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신형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베이징 대학가에도 신용카드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이 잘못된 소비경향을 부추켜 사회적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신용카드 없이는 못 살아”, 베이징의 중국런민대학(中国人民大学) 장(蒋) 모씨는 신용카드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그는 지갑에 4장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다니는데, 이를 거의 매일 사용하고 있다.



장씨는 “온수기, 자전거, 정수기 등 대부분의 물건을 모두 신용카드로 산다”며 “카드를 긁을 때의 기분을 좋아한다”고 표현했다. 장씨는 또, 비싼 물건을 살 때도 오랫동안 돈을 모을 필요 없이, 사고 싶을 때 바로 살 수 있는 것이 신용카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보고 있다.



베이징의 주요 대학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대학생이 최소 한 장 이상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신용카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이들을 일컬어 ‘신용카드의 노예(卡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



적지 않은 대학생들은 신용카드를 이용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장 씨는 “4장의 카드로 진 빚이 8,000 위안 가량된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부모님으로부터 매 달 1,000위안의 용돈을 받는데, 이는 대학생이 한 달 동안 생활하기에 넉넉한 편이다. 그러나 신용카드를 만들고부터 그는 씀씀이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현재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베이징의 많은 대학생들이 장 씨와 같은 경험담을 털어놨다. 심지어 친구들끼리 카드 대출을 이용해 돌아가며 서로의 카드 빚을 갚아주는 경우도 있다.



은행, 대학생 신용카드 무분별하게 발급



상환 능력도 없는 대학생들에게 엄격한 제한 없이 무작정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는 은행도 학생들의 신용카드 사용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의 모 상업은행에서 중국 내 최초로 대학생을 위한 신용카드를 출시하자, 다른 은행들도 잇달아 대학생 신용카드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한 대학생은 “학생 신용카드 상품은 대학생에게 ‘카드 사용 횟수에 따라 연회비 면제’, ‘고가 상품에 분납 이자 면제’ 등과 같은 혜택을 제시하고 있으며, 본과 2학년 이상은 신분증과 신청서만 있으면 보증인, 보증금 없이 신청할 수 있으며, 인터넷 신청도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학교측, 은행측 의견 달라



베이징 모 대학의 학생관리 담당자는 “현재 일부 대학에서는 대학생 신용카드 사용을 허락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대학생들이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해 생기는 문제 때문”이라며 “대학생은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기 관리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다 보면, 자칫 ‘신용카드의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있는 모 은행의 마케팅 담당자는 “ 신용카드는 개인 신용 정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은행이 학생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더욱 깊은 뜻은 대학생들이 신용카드의 독특한 소비방식을 통해 개인 신용 관리 습관을 기르고 이성석인 소비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데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한 “대학생들의 신용카드 거래 내역은 국가 개인 신용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돼, 졸업할 때 개인 신용 보고서로 발급된다”고 덧붙였다. [온바오 베이징 한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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