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모란보악단 공연 장면



"근본적인 문제는 두 국가의 가치관에 있어서, 이미 더이상 어떻게 중재할 수 없는 균열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갈수록 경제, 정치면에서 국제화된 대국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이 생각하는 것은 이미 60년 전의 잔혹했던 전쟁이 아니라 어떻게 부강하고 개방적인 대국을 만들 것인가이다."



지난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 문제에 대한 중국 학자의 말이다. 중국 현지 신문에 보도된 칼럼의 일부이다. 모란봉악단과 관련된 기사가 삭제된 상황에서 공연문제와 관련한 학자의 칼럼을 보도했다. 중국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2일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열려고 했던 모란봉악단의 공연 취소는 북중관계의 현주소가 표면화된 사건이었다.



북한 김정은은 모란봉악단을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파견하면서 국가급 최고 대우를 요구했다. 중국 국가주석을 나오라고 하고 초청자 명단도 북이 정리해 불러모으려 했다. 그리고 공연 내용은 김정은 찬양일색이었다.



이같은 안하무인격의 일방적 공연을 열어서 김정은의 입맛에 맞게 중국 정부를 요리하려 했다. 이를 사전에 눈치 챈 중국정부는 참석자 격을 차관급인 문화부 부부장으로 조정했다. 김정은은 자신이 의도한 대로 안 되자 철수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모란봉악단의 철수 명령은 단순히 공연 취소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북중관계의 완전한 철수를 의미한다.



중국은 학자의 펜을 통해서 그동안 표면화하지 않았던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중국의 가치관과 국익에 이제는 북한보다는 한국이 일치한다는 일성을 전했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 일각에서는 중국의 국익을 위해서 북한을 멀리하고 한국과의 관계 발전에 힘쓰야 하며 장기적으로 한국 중심의 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해왔다.



모란봉악단의 철수 명령은 북중관계에 있어서 그야말로 '수소폭탄'급이었다. 속내를 잘 들어내지 않고 인내성이 강하며 자존심이 강한 중국인은 무시당했을 때 가장 큰 심적 타격을 받는다. 중국 학자의 칼럼에는 이같은 감정이 역력히 묻어나온다.



김정은은 이번 철수 명령으로 그 동안 든든히 버텨준 후견인과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정리한 셈이다. 이로 인해 김정은은 안팎으로 고립되는 웅덩이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게 됐다. 웅덩이 속에 고립돼 핵무기를 안고 자폭하는 운명으로 가는 길을 택한 셈이다.



김정은은 안으로는 공포정치로 스스로의 권력기반을 무너뜨리는 '자살정치'로 일관해왔다. 최측근 관료들의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서 처형을 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권위를 공고히 하려다 거짓 충성만 만들어 냈다.



수령에 대한 거짓 충성은 겉으로 봐서는 안절부절 못하며 따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눈치를 보며 마음은 이미 경계하는 것이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떠나게 해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게 만들었다.



과거 김정일은 수령왕권체제의 보호와 유지를 위해서 첫째, 물리적으로는 군사력 둘째, 지역적으로는 평양 세째, 계급적으로는 수령체제 기득권층 네째, 외교적으로는 반미친중 전략을 공고히 해왔다.



김정은 시대의 수령체제는 핵무기를 제외한 그 모든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김정은은 강력한 수령 지휘봉을 지멋대로 휘두르면서 자기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다. 사리분별과 상황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왕' 김정은은 왕권을 물려받을 때보다 평정심을 잃었고 사악해졌다.



김정은은 그에게는 마지막 기회였던 베이징 공연을 사상적, 역사적 혈통관계의 중국이 북에 등을 돌리고 남으로 완전히 멀어져가게 만들었다. 어린왕의 수명도 머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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