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야








이플실용음악 기타강사 안상면
이플실용음악 기타강사 안상면

배우 한석규를 TV브라운관속 드라마로 만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뿌리깊은 나무' 는 시청할 가치가 있었다. 1995년 드라마 '호텔' 이후 16년 만에 드라마 복귀 작으로 한석규는 세종 이도역을 선택했다. 1994년 '서울의 달' 에서 최민식과 함께 연기한 제비역을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물론 백만 관객 달성의 쉬리나, '나 넘버 투야!' 를 외치던 넘버3 속의 한석규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개성파 연기자답게 한석규식의 가벼운 영화도 있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닥터봉' 등이 그렇다. 한석규의 영화를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영화의 줄거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스타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그의 팬들은 종교를 믿는 사람처럼 새로운 모습의 한석규를 단지 만나고 싶어한다. 그것이 우리가 부르는 '팬(fan)' 열광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저 살아서 숨쉬고 우리의 곁에서 간간히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영화를 선물해 주기를 한석규에게 바란다. 그 팬들은 한석규의 영화가 좋다, 나쁘다 평하지 않는다. 그저 그의 팬으로써 당연히 그의 영화를 감사한 마음으로 볼 뿐이다. 한석규는 그런 팬들에게 세종 이도를 연기하며 주2회, 총 12주, 24회분의 즐거움을 안방에서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분명히 얘기하자면 5회부터 출연했기 때문에 4회는 빼야한다. 배우는 연기로 이야기한다. 그의 움직임, 숨소리 하나 하나가 영화필름 속에 남아있는 한 우리는 한석규라는 이름을 낯설지 않게 보존 할 것이다.

가수 서태지는 90년대의 문화 대통령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더러 서태지가 누군지 모른다거나, 이름은 들어본 적 있다거나 하는 식이다. 세대차이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이상은의 담다디는 누구나 알아야 할 것 같은 노래인데 우리의 아이들은 이상은과 서태지를 잘 모른다. 이제 이들의 팬들은 90년대를 추억하는 직장인이 되었거나 한 아이의 엄마, 자동차를 만드는 엔지니어, 서태지의 뒤를 이은 가수가 되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유행 속에 이제 우리의 곁엔 소녀시대가 그들의 빈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때 서태지는 은퇴라는걸 했었다. 음악가가 이제 더 이상 음악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서태지의 팬들은 실망했다. 그 팬들은 서태지에게 큰 사랑을 주었지만 동시에 부담이 되어 서태지를 짓 눌렀는지도 모른다. 그 팬들은 서태지가 언제나 웃는 얼굴로 '사랑해요' 를 외치는 모습을 상상하며, 변치 않는 충성을 맹세한다. 팬으로써 자신의 스타가 활동하지 못하게 부담을 주었다면 팬의 입장에서는 스타를 볼 수 없고, 그 스타는 자신의 활동을 제약 받기 때문에 서로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

얼마 전 영화 보디가드의 휘트니 휴스턴이 세상을 떠났다. I will always love you를 열창하며 케빈 코스트너에게 안겨 무대를 내려오는 영화 속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마이클 잭슨 역시 2009년 갑자기 사망했다. 1983년 모타운 25주년 기념 공연에서 보여준 그의 문워크는 충격이었다. 이제 다시 그들의 새로운 무대에 감동 받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 이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들이 단 1년만 더 활동 했다면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이만큼 슈퍼스타의 영향력은 크다. 사람의 생을 어찌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팬으로써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너무 가혹 하다. 스타는 팬들에게 천사 같은 존재다. 팬들의 고민을 들어 주고 함께 얘기하며 사랑을 주고 받는다. 스타는 팬으로부터 에너지를 받는다. 그 에너지를 가지고 무대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상을 좀더 밝고 명랑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사랑이 필요하다. 질량 보존의 법칙에 의해 우리가 가진 사랑이 태초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예전에 비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없어져 가슴속에만 품고 살아야 한다면 불필요한 사랑의 에너지일 것이다. 이런 에너지는 다른 방법으로 나쁘게 사용될 가능성이 많기도 하다. 팬들의 가슴속의 사랑을 마음껏 받아줄 수 있는 슈퍼 스타들의 죽음이 안타까운 이유이다. 스타와 팬의 관계는 이런 아름다운 사랑 에너지의 순환인 것이다.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건 꽤 괜찮은 일이다. 왜냐하면 사랑을 마음껏 할 수 있고, 또한 사랑을 하고 있는 본인 자신이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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