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퍼트 후거워프 후룬리포트 대표겸 수석연구원







[조선일보] “2007년에도 올해처럼 중국의 부자들이 급격하게 늘었는데 이듬해에 경제위기가 닥쳤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당시와 많이 비슷합니다.”







‘중국의 포브스(Forbes)’라고도 불리는 부자연구소 후룬(胡潤)리포트의 창립자이자 발행인인 루퍼트 후거워프(Rupert Hoogewerf)는 최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부자들을 연구하면 중국 경제의 변화와 흐름의 방향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면서 최근 경기 흐름이 좋지 않은데도 부자들의 수와 보유 자산 규모가 늘고 있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경제성장 둔화에도 중국 증시는 지난 6개월 간 두 배나 성장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중국의 억만장자 인구도 역대 최고 증가세를 기록하며 미국의 억만장자 수를 넘어섰다.







중국의 민생은행과 후룬리포트가 공동으로 작성해 발표한 ‘2014~2015년 중국 거부(巨富)에 대한 보고서’(China Ultra High Net Wealth Report 2014-2015)를 보면, 중국에서 5억위안(약 880억9000만원)이상을 보유한 자산가 수는 1만7000명을 넘어섰다.







후거워프는 “중국 부호의 기준이 되는 자산규모를 사상 최대인 5억위안으로 올렸는데도 중국의 초 고소득 인구는 몇 년 전에 비해 급증했다”며 놀라워 했다.







지금까지 중국의 경제성장은 기업의 민영화와 부동산과 증시의 성장 등 경제 성장의 본질적인 부분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올해 25년 만에 최저치인 7.0%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경제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데도 부의 규모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 부자 수 증가 금융위기 전과 상황 비슷…’위기 신호’일 수도







후거워프는 주식시장 과열을 중국 부호들의 수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으로 봤다. 그러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기 전인 2007년에도 지금처럼 중국 부호들의 자산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들어 “경기 흐름과 무관한 부의 증가는 위기의 신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후거워프의 보고서를 보면, 자수성가형 중국 부호들 중 55%는 사업을 통해 부를 창출했고, 15%는 부동산 투자, 10%는 주식을 통해 부를 쌓았다. 나머지 20%는 고연봉의 기업 경영진 및 임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중국의 부동산은 역사상 가장 스케일이 큰 민영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개발 권한을 개발업자들에게 주면서 본격적인 민영화가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부동산개발기업 중에 하나인 중국의 완다그룹도 부동산 민영화와 바람을 타고 탄생했다.







부동산 민영화 바람을 타고 도시들이 성장하면서 집과 사무실, 상점 건축 수요도 늘었다. 후거워프는 “중국 내 도시화가 아직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기 때문에 중국 부동산 시장에는 여전히 부를 창출할 기회가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과 통신 등 정보기술(IT) 산업의 성장도 부의 성장을 크게 견인했다.마윈 알리바바회장(후룬리포트 중국 부자순위 3위), 리옌훙 바이두 회장(5위), 마화텅 텐센트 회장(6위) 등이 IT 관련 사업을 통해 자산을 늘렸다.







부동산과 IT 산업의 성장으로 중국인들의 구매력이 늘면서 유통업계의 혁신도 가속화했다.중국 부호 순위 4위에 오른 쭝칭허우 회장이 이끄는 음료업체 와하하그룹과 ‘중국의 유니클로’라고도 불리는 미터스본위(Meters/bonwe), 종합 유통업체 쑤닝(Suning) 등의 성장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들도 중국인







중국의 부의 흐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 중 하나는 여성 부호들의 성장이다. 후거워프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들의 절반은 중국의 여성 창업자들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으로 꼽히는 저우췬페이(周群飛) 란쓰과기(Lens Technology) 창업자는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존재조차 몰랐던 인물”이라며 놀라워 했다.







터치 스크린 제조업체인 란쓰과기는 애플과 삼성에 스크린을 공급하는 회사로 지난 3월 18일 선전 증시에 상장했다. 이 회사 지분의 90%를 보유하고 있는 저우춴페이의 재산은 지난달 란쓰과기의 주가가 16일 연속 가격 상한폭까지 오르면서 674억위안(약 12조원)까지 치솟았다. 저우췬페이의 현재 자산은약 69억달러(약 7조6700억원)인 것으로 후룬리포트는 집계했다.







이 외에도 첸 리후아 푸후아인터내셔널 회장과 펄프 및 제지 재활용업체 지우룽(玖龍)제지의 장인(張茵) 회장도 각각 64억달러, 50억달러의 재산으로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대학 시절 영국에서 중국어를 공부했던 후거워프는 1990~1991년 교환학생으로 중국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그는 글로벌 컨설팅업체 아서앤더슨의 상하이지사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중국 부호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중국 부자 연구의 시작이었다(아서앤더슨은 엔론 분식회계 사건으로 2002년 해체됐다).







그는 “아무리 많은 중국의 부자들을 연구해도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은 중국의 숨은 ‘뱀파이어 갑부’들이 많이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중국 부자들을 연구하는 일은 언제나 역동적이고 흥미롭다”고 말했다.





관련뉴스/포토 (12)
#태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