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총애하는 '평양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을 둘러싸고 외교가에선 "김정은 방중(訪中)을 위한 사전 포석용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상황이 2010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당시와 유사점이 많다는 것이다.







10일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주재 중국대사 리진쥔(李進軍)은 10월 중순부터 두 달 가까이 종적을 감추다 지난 9일 평양역에서 열린 모란봉악단 환송 행사에 나타났다. 2010년 5월 3일 김정일 방중을 앞두고도 류훙차이(劉洪才) 당시 주북 중국대사가 돌연 잠적(4월 27일~5월 2일)했었다. 이어 김정일이 총애하던 피바다가극단이 중국을 방문해 분위기를 띄운 직후 김정일 방중이 이뤄졌다. 이번에도 '중국대사 잠적→북 예술단 방중→북 최고지도자 방중'이란 공식이 적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대북 소식통은 "리진쥔은 휴가차 중국에 다녀왔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김정은 방중과 관련한 모종의 임무를 수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베이징 현지에선 "100명이 넘는 공연단 중에 김정은의 경호·의전 담당자들이 섞여 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일단 정부는 김정은 방중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김정은이 비핵화와 관련한 유의미한 조치를 약속하지 않는 한 김정은을 받을 생각이 없다"며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7명) 접견 등 북측의 과도한 의전 요구도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하지만 고위 탈북자 A씨는 "김정일이 2010년 5월과 8월에 연달아 방중했던 것은 그해 9월 열린 제4차 당대표자회를 앞둔 '외교적 치적 쌓기' 차원이었다"며 "대내외의 이목이 집중된 제7차 당대회(내년 5월)를 앞둔 김정은이 아직까지 방중 준비를 안 하고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고 했다.







전날 공훈국가합창단(남성)과 함께 기차 편으로 평양을 출발한 모란봉악단은 이날 숙소인 베이징 민쭈(民族)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카키색 군복 차림에 세련된 메이크업을 한 이들은 공연 준비 상황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별 거부감 없이 "보면 알게 된다" "공연 보러 오시라"고 답했다. 이들은 리허설(11일)을 거쳐 12~14일 아시아 최대 공연장인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미리 초대한 관객 2000여명을 상대로 공연을 한다. 이들의 첫 해외 공연이다.







'김정은 시대'를 상징하는 여성 10인조 밴드 모란봉악단은 김정은이 3년간 19차례나 공연을 관람한 '친솔(親率·직접 챙김) 악단'이다. 이 때문에 이 악단을 전격 파견한 데에는 김정은의 의지가 실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지난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공연 후 모란봉악단 단원들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둘러싸고 웃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TV






김정일이 2009년 5월 만든 은하수관현악단이 이미 활동 중인 상황에서 김정은은 집권 첫해인 2012년 모란봉악단 결성을 지시했다. 단원들의 세련된 외모와 뛰어난 가창·연주력, 미니스커트와 탱크톱 등 과감한 무대의상, 혁명가요 외에 서양 클래식과 팝음악까지 아우르는 파격적인 레퍼토리로 북한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단원들은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나온 금성학원(가수)이나 평양음대(연주자) 출신이 대부분이다. 탁월한 감정 표현으로 '공훈배우' 칭호를 받은 류진아, 청아한 목소리를 가진 서구형 마스크의 라유미, 동양적 외모의 바이올리니스트 선우향희가 '미모 3대장'으로 꼽힌다. 이들의 헤어스타일, 각종 장신구와 무대의상은 곧바로 북한 젊은 여성들의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된다. '원수님(김정은)의 악단'이란 특별한 지위 덕에 야마하·롤랜드 등 일제(日製) 악기를 하사받는 특권을 누린다.







단장인 현송월은 은하수관현악단 시절 '준마처녀'란 곡으로 스타덤에 오른 가수로, 김정은의 총각 시절 애인으로 알려졌다. 역시 은하수관현악단 출신으로 김정은의 부인이 된 리설주와의 불편한 관계 탓에 잊을 만하면 숙청설이 나돌지만 이번에도 단원들을 이끌고 중국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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