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중국 전자업체 샤오미를 국내에선 ‘대륙의 실수’라고 부른다. 중국산 제품은 저가에 품질이 떨어진다는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샤오미는 저가지만 품질이 좋은 제품을 만든다, 그래서 붙은 수식어가 대륙의 실수다. 이런 샤오미 제품 가운데 ‘체중계’가 지난달 23일부터 한국 수입 금지 조치를 당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샤오미가 선보인 체중계 미스케일(Mi Scale)은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연동해 사용자의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제품. 100g단위로 무게를 측정할 수 있고 근(斤), 파운드(pound)로도 무게 단위를 변환해 볼 수 있는 기능까지 갖췄다.







그런데 이 다양한 기능이 한국 시장에선 오히려 문제였다. 국내에서는 킬로그램(㎏) 또는 그램(g) 단위로만 무게를 표시해야 하는데 ‘근(斤), 파운드(pound)’로도 표시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국가기술표준원이 수입을 금지했다.







계량에 관한 법률은 법으로 정한 단위로 표시하지 않는 계량기나 상품은 제조ㆍ수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선박이나 항공기, 연구 목적이나 수출과 관계된 제품만 다른 표준을 허용한다. 이 법 때문에 샤오미 체중계는 국내에서 판매할 수 없다. 지난 8월 수입금지 조처된 이후 3개월의 유예기간마저 지나 이 제품은 앞으로 한국 출시 차제가 불가능하다.







국가기술표준원 측은 “‘근(斤), 파운드(pound)’, 혹은 금은방에서 주로 사용되는 ‘돈’이라는 단위도 사용할 수 없다”며 “이런 단위로 무게를 표시하는 기능이 있는 제품은 수입할 수 없다”고 했다. 미스케일을 직수입해 판매하던 한 인터넷 쇼핑몰 관계자는 “들여올 수 없어 더 이상 팔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제도가 오히려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 동대문구에 사는 주부 박모(40)씨는 “아직도 재래시장에 가면 야채나 나물을 근 단위로 팔고, 정육점에서도 고기를 한근 두근 달라고 한다”며 “상스러운 욕이나 비속어도 아닌데 사용하지 말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마포구에 사는 대학생 김모(25)씨는 “㎏ 표시 기능이 없는 제품도 아니고 다른 기능을 함께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데도 불법이라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했다.







이런 규제 조치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철물점에서 파는 줄자에도 길이 단위로 금지된 ‘인치’가 버젓이 들어가 있다. 전자제품 상가에서도 TV나 모니터 크기를 55(인치)형이라고 부른다. 아파트 전단지에도 24‘평’형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여러 분야에서 금지 단위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황에서 특정상품에만 규제를 적용하는 건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가기술표준원의 한 연구원은 “평이든 평형이든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다”라면서도 “현재 인력으로는 모든 것을 모니터링 할 수 없어 신고 받은 제품에 대해서만 규제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아직 ‘평’이나 ‘인치’를 사용하는 등에 대한 신고는 많지 않다”며 “샤오미 제품도 근이나 파운드 표시 기능만 없으면 수입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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