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엔케이 ㅣ 최송민 기자] 최근 북한 가정들이 김일성·김정일 노작과 문헌에 대한 관리 부실 책임으로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소각하거나 불쏘시개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을 경우 당국의 문헌 관리 검열에서 문제가 돼 처벌받지만 없을 경우 이를 면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얼마 전 도(道)당위원회 지시로 각시, 군 및구역 선전부 소속 간부들의 주민세대 김일성, 김정일 관련 도서검열이 진행됐다”면서 “이 검열에서 노작과 문헌에 있는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가 정상적인 상태인지, 그리고 불순도서 회수와 압수 등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2000년 이전에는 김일성, 김정일 노작과 문헌을 비롯한 정치서적을 대량 비치하는 것은 필수였지만 이번에 진행된 도서검열 결과 각 가정들에 수십 권에 달하던 책들이 지금은 거의 없다”면서 “원래 과거에는 김부자 서적을 꼭 비치하고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없어도 지적만 받기 때문에 괜히 관리 소홀로 처벌받지 않기 위해 비치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대다수 가정에는 김일성, 김정일 노작과 문헌 대신 기술서적을 비롯한 일반도서가 많다”면서 “주민들은 김 부자 초상화와 사진이 들어있는 도서는 될수록 보관하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또 “노작과 문헌마다에는 반드시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가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색 바래거나 오손(汚損)될 위험성이 크다”면서 “이 경우 해당 당위원회에 불려가 ‘권위훼손’ 죄목으로 처벌받거나 심한 경우 ‘반동분자’로 몰려 숙청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시장에 각종도서를 사서 대신 팔아주는 장사꾼이 있어 주민들은 책을 내다 팔거나 종이가 필요한 주민은 시장에서 구입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장사꾼들도 초상화가 들어있는 책은 절대 사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정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은 매일 풍로(風爐)나 아궁이로 밥 지어먹기 때문에 가정에서는 책을 불쏘시개나 휴지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작과 문헌까지 뜯어 화장실 휴지로 사용해 초상화만 남고 너덜너덜 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검열로 적발되면 반동분자로 몰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각해 버린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소식통은 “이번 검열에 동원된 선전부 간부들도 ‘한개 인민반에 한두 집이면 몰라도 거의 모든 집에 장군님 서적이 없어 할 말을 잃었다’고 난감해 한다”며 “간부들은 ‘위(중앙)에 보고하면 도리어 선전일꾼들이 처벌받을 것 같아 묻어두는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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