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며 한창 주가를 올리던 카페베네 창업주 김선권(47·사진) 회장이 사실상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뗀 것으로 확인됐다.







카페베네 본사는 작년 10월 초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서울 광진구 중곡동으로 이전했다. 김 회장은 옛 카페베네 사옥인 베네타워에 남았다. 카페베네는 구조조정 전문가 최승우씨가 경영하고 있다.







현재 카페베네의 1대 주주는 사모펀드 케이쓰리제5호(K3제5호)다. 지난해 12월 28일 보유한 전환상환우선주 149만1300주를 전량 보통주(84.2%)로 전환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최승우 대표는 사모펀드 측에서 선임한 인물이다. 김 회장 지분은 49.5%에서 7.3%로 낮아졌다. 2대 주주일 뿐 경영권 행사는 할 수 없다.







김선권 회장은 카페베네를 선보인 지 5년 만에 세계 곳곳에 1000개 매장을 내며 ‘프랜차이즈 신화’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신규·해외 사업에서 커다란 손실을 봤고, 결국 자금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경영에서 물러난 것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무(無)에서 프랜차이즈업계 마이더스의 손으로 떠오른 김선권 회장







카페베네는 스타벅스, 커피빈 등 대형 업체들이 선점한 한국 커피 전문점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2013년 11월 하버드 경영대학원 웹사이트에 카페베네의 성공사례를 담은 논문이 게재됐을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NACRA(North America Case Research Association)에서 발간하는 기업 사례 전문 학술지 CRJ는 카페베네의 성공 스토리를 소개했다.







이 논문은 2008년 한국에서의 카페베네 브랜드 론칭부터 2012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해외 1호점 개설까지의 과정을 소개하고 창업가 정신과 기업의 글로벌 전략, 프랜차이징 이론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업계에선 김 회장이 사실상 혼자 힘으로 카페베네를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하며 비가 오면 천장에서 비가 새는 곳에서 살았을 만큼 궁핍한 생활을 했다. 김 회장 자신이 “결핍이 성공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했고 결과적으로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회고했을 정도다.







김 회장의 첫 사업은 오락실이었다. 일본 여행 중 우연히 일본의 오락실 산업을 보고 한국에서 오락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삼겹살, 감자탕 프랜차이즈 사업에도 성공했다.







이후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마케팅으로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이 관심을 모으며 프랜차이즈 업계의 ‘마이더스의 손’이란 별명을 얻었다.







카페베네는 외산 브랜드 스타벅스와 커피빈, 국산 브랜드 할리스가 벌이는 커피 전문점 삼국지의 한축으로 성장했다. 후발주자란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싸이더스와 합작,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대대적인 마케팅과 공격적인 점포 확장 전략을 구사했다.







2008년 12개로 시작한 매장은 2014년 932개로 늘었다. 매장은 뉴요커의 도회적인 이미지를 내세운 기존 커피 전문점들과 달리 휴식과 문화를 내세워 감성적인 측면을 강조한 점이 돋보였다.







카페베네는 2012년 말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새 사옥 ‘베네타워’를 매입했다. 김 회장이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다룬 ‘꿈에 진실하라 간절하라’라는 책을 출간한 것도 이 무렵이다.




















▲ 2011년 개장한 블랙스미스 강남역점 매장. 대형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카페베네’의 신규 브랜드로 주목받았다. /블랙스미스 제공





◆신성장 동력으로 시작한 신규·해외 사업에 덜미 잡혀







하지만 성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커피프랜차이즈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동반성장 규제법 등으로 카페베네의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김 회장은 새 사업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신규·해외 사업이 마음먹은 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막대한 투자금은 카페베네의 발목을 잡았다.







카페베네는 2011년 시작한 외식 브랜드 ‘블랙스미스’와 2013년 출범한 제과점 ‘마인츠돔’에 대한 지분을 각각 2014년 10월에 매각하고 철수했다. 레스토랑과 제과점 프랜차이즈가 이미 과포화 상태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업에 뛰어 들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가장 큰 이유는 외식과 베이커리 업종이 중소기업적합 업종으로 선정되면서 더 이상 매장을 늘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2012년 시작한 드러그스토어 ‘디셈버24’는 CJ, 신세계, 코오롱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1년을 버티지 못했다.







저가형 브랜드 ‘바리스텔라’는 출발도 하지 못했다. 동일 브랜드 간 거리 제한 등 신규 출점 제한을 피하려 2015년 4월 바리스텔라를 내놨지만 기존 가맹점주들의 반발로 시작도 못했다.




















▲ 2012년 4월 김선권 대표가 중국 왕징 매장 오픈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카페베네 제공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 진출도 실패했다. 2012년 중국 중치투자그룹과의 합작 형태로 중국에 진출해 한 때 중국에 600여곳의 점포를 확보했을 정도로 성장했다. 전성기 때는 매월 가맹비 등으로 9000여만위안(약 160억원)을 벌었다.







그러나 중국 합작법인이 가맹점주와 인테리어 시공사 등에 줘야 할 대금을 연체했고, 채권자들이 반발했다.







충칭 지역 직원들에게 체불한 임금이 1000만위안(약 18억원)이고, 합작법인에서 대금을 받지 못한 한국 본사가 원두 재료 공급을 중단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 카페베네 관계자는 “잘 나가던 중국 사업이 망가진 이유는 친척 때문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법인은 결국 중치 투자그룹으로 바뀌고 카페베네는 경영에서 배제됐다. 매장들은 잇따라 문을 닫았고, 베이징 카이타이 빌딩 본사도 문을 닫았다.







해외·신규 사업에서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하면서 부채비율은 급등했다. 2014년 11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본사를 비롯해 소유 건물과 토지를 매각했지만 부채비율을 크게 낮추진 못했다.







사모펀드 K3제5호가 보유한 전환상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기전까지 카페베네의 부채비율은 865%였다. 전환 이후에야 300% 아래로 떨어졌다. 2012~2013년 600~700명이던 직원 수도 200명대로 줄었다.







카페베네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공을 들였던 900억원 규모의 ‘하남 하이웨이파크’ 프로젝트도 무산됐다. 카페베네는 2017년까지 중부고속도로 ‘하남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 커피 테마파크가 포함된 복합쇼핑몰을 짓는 총 888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의 개발 사업자로 최종 선정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카페베네는 사업 절차를 계약에 따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고, 이행 의사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업권을 빼앗겼다.







프랜차이즈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의 실패는 한 번의 커다란 성공 이후 반복된 실패들이 누적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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