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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행-리노[USA Travel-Reno] 횡단 열차 여행 4/Transcontinental Railroad/Tahoe/Emerald Bay/Gold Hill
이제 기차는 로키산맥을 넘어 네바다로 향한다. 산맥을 넘으면 여기서부터 강물은 태평양으로 흘러들어 가고, 서부가 시작된다. 기차는 작은 간이역에서 잠시 쉬어 간다. 22살의 승무원 아슈닉 씨는 작년에 철도공사에 입사한 신입 사원이다. 2년 넘게 군인으로 복무했는데, 좀 더 넓은 세상을 여행하고 싶어 기차 승무원이 됐다고 한다. “군대는 규제가 많았고요, 돌아다니는 데 제한이 있었죠. 그래서 민간인으로 일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죠.” 콜로라도 덴버에서 네바다 리노로 가는 길은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다. 로키산맥을 넘자 완전히 다른 세상이 나타난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장엄한 광경에 나는 하루 종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덴버를 떠난 지 25시간 만에 네바다 주 리노에 도착했다. 먼 여행을 마친 사람들은 마중 나온 가족 친지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시에라네바다 산맥 동쪽 자락에 세워진 리노는 라스베이거스 같은 카지노 도시인데,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큰 소도시’로 부른다. 리노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황량한 시에라네바다 산맥으로 들어가면 뜻밖의 풍경을 만나게 된다. 깊은 산속에서 갑자기 드넓은 푸른 바다가 나타난 것이다. 사실 이건 바다가 아니라 호수다. 해발이 1,900미터고, 면적은 서울시의 80%에 달한다. 파도와 수평선을 보고 있으면 여기가 산속이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하지만 타호 호수는 분명히 민물호수고, 북미에서 가장 큰 산정호수다. 청정한 물과 높은 산, 침엽수림이 어우러진 타호호수는 미국 서부 내륙에서 손꼽히는 여름 휴양지다. 호숫가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미술가 부부를 만났다. 캘리포니아 LA에 살고 있는데, 여름 휴가철은 항상 이곳에 와서 보낸다고 한다. “안녕하세요?” “타호 호수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긴 정말 좋아요. LA는 잊으세요. 별로예요. 그곳 사람들이 친절하지 않아요. 계속 바쁘기만 하고 스마트폰만 보고 있죠. 함께 하는 시간이 없어요.” 호수 남쪽에 있는 에메랄드 베이는 타호 호수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물방울 모양으로 생긴 만에 작은 섬이 떠 있는데, 물색깔이 영롱한 에메랄드빛이다. 황량한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신이 선물한 보석같다. 타호 호수에서 동쪽으로 내려오면 버지니아 시티라는 마을이 나온다. 마을에 들어서자 갑자기 서부 영화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곳은 19세기 서부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금방이라도 총을 찬 무법자들이 나타날 것만 같다. 지금은 인구 800명 정도의 작은 마을이지만 1870년대에는 2만 5천 명에 달했고, 법원까지 있는 번창한 서부 도시였다. 버지니아 시티가 생겨난 것은 19세기 중반 금과 은이 발견되면서부터다. 작은 기차를 타고 옛날 금광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금과 은을 찾아 동부에서 목숨을 걸고 대륙을 횡단해 이곳에 모여들었다. 여기서 생산된 28개의 금화와 3261개의 은화로 치장을 한 ‘실버레이디’라는 작품이 마을에 전시돼 있다. 당시 금화의 액면가는 20달러, 은화는 1달러였다. 1달러짜리 은화 한 개의 무게는 27g으로, 은값으로 따지면 만 오천 원 정도 한다. 황금을 찾아 버지니아 시티에 모여든 사람들 중에는 미국의 대문호 마크 트웨인도 있었다. 스물여섯 살 때 이곳에 왔던 그는 결국 금은 찾지 못하고 빚만 지게 됐다. 생계를 위해 이 지역 신문사에서 일하게 됐고, 마크 트웨인이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하며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서부영화를 패러디한 코미디 공연이 매일 열린다. 어설프게 복면을 하고 은행을 털러 가는 무법자들! “자 따라 해 봐, 이야!” “알았어. 뱃속에서 우러나게 말이지? 이야!” “알았어. 따라와.” 은행을 터는 데는 성공했지만 서로 총격전이 벌어지고, 다이너마이트가 터지는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맞게 된다. “잡아요!” “안돼! 안돼!” “잡아요 잡아!” “물에 넣어!” 서부극답게, 결국 악당들은 모두 쓰러지고 만다. “여러분 알고 계시나요? 정의로운 남자는 항상 버지니아 시티에 있습니다!” 오늘은 이곳 사람들이 서부극보다 더 좋아하는 행사가 열리는 날이다. 낙타 경주 대회다. 이 경기에는 15마리의 낙타가 출전한다. 그리고 타조도 출전하는데, 사실 타조 경기가 더 흥미진진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타조에도 물론 기수가 탄다. “얘는 내 타조에요.” “맞아요.” 경기 시작에 앞서 출전할 낙타들이 등장한다. 다음은 타조들 입장! 타조 경기에는 특별히 소년 기수가 출전했다. 드디어 낙타 경기가 시작됐다. 그런데 한 녀석이 중간에 멈춰버렸다. 기수가 맘에 안 들었는지, 꿈쩍 않던 녀석은 기수가 내리고서야 비로소 움직인다. 다음은 타조 경기! 타조는 낙타보다 훨씬 빠르다. 이 소년 기수는 한 번도 안 떨어지고 2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번외 경기지만 인기가 많은 닭 잡기 경기다. 그런데 닭들은 타조만큼이나 날쌔다. 결국 소년 기수가 등장해 능숙한 솜씨로 닭을 잡았다. 다시 돌아온 리노의 밤거리는 낮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일확천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란 얼마나 끈질긴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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