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청년 백청강이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그랜드 파이널’결승에서 한국청년 이태권을 제치고 최후의 우승 트로피를 잡았다. 이는 막상막하인 두 청년의 선후를 가리는 의미보다는 생방송을 통한 경합의 객관성과 공정성, 600만 건의 투표로 보여준 한국인들의 높은 소양을 보여준 결과였다.

MBC 스타오디션이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있는 동안 조선족가정들에서는 MBC채널을 고정시켜놓고 백청강의 운명을 주시했다. 조선족이 ‘위대한 탄생’에 출현한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하면서도 멘토들의 공정한 심사와 한국인들의 공정한 투표를 통하여 조선족청년의 재능이 고국에서 여실히 검증되기를 바라마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행여나 한국인들이 막판뒤집기를 할까봐 마음을 조였다.

그러나 플랭카드를 들고 관중석을 메운 백청강의 한국팬들을 보면서 어딘가 모르게 위로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백청강의 뛰어난 가창력에 모두들 “제가 일을 친다.”고들 입을 모았다. 아닌 게 아니라 백청강이 일을 '치고' 말았다. 왜소한 체격에 여린 모습의 백청강이지만 애잔한 목청으로 관객을 사로 잡았고 애잔함 속의 몸부림이 있어 두각을 나타냈다.

백청강의 멘토인 김태원씨가 지적했던 것처럼 그것이 나 어린 백청강의 가슴에 묻혀있는 ‘깊은 상처’였다. 즉 부모와 생이별하고 고향에 외롭게 남은 수십만 중국 조선족자녀들의 가슴에 곪아있는 멍이었던 것이다. 부모가 보고 싶고 부모사랑이 그립지만 남들과 달리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하는 고향에 남겨진 조선족자녀들의 몸부림인 것이다.

밤무대를 누비면서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떨쳐야 했던 백청강의 성장과정은 고향에 남겨진 해외조선족자녀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부모가 곁에 없어도 방황하지 않고 오히려 그리움과 애달픔을 원동력으로 삼고 끈질기게 해낸다면 세상에 이루지 못할 일이 없으며 그것이 해외에서 고생하는 부모에게도 훌륭한 보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백청강의 탄생을 누구보다 눈물겹게 지켜본 것은 아무래도 해외의 조선족들이었을 것이다. 자식을 고향에 남겨두고 그들의 교육과 성장,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 그들이기에 백청강의 도전과 성공이 낯설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자녀들이 중, 고중을 졸업하기 바쁘게 고향을 탈출시키려는 성급한 생각보다는 주어진 환경에서 먼저 분발할 수 있도록 고무, 격려해 주고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을 깨우쳐주고 있다.

백청강의 성공사례는 조선어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백청강의 발음을 문제 삼는 멘토들도 있었지만 백청강이 어려서부터 조선어교육을 받지 않고 조선어환경에서 성장하지 않았다면 다른 외국적 동포들처럼 최종결승까지 가지 못했을 것이다. 이는 조선어교육과 교육환경이 한국과 한국어를 염두에 두어야 하고 그로부터 우리의 아이들이 중국진출과 한국진출의 꿈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전망도 제시해 주고 있다.

백청강의 성장과 탄생과정은 한편의 리얼한 드라마였다. 그러나 그를 탄생시킨 것은 한국국민들이다. 그들이 조선족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않았다면 오늘의 백청강이 있을 수 없다. 이는 한국인들의 조선족에 대한 선입견 못지않게 조선족들의 한국사회에 대한 불신도 경계되어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즉 일부 한국인이 밉다고 고국을 사랑하는 마음,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잃고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미래를 맞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청강의 신드롬은 조선족사회에 무한한 긍지와 희망을 안겨주었다. 김태원씨와 심사위원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백청강을 찍어준 한국인들이 고맙다. 그들이 중국동포들의 가슴에 다시 한 번 고국을 심어주었다. ‘위대한 탄생’은 동포사회에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는 성악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모든 분야에서 동포사회에 가능성을 열어줄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동포사회의 화합과 발전에 유리하며 고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blog.naver.com/moraean)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