 사고를 피한데 이어 이번에는 직접 사고를 겪었는데도 살아남았다. 황 씨는 "이번에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며 "큰 사고에도 죽지 않았으니 앞으로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승객 린밍웨이(林明威) 씨 일가족의 경우에는 탑승 후, 자리를 바꾸는 바람에 운좋게 살아남았다. 탑승 당시만 해도 비행기 왼쪽 좌석으로 배정받았으나 소음 때문에 우측 자리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사고 당시 비행기는 좌측부터 가라앉았기 때문에 만약 왼쪽 좌석에 앉아 있었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린 씨는 머리 부위에 찰과상을, 부인은 팔이 골절됐으나 다행히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추락 중인 항공기와 부딪쳤음에도 살아남은 택시기사 역시 화제이다. 항공기는 추락 중 고가다리를 스쳐 지나갔는데 이 때 왼쪽 날개 부분이 택시와 부딪쳤다. 당시 충돌로 택시의 차량 보닛과 앞유리가 파손됐으나 다행히 운전기사와 승객은 다치지 않았다.



이같이 생존자들이 나올 수 있었던 데는 사고기의 조종을 맡은 랴오젠중(廖建宗·42) 기장의 필사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항공 전문가들에 따르면 항공기는 추락 당시 동력을 잃은 상태로 비행 중이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건물, 다리와 정면 충돌해 사고현장 주변의 시민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조종사는 추락 중에도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비행기를 두 차례 급회전시켜 수상에 추락시켜 피해를 최소화했다.



랴오 씨는 어려운 가정형편을 돌보기 위해 1997년 공군에 입대해 조종사로 근무했으며 퇴역 후에는 푸싱항공에 입사해 항공기를 조종해왔다. 안타깝게도 랴오 씨와 부기장은 숨진 채로 발견됐다.



사망자 중에도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여행사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왕칭훠(王青火) 씨는 중국 단체관광객 일행을 인솔해 여행을 마치고 사고기에 탑승했다가 숨졌다. 그는 이번 주말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직장 동료는 "항상 성실하고 온화했으며 관광객들의 안전한 여행에 최선을 다했다"며 "사고 소식을 듣고 모든 직원들이 일을 할 수가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타이완 재해응급센터에 따르면 5일 오후 1시 45분 기준으로 사망자 수는 32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17명은 중국 관광객이었다. 16명은 부상을 입고 치료받고 있으며 10명은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온바오 박장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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