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시내 도심을 조금 벗어나면 어마어마하게 큰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붉은 지붕과 기둥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위안산다판뎬 호텔이다. 한때 타이완의 국력을 상징했던 이 호텔은 천정에 걸린 등 하나도 가벼운 느낌이 아니다. 곳곳에 수많은 용이 새겨져 있는데 건물 전체로 따지면 무려 230만 마리나 된다고 한다. 이 호텔은 1952년 준공 이후 20년이 넘게 줄곧 세계 최고 호텔로 손꼽혔다. 이 건물이 화려하고 웅장한 것은 공산당이 장악하고 있는 중국과의 경쟁의식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한다. 전 총통 장제스의 부인 쑹메이링이 외국의 귀빈을 접대할 목적으로 이 호텔을 지었던 것이다. 귀빈용 방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하룻밤 숙박료가 우리 돈으로 약 100만 원 정도라는 방이다. 외국의 수반들이 주로 묶는 방이라서 그럴까. 침대에도 용이 새겨져 있었다. 욕실은 깨끗하게 정돈 돼 있었는데 각종 도금이 눈에 띄었다. 사치스럽지만 또한 은근히 고고했다. 연결된 건물 한 곳에서도 황금용이 보였다. 원래 이 용은 타이베이 시내의 한 사찰에 있던 것인데 전쟁 때 사찰이 파괴된 후에도 살아남아 백년의 세월을 버텨낸 용이라고 한다. 이곳 사람들에게 이 용은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이 호텔의 또 다른 이름은 용의 황궁이었다. 얼마 전 국영기업이 된 이 호텔은 이제 타이완의 명물이자 새로운 관광명소로 변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