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아침 일찍 태행산 대협곡 도화곡으로 향했다.
어제 도착 시에는 베이징 황사 매연의 연장선상으로 가슴이 답답하였는데, 아침 날씨는 쾌청하고 공기는 청량하며,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나들이하기에 최적의 날씨다. 입장료는 160위안, 연휴 시작 전이라 관광객은 한산한 편이다. 그런데 태행산대협곡 관광 안내 구성은 한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특별 배려가 뚜렷하다. 모든 명소 안내판은 한국어를 병기하였고, 관광지 곳곳마다 한국인을 위한 배려가 역력하다. 이런 관광지에 한국인은 달랑 나 혼자뿐이다. 이런 경우 처음이다. 이전에 티베트 라사의 어느 고원에 가도 한국인 몇 명은 보였었는데, 하루 종일 움직이는 동안 한국인은 유일하게 혼자뿐이라니 서글프기 한량없다. 관광지 내 판매인들은 한국인 식별이 귀신 같다. 유일한 한국인인 나를 향해 막걸리와 맥심 커피, 신라면 등 한국 상품 호객 행위에 여념 없지만, 강조는 하지 않는다.
태행산은 허베이성, 허난성, 산시성에 걸쳐 쭉 뻗어있는 대산맥으로서 남북으로 400킬로미터 이어져 있다. 최고봉은 허베이성 장자커우에 위치한 소오대산으로 2882미터다. 태행산은 산의 형세가 험준해서 역사적으로 춘추전국시대부터 명, 청 시대까지 많은 군사작전에 이용되어 왔다. 근대사에서는 중국 혁명군, 팔로군이 태행산에서 일본군과 유격전을 벌이거나, 국민당과의 전투에서는 홍기를 앞세우고 대행군을 벌인 곳으로 유명하다.
태행산 협곡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매화꽃, 도화 꽃, 개나리가 만발하였으며, 한산한 관광객 사이로 여유롭게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 맛은 여행의 백미다. 협곡은 깊게 파여 있으며, 깊은 협곡 속에는 오밀조밀하게 부각된 토굴의 묘미, 쏟아지는 폭포수, 석회암과 퇴적층으로 형성된 기이한 형상의 조각물 등으로 무궁무진한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그래도, 역시 산행 최대의 즐거움은 8부 능선을 따라 멀고 가까운 곳, 산 정상과 협곡 밑바닥, 만개한 봄 꽃을 감상하며 정처 없이 홀로 걷는 나그네의 기웃거림일 것이다.
태행산 대협곡 일주는 순회 열람 차를 타거나, 혼자 걷기도 하면서 오후 3시 정도면 마무리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