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과 함께한 선비의 도시, 안동 / 영주 여행












 

한 동안 앞만 보고 달려만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쉬라고 찾아 온 병으로 작은 수술을 하고 나니 주변을 돌아볼 시간이 주어졌다. 이래 저래 지인들과 전화도 하고 오랜 만에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옛 생각과 함께 했던 추억들에 미치도록 그립고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간만에 시간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떠난 여행. 마침 연휴로 이어진 날이라 우리 여행의 목적은 그저 막히지 않고 사람들이 적고 조금은 한적하여 서로를 나눌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뭐 다른 것 필요 없이 운전대를 잡고 스마트폰에서 알려 주는 막히지 않는 도로를 따라 목적지를 찾아보니, 안동, 영주 등이 몰려 있는 중부 내륙으로 가기로 했다.





                                                                           글,사진제공 : Joy Cheng





한국 정신문화의 본고장 “안동”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국적인 마을 중 하나이다. 특히 유네스코에 등재된 하회마을을 비롯해 유형, 무형의 문화재들이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는 유명한 곳 말고, 좀 다른 곳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에 화산(花山) 을 등지고 있는 병산서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병산서원으로 들어 가는 길은 비포장 논길과 강변을 따라 낯익은 풀꽃이며 새소리를 들어가며 길을 따라 들어 갔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살아온 얘기, 지난 이야기들을 나누며 가다 힘들면 조금 쉬며 강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걷는다. 정해진 것이 올래길인가, 좋은 사람과 함께 걸어가는 이 길이 나에게 최고의 올래길이 아닌가 싶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곳에 거주하는 현지인에 따르면 현재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강줄기 공사가 많아 예전의 멋진 풍광이 많이 사라졌다는 설명을 들으니 안타까웠다. 걷다걷다 지칠 즈음에 길은 안동을 휘감아 돌고 있는 낙동강과 절벽을 보여주며 우리를 이끌어 갔다. 그러다가 보기에도 멋진 절벽이 나오면서 아, 이쯤이면 뭔가가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 모퉁이를 돌다보면 갓 쓰고 산길에 잠시 앉아 그 절벽풍경을 내려다보는 선비 같은 모습으로 병산서원이 거기 있었다. 휘도는 강과 깎아지른 벼랑(책을 쌓아놓은 형상이라고 한다)을 적당한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산 어귀에 올라앉은 병산서원. 서애 류성룡이 후학 양성을 위해 풍산에 있던 풍산서원을 병산으로 옮겨왔다.



이때부터 서원의 이름도 병산서원이라 바꿔 불렀다. 병산서원은 서원 안은 너무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어디에서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선비들이 공부하던 입교당 마루, 자연을 향해 활짝 열려있는 만대루, 존덕사 입구 내삼문 앞에서 바라다보는 풍경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시야에 펼쳐지는 자연경관과 어우러짐은 그야말로 비경이었다. 우리는 그 장관에 한 동안 감상에 푹 젖었다. 여행의 또다른 매력인 맛집 찾기. 안동하면 떠오르는 안동찜닭, 갈비, 고등어, 혓재사밥 등등 나름의 미식가라 자부하는 친구들의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얼마 전 구제역 파동도 있고 소를 키우는 사람들의 걱정도 덜어드릴 겸 최상급의 소로 유명한 안동 소고기를 먹기로 했다. 한우의 빛깔이며 마블링 정도 그리고 참숯에서 구워지는 A++급 소고기는 감탄으로는 부족한 표현의 맛이었으며, 특히 특제간장소스로 비벼먹는 육회 비빔밥은 최상급 소고기의 끝을 보여 주었다. 물론 밥만 먹고 가기 조금 섭섭하여 안동소주도 한 잔 옛 선비놀이를 한참이나 즐겼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스마트 폰에서 찾은 안동에서 유명한 빵집을 찾아 아침을 해결하러 길을 나섰고 쉽게 맘모스라는 안동에서 오래되고 유명한 빵집을 찿아 갔다. 1974년에 오픈했다는 이곳은 아마도 우리가 알고 있는 맘모스빵의 시작 혹은 가장 맛나는 곳쯤이 아닐까. 유명세만큼 맛있고 다양한 빵들 특히 금년에 방문한 프랑스 미슐랭 평가에서 3스타를 받은 곳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맛과 전통을 함께 유지하고 있는 곳이었다.



여러 곳의 유명지를 찾아갈까 하다 우리 중 안동 “장씨” 성을 가진 친구의 제안으로 종택과 종가 밥상을 맛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하여 찾아간 안동 장씨 경당 장흥효의 종가 경당종택(敬堂宗宅, 안동을 중심으로 조선 중기 퇴계학파를 이끌었던 영남 유학의 근간이 되는 곳). 종가의 음식 맛을 대대로 전하는 데 일조를 한 ‘음식디미방(1673년 국내 최초 한글 요리서)’의 저자 안동 장씨의 본가이기도 하다. 화려하진 않지만 역사의 손때가 고스란히 남아있고 뒤뜰에 자리잡고 있는 노송은 운치를 더한다.



경상도 내륙지방의 양반가 음식은 기름지지 않고, 모양도 그리 화려하지는 않다. 대신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경당종택에서 받아본 점심상은 잘 지은 밥에 구수한 무국과 문어데침, 갈비찜, 명란젓, 시원한 물김치 등 깔끔한 느낌을 주는 밥상이다. 이날 맛본 18찬 종가음식의 찬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문어숙회와 안동간고등어다. 음식디미방에 나오는 대부분의 음식든은 삶거나 중탕을 하는 등 우리 몸에 좋은 음식이 대부분이다. 소박한 웰빙음식이라 더 좋다.



그 맛을 뒤로 하고 안동에서 그리 멀지않은 영주의 부석사를 갔다.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서기 676년)에 의상조사가 창건한 화엄종찰 부석사는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물인 무량수전을 비롯해 국보5점, 보물6점, 도 유형문화재 2점 등 많은 문화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10대 사찰 중 하나라는 수 많은 찬사지만 우리에겐 사찰 앞에 펼쳐진 굽이 굽이 산등성이의 자연경관은 우리의 마음을 무아의 지경에 빠지게 만들어 버렸다. 또한 지난 10여 년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함께할 친구가 있기에 비록 이 여행을 짧지만 삶의 여행은 아름다운 추억을 가진 긴 여행을 하리라는 서로에 대한 믿음 또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 부석사였다.



비록 갑작스럽게 떠나고, 목적지도 별로 없는 여행이었지만 삶에 대한 그리고 좋은 친구와의 편안한 여행이었기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또한 이 도시의 전통과 역사처럼 우리 삶의 전통과 역사가 된 한편의 추억을 또 만들었다. 이 글을 쓰면서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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