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부터 심상치 않은 이곳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방문지. 꾸찌터널이다. 베트남 전쟁의 기억들을 모두 모아놓은 곳이라고 보면 되겠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다다른 곳은 숲속. 베트콩이 게릴라전을 전개하기 위해 팠던 땅굴의 비밀 입구.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 입구가 정말 좁았다. 몸집이 크거나 뚱뚱한 사람은 도저히 들어갈 수 없다. 뚜껑을 닫은 후엔 답답함, 공포 등이 엄습해 왔다고 할까. 땅굴 속으로 공기를 공급하기 위해 뚫어놓은 공기구멍이다. 참 치밀하다. 베트콩들이 신었다는 호치민 신발. 폐타이어 조각들을 모아 만든단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미국과의 전쟁은 아픔이자 영광이다. 400만 명의 생명을 잃은 것이 아픔이고 승리해서 이룬 것은 영광이다. 땅굴 안을 직접 들어가 보자 저 작은 구멍에 총구를 숨기고 적을 기다렸으리라.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같은 땅굴. 벌써부터 공기가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허리를 숙이지 않고는 도저히 전진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