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이달 16일 오후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동홍동.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 뤼디(绿地)그룹이 1조원을 투자해 짓는 '제주헬스케어타운' 부지에 들어가자 4층짜리 콘도 18개 동(棟)이 들어선 주거단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단지 내부에는 '입주를 환영합니다(祝賀入住)'란 한글과 중문(中文)이 적힌 큼지막한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단지 입구의 분양 홍보관에서는 중국 직원들이 중국에서 온 투자자들과 분양 상담을 하고 있었다. 뤼디그룹 관계자는 "제주도가 인기 관광지인 데다 투자 이민제 적용을 받기 때문에 중국 부유층의 관심이 높다"며 "1차로 분양한 콘도 188실 계약자의 95%가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에 '돈'과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 국내외 관광객이 지난해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차이나 머니'의 부동산 투자도 쏟아져 들어온다. 귀농(歸農)을 꿈꾸는 은퇴자들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제주도가 투자자·관광객·이주자가 몰리는 '新3다(多)도'로 탈바꿈하고 있다.

중국계 자본과 은퇴자들로 땅값 '들썩'

홍콩과 싱가포르 합작회사인 란딩제주개발은 지난달 제주 신화역사공원 복합리조트에 투자하기 위해 3억달러(약 3300억원)를 국내에 들여왔다. 제주도의 외국인 투자 금액으로는 역대 최대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관계자는 "2007년 사업 시작 이후 투자자 유치에 애를 먹었는데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 뤼디그룹이 1조원을 투자해 짓는 제주 서귀포시 동홍동‘제주헬스케어타운’부지의 모습. 제주도에는 중국인과 화교(華僑)들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들의 토지·건물 투자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뤼디그룹 제공

▲ 뤼디그룹이 1조원을 투자해 짓는 제주 서귀포시 동홍동‘제주헬스케어타운’부지의 모습. 제주도에는 중국인과 화교(華僑)들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들의 토지·건물 투자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뤼디그룹 제공

 
외국인들이 제주도 개발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2006년 이후 외국인이 제주도에 직접 투자한 개발 사업은 총 18건. 2012년 5건, 지난해 7건의 신규 투자가 각각 이뤄졌다. 중국계 자본은 이 18건 중 14건으로 투자할 총사업비만 7조원이 넘는다. 특히 사업비 1조원이 넘는 매머드급 개발 프로젝트만 3건이다.

'차이나 머니'는 땅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중국인의 제주도 토지 소유 면적은 301만5029㎡. 2010년(4만9000㎡)과 비교하면 3년 새 60배 넘게 늘었다. 서울 등 외지인의 부동산 투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 풍광 좋은 해변에 펜션이나 전원주택 용지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귀포시 성산읍 제주라이프 부동산 박소영 대표는 "성산읍의 1000㎡ 농지는 2~3년 전까지 7000만원 정도에 팔렸지만 최근엔 1억원을 넘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숙박시설 투자도 뜨겁다. 작년부터 일반적인 호텔과 달리 실(室)별로 개별 소유가 가능한 이른바 '분양형 호텔'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6곳(1443실)이 공급됐는데 올해 상반기에만 10곳(약 3000실)이 분양될 예정이다.

1천만 관광객과 常住 인구 증가도 好材

제주도 투자 열기는 관광객과 인구 증가가 기폭제가 되고 있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지난해 1000만명을 넘었다. 최근엔 귀농·귀촌 인구까지 가세해 제주도 인구는 작년 말 60만명을 넘었다. 작년 한 해에만 1만2000여명(증가율 2.0%)이 늘어 증가 폭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혁신도시·영어교육도시 등 개발 호재(好材)도 많다. 서귀포시에는 국토교통인재개발원, 국립기상연구소가 이미 입주하는 등 모두 8개 공공기관이 들어온다. 그 덕분에 땅값이 뛰고 주택 수요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2월 제주 땅값은 전달보다 0.39% 올라 전국 17개 시도 중 상승률 1위였다. 서귀포시는 0.53%로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높았다.

과잉 경쟁으로 수익률 下落 우려

전문가들은 올해로 도입 5년째를 맞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도가 중국인들을 제주도로 끌어오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한다. 제주도 등 경제자유구역에서 콘도·펜션 등 체류형 휴양 시설에 5억원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은 거주 자격을 받고, 5년 후엔 영주권(永住權)도 받는다. 지금까지 약 1000건(7000억원)의 투자가 유치됐는데 모두 중국인이 제주도에 투자한 것들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투자가 몰리면서 과열과 공급 과잉 우려도 나온다. 제주도의 경우 과거에도 각종 개발계획만 보고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가 사업 무산으로 낭패를 본 사례가 많다. 난립하는 분양형 호텔의 경우 입지(立地)나 운영 업체 노하우에 따라 수익률에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관광객이 줄거나 과잉 경쟁이 나타나면서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고 투자금 회수도 어려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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