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물 안내려가고… 창문 하나도 없고… 不良 숙박업소 최근 급증]







오피스텔 등으로 불법 영업, 우편함 통해 열쇠 주고받는 인터넷 결제라 단속 어려워



급조한 호텔도 불량 심각… 불편 신고 2년새 37% 늘고 중국인 再방문 26%로 하락








[조선일보] 지난 2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기간에 아내와 함께 서울을 방문한 중국인 첸모씨는 서울 도심의 한 레지던스를 숙소로 정했다가 낭패를 봤다. 도착 첫날 화장실 변기가 고장났는데도 아무도 고치러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첸씨 부부는 이틀 동안 같은 건물 저층부의 상가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첸씨가 예약한 방은 정식 허가를 받은 숙박업소가 아니라 개인이 자기 소유 집을 인터넷을 통해 빌려주는 '무허가 게스트하우스'였다. 첸씨는 숙박업소를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집주인이 '나도 명절을 맞아 고향에 내려가는 바람에 게스트하우스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며 미안해하더라"면서도 "사정은 이해하지만 불쾌했다"고 후기를 남겼다.







불법 숙박업소와 함량 미달 객실 난립으로 관광객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2월 발간한 '관광불편신고 종합분석서(2014)'에 따르면 외래 관광객의 숙박 관련 불편 신고는 2012년 86건에서 2014년 118건으로 2년 새 37% 증가했다. 특히 전체 불편 신고의 44.1%를 중국인 유커(遊客·관광객)들이 해 국내 관광산업 확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지난달 28일 관광경찰관들이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오피스텔에서 불법 숙박업을 하는 가구를 찾기 위해 우편함을 살펴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불법으로 방을 제공할 때 보안카드(집 열쇠)를 우편함에 넣어놓는 경우가 많아서다.



불법 숙박업소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단속이 어렵다. 지난달 28일 기자가 동행한 서울 관광경찰대의 불법 숙박업소 단속 현장에서도 제대로 된 적발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관광경찰대가 단속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오피스텔은 전체 가구의 10%에 달하는 30여개 방이 불법 숙박시설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관광경찰대는 주민들로부터 "관광객이 너무 많이 드나들어 밤낮으로 시끄럽고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다"는 신고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관리사무소는 "실제 불법 숙박업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집주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관광경찰대원들과 30여분간 입씨름한 끝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드나드는 건 사실"이라며 "(중국인 관광객들이) 우편함에서 보안카드(집 열쇠)를 꺼내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관광경찰대원들은 즉시 우편함을 뒤져 3개의 보안카드를 발견했다 . 인터넷으로 예약 후 '체크인' 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집주인이 놓고 간 것이다. 하지만 보안카드를 우편함에 넣어뒀다고 해서 바로 불법 숙박업주로 단속할 수는 없었다. 관광경찰대 김휴영 팀장은 "해당 원룸에 입실하는 관광객이나 집주인에게 숙박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대원들은 이후 30여분간 오피스텔 현관문 앞에서 드나드는 관광객들에게 숙박 여부를 물었으나, 대부분은 경찰이 불편한 듯 고개를 저으며 도망치듯 떠나버렸다.























개인이 자신의 집이나 방을 임대하는 형태의 소규모 불법 숙박업뿐 아니라 건물 전체를 호텔처럼 꾸미고 불법 영업을 하는 업체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지난 3월 불법 호텔업을 하고 있는 오피스텔 27곳을 적발했다. 이 업소들은 영업 중 한 차례도 객실을 소독하지 않거나 긴급 대피시설을 갖추지 않는 등 숙박업소로서의 의무 사항을 지키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사를 통해 단체 관광객을 받거나 대규모 호텔 예약 사이트를 통해 영업해 관광객들로서는 불법 사실을 알 수 없다.







2012년 관광숙박 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일반숙박업소 중에도 함량 미달인 객실로 관광객 반감을 사는 경우가 있다. 관광지가 밀집된 명동·동대문 일대에는 지난 3년 새 20여곳의 호텔이 새로 문을 열었다. 오피스텔이나 쇼핑몰이던 건물을 숙박업소로 용도변경한 곳이 많다. 이 호텔들의 예약 사이트에는 "다시는 방문하지 않을 것"이란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후기를 남긴 관광객들은 "방에 창문이 없어 답답했다" "방이 너무 좁아 매일 아침 식구 중 1명이 욕실 문에 머리를 부딪혔다"고 적었다. 그러나 중구청 관계자는 "방에 창문이 없어도 환기시설만 갖춰져 있다면 숙박업소로 등록할 수 있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 허가받은 건물들"이라고 했다.







중국인 관광객 수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재방문 비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작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외래 관광객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0년 37.4%였던 재방문객 비율이 2013년엔 25.8%까지 떨어졌다. 성연성 한국관광호텔업협회 사무국장은 "여행의 기본인 숙박에 실망하면 관광객들이 재방문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국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된다"며 "관계 기관이 불법 숙박업소, 함량 미달 객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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