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산 동쪽의 명소로는 먼저 오로봉을 들 수 있다. 노인 다섯 명이 어깨를 나란히 한 듯한 형상을 한 산자락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오로봉의 제1봉은 기묘한 바위들이 첩첩히 쌓여있고, 제2봉은 바위가 풍화되어 천연 동굴을 이루었으며, 제3봉은 가장 험하며, 제4봉은 가장 높고, 제5봉에는 산정상에 정자가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오로봉에 오르면 낚싯대처럼 우뚝 솟은 바위, 병풍처럼 둘러친 암벽, 짐승 같이 웅크린 산, 새 같이 날아갈 듯한 봉우리 등등 여러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절묘한 암봉은 운무와 어울려 더욱 장관을 이룬다.






아침 저녁으로 해가 뜨고 질 때는 만 갈래 빛이 운무와 휘황찬란하게 어우러져서 금색의 부용(芙蓉 : 연꽃)이 파란 하늘에 떠있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구름이 치솟아 생긴 폭포운(瀑布雲)이 온통 주위를 감싸서 사방의 산천이 전혀 보이지 않아 마치 망망한 대해중에 홀로 선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백(李白, 701~762) 이 쓴 ‘여산의 오로봉을 바라보며’라는 칠언절구의 시구 중 ‘푸른 하늘에 금색 연꽃이 불쑥 솟아 있구나 (靑天削出金芙蓉)’는 루산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절묘한 표현으로 많이 회자되었다.







▲ 이백(李白)
望五老峰
廬山東南五老峰 靑天削出金芙蓉
九江秀色可攬結 吾將此地巢雲松

오로봉을 바라보며
루산 동남쪽의 오로봉이여
푸른 하늘에 금색 연꽃이 불쑥 솟아 있구나
구강의 빼어난 경치를 모두 모아 놓았으니
내 장차 이곳에서 구름과 소나무를 벗삼아 살리라.

당대의 시인 이백은 루산을 천하제일로 칭송했다. 루산을 배경으로 지은 작품이 많은데 그 중 ‘루산 폭포를 바라보며’는 고대 시가의 최고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望廬山瀑布
日照香爐生紫煙 遙看瀑布卦長川
飛流直下三千尺 疑是銀河落九天

루산폭포를 바라보며
해가 향로봉을 비춰 자줏빛 연기가 피어나는데
멀리 폭포를 바라보니 긴 개천이 걸린 듯하다
나는 듯 흘러내려 곧바로 삼천 척을 떨어지니
아마 은하수가 구만리 하늘에서 쏟아지는 듯하다.






▲ 루산폭포


수봉의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면 유명한 루산폭포가 있다. 그곳에 개선사가 있어서 개선폭포라고 하는데 2개의 장대한 폭포로 되어 있다. 윗쪽의 서폭(西瀑)은 물길이 흘러오다가 바위의 좁은 입구에 막혀 장대한 절벽 아래로 떨어져 수백 길이 넘는 물기둥을 형성한다.

아랫쪽의 동폭(東瀑)은 물길이 흘러오다가 역시 수백 길 바위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이 흡사 말꼬리 같다고 하여 마미수(馬尾水)라 한다. 동폭과 서폭은 떨어지는 높이가 매우 길어 멀리서도 2개의 물줄기가 하얀 실줄기 같이 선연히 보이고, 가까이 가면 튀어 오른 물방울이 햇빛에 비춰 영롱한 구슬을 흩뿌린다.

2개의 폭포 중 서폭이 더욱 크고 유명하여, 일반적으로 루산폭포라 하면 서폭을 가리키는데, 이백이 루산폭포를 바라보며는 서폭을 읊은 것이다. 이백은 실제로도 루산 밑에 살았던 적이 있었다고 하니 백거이의 선배뻘이 된다. 이백이 시를 지어 노래한 폭포는 남쪽의 수봉(秀峰) 안에 있었던 것이다. 백거이가 초당을 지었던 향로봉은 수봉의 서쪽에 해당한다.

‘진면목(真面目)’이란 말의 유래







▲ 소동파(蘇東坡)
우리가 알고 있는 ‘진면목’이란 말도 송(宋)나라의 문장가였던 소동파(蘇東坡, 1036~1101) 가 루산을 일컬은 데서 유래했다. 소동파는 “루산에 들어 오니 산세가 빼어 나서 평생에 처음 보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시를 짓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루산의 문인들은 당대의 대시인인 소동파가 루산에 대해 어떤 시를 지을 것인가 하며 기대하던 차에 소동파가 시를 지을 수 없다 하니 소동파를 루산의 여기저기로 안내하며 소동파에게 시를 지어줄 것을 부탁하자 소동파는 마지못해 다음의 시로 화답했다.

橫看成嶺側成峰
遠近高低各不同
不識廬山眞面目
只緣身在此山中
옆에서 보니 고개인데 다른 쪽에서 보니 봉우리이네
멀리서 보고 가까이 보아도 산은 그때마다 똑같지 않네
루산의 진면목을 알 수 없으니
단지 이 몸이 산 속에 있을 뿐이네

그 본질이 너무 깊고 그윽하여 소동파도 그 진면목을 알 수 없었다는 루산의 미를 찬미하는시는 이 외에도 4000여 편, 이렇게 루산은 수많은 문인들에게 창작의 영감을 전해 준 정신적인 보고이자 고대의 역사가 배어 있는 풍부한 문화유산이다. 중국의 영혼이 숨쉬는 타이산 역시 수많은 역사적 유적들을 갖고 있지만 태산의 역사경관을 황제들이 창조한 것이라면 루산의 풍부한 문화적 색채는 문인들이 창조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