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앤서니 볼튼



'투자의 전설'도 중국 주식시장에 백기를 들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의 전설' 앤서니 볼튼(63) 피델리티 자산운용 펀드매니저가 내년 4월 1일 현재 운용 중인 차이나펀드 매니저직에서 물러날 것이라 밝혔다.



1979년부터 피델리티에 몸담은 볼튼은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피델리티 스페셜 시추에이션 펀드’를 설립했다. 28년간 연평균 수익률 19.5%의 높은 수익률 덕분에 '투자의 전설'로 불렸다. 



볼튼은 2007년 은퇴를 선언했다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2010년 3월 중국 투자 목적의 '피델리티 차이나 시추에이션 펀드'를 설립했다. 설립 당시 모집된 자금은 4억6천만파운드(8천170억원)에 달해 현지 주식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성적표는 그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다. 펀드를 운용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손실율이 10%를 기록했다. 볼튼은 “차이나펀드 운용을 맡았던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운용 손실로 불명예 은퇴를 하게 됐다.



FT는 볼튼의 실패에 대해 11.9%(연율 기준)에 달했던 중국 성장률이 8%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중국 증시 자체가 침체됐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볼튼은 “중국 시장의 성장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말했다.



또한 투자 전략도 실패했다. 볼튼은 대부분의 중국 펀드들과 달리 국영 대기업 주식 대신 민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했다. 중소형주가 주당 가격이 낮아 향후 주가 상승 속도도 빠를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선진 시장과 달리 중국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리스크가 높은 중소형주 투자를 기피하면서 수익률이 벤치마크인 MSCI차이나지수도 밑돌았다.



문화 및 언어 장벽도 과소평가했다. 볼튼은 물론 차이나펀드 운용사의 주요 의사 결정자들은 중국어를 구사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 투자 정보를 확보하고 투자 대상 기업 담당자들과 소통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FT는 그의 실패에 대해 "중국어를 못하는 외국인의 중국 투자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증명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볼튼은 자신의 퇴임이 중국 펀드 수익률 부진 때문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는 “내 은퇴 시기는 펀드 수익률과 관련이 없다”며 “중국 경제 상황은 점차 나아질 것이므로 펀드 수익률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바오 한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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