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향이 좋아 53세에 창업

찬물에 녹는 냉커피 등 차별화…국내 컵커피 점유율 60% 넘어

"해외 시장 두드리자"…베이징 세븐일레븐 200곳에 납품

올 수출액 100만달러 전망



[한국경제신문 ㅣ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경기 용인에 있는 씨즈커피코리아의 임준서 사장(73)은 53세에 창업해 고희를 넘겼지만 지금도 도전정신으로 충만하다. 남들이 은퇴할 나이에 창업한 그는 어떻게 매출 100억원을 바라보는 기업을 일궜을까.



씨즈커피코리아는 경기 광주시청과 에버랜드 중간쯤에 있다. 행정구역으론 용인시 모현면이다.



약 3500㎡ 부지에 세워진 공장에 들어서니 커피향이 가득 퍼진다. 컵커피, 커피믹스 등을 만드는 공장이다. 독일제 자동화설비가 바삐 돌아가고 설비 앞뒤에서 작업자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1942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임준서 사장은 중동고 경희대를 나와 개인 사업을 하다가 1995년 씨즈커피코리아를 창업했다. 당시 그의 나이 53세.



충북의 교통요지인 제천의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젊은 시절 영월에서 건자재 유통을 하며 돈을 많이 벌었지만 여러가지 사정이 겹치면서 한꺼번에 다 잃었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커피 사업에 관여하게 됐다. 지인과 로스앤젤레스의 한 대학 앞 커피숍에 들렀는데 향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 헤이즐럿향이었다.



그는 주인에게 “커피에서 어떻게 이런 향이 나는지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고 주인은 상냥하게 설명해줬다. 임 사장은 ‘바로 이거다’라며 무릎을 쳤다. 그는 즉석에서 볶은 원두와 헤이즐럿향 3000달러어치를 주문하며 한국으로 실어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확신이 있으면 즉석에서 바로 결정하는 스타일이다. 기업가로서의 ‘동물적 감각’을 발휘한 셈이다.



귀국한 그는 서울 신설동 뒷골목에 조그만 사무실을 얻어 커피 유통을 시작했다. 직접 커피를 짊어지고 남대문시장에 내다 팔았다. 이어 제조업에 나섰다. 삼선교 부근 지하 20여평 규모의 공장에서 커피 제조를 시작했다. 그가 처음 만든 것은 원두향커피였다.



“편의점에 가봐도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가 없어 이 사업을 하면 반드시 시장이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주위에서 뜯어말렸다. 그들은 “도대체 남들이 은퇴하는 나이에 창업하는 것도 무모한 일인 데다 컵커피는 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었다. 컵커피는 마시기엔 편리하지만 만드는 공정은 복잡했다. 다양한 향을 넣은 즉석커피를 컵에 담고 뚜껑 포장지를 다리미로 다려 밀봉했다. 부피가 커서 운반비도 많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남는 게 뭐가 있느냐”는 게 주위의 충고였다.



하지만 그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좋은 제품, 맛있는 제품을 간편하게 마실 수 있다면 왜 성공하지 못하겠는가.’ 남들이 힘들다고 여기기 때문에 이 시장에 뛰어들기 어렵고 그래서 더 성공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킴스클럽을 시작으로 GS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편의점에 속속 입점했다. 금년 9월부터는 베이징 세븐일레븐 200개 매장에도 납품하기 시작했다. 창춘에 이어 중국 심장부를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상하이와 청두에서도 납품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임 사장은 “차 문화에 익숙한 중국 사람들이 점차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며 “세븐일레븐을 베이징법인은 씨즈커피코리아가 한국내 세븐일레븐에 납품하는 것을 확인한 뒤 1년 동안 중국 내 컵커피시장 등을 정밀조사한 끝에 매장에 깔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만간 상하이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사장이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차별화다. 그는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분야에 도전했다. 1999년 인스턴트향 믹스컵제품을 비롯해 티백원두컵커피를 선보였고 2000년 대전으로 공장을 이전한 뒤 카푸치노와 오리지널커피믹스를 내놨다. 이어 찬물에 녹는 냉커피, 냉카푸치노를 선보였고 레모네이드 애플사이다 피치도 선보였다.



그는 동종제품으로 가격싸움을 벌이는 게 아니라 차별화에 주력했다. 생강꿀차 모과차 한라봉유자차 등도 출시했다. 이 과정에서 편의점 등과 거래를 텄다. 그는 “국내 편의점 컵커피 분야에선 시장점유율이 60%가 넘는다”고 말했다.



둘째, 해외시장 중시다. “국내시장에만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대만 홍콩 프랑스 등에 소량으로 수출해오다가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로프스크 등 러시아 수출길을 텄고, 마침내 그가 주력으로 여기는 중국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임 사장은 “올해 수출액은 약 1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셋째, 무역지원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전시회에 참가하고 바이어를 발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비용도 많이 든다. 씨즈커피코리아가 중국 바이어를 만나게 된 것은 지난해 무역협회 주최로 코엑스에서 열린 수출상담회에 참가하면서다. 한국에서 제품을 구매하려는 바이어를 만났고, 이후 중국을 다니며 시장 문을 두드렸다.



부지런함과 도전 정신도 자양분이 됐다. 키 160㎝에 마른 체형인 그는 가만히 앉아있질 못하는 성격이다. 하나라도 더 보고 배우고 확인한다. 집무실에 놓여있는 전기기타도 왕성한 배움의 의지를 보여준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다. 소파 옆 작은 탁자에는 두툼한 스프링 노트 6권이 놓여있다. 이들 노트에는 그가 직접 쓴 영어 문장으로 가득 차 있다. 필기체로 멋지게 쓴 문장이 이들 노트에 빼곡히 적혀있다. 직접 써봐야 머리에 잘 들어온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지금도 틈틈이 영어 문장을 외운다.



그는 창업하려는 사람에게 세 가지를 충고했다. 우선 ‘왕년에~~’라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내가 왕년에 이랬는데~하는 생각을 가지면 절대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사업은 학벌 지식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어서 과거의 영화에 얽매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는 “해당 분야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뒤 자신만의 확신이 있으면 과감하게 도전하라”는 것이다. “너무 많이 배운 사람은 좌고우면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렇다고 무모한 도전에 나서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며 “앞뒤 따지지 않고 무모한 것은 도박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지막으로 “역경을 겪으면 반드시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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