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오는 '글로벌 핀테크 공룡'



美·中업체 이어 '2차 공습'…국내시장 잠식

규제·카드사 기득권에 막혀 토종벤처 신음



[한국경제신문 ㅣ 안정락 기자] 타이완의 최대 온·오프라인 전자결제 업체인 개시플러스(Gash+)와 싱가포르 전자결제 회사인 유페이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 앞서 중국의 1, 2위 전자결제 회사인 알리페이와 텐페이가 국내 영업을 시작한 데 이어 글로벌 ‘핀테크(fintech)’ 업체들이 속속 한국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핀테크란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결제 등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들 글로벌 회사가 국내 ‘스마트금융’ 시장을 파고들기 시작하면 이제 싹을 틔우기 시작한 한국의 핀테크 벤처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 타이완 핀테크 기업 몰려와



9일 IT·금융업계에 따르면 개시플러스는 국내 전자결제대행(PG) 업체인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와 제휴를 맺고 타이완 홍콩 등지의 소비자가 한국 쇼핑몰에서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년 초께 내놓기로 했다.



유페이도 이르면 연말께 한국에서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 유페이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인 유주그룹 계열사다. 유주그룹은 한국에서 쇼핑몰 사이트를 열고 유페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전자결제 자회사인 알리페이는 국내에서 티머니(Tmoney)를 발행하는 한국스마트카드와 손잡고 이달 말부터 선불형 직불카드 형태의 ‘엠패스(M-pass)’를 중국인 대상으로 판매한다.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편의점 대형마트 영화관 카페 등 전국 10만여곳의 티머니 가맹점에서 터치 한 번으로 결제할 수 있는 카드다. 연간 800만명이 넘는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서비스다.



중국 텐센트는 효성 관계사인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와 제휴해 결제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텐센트는 최근 전자결제 담당 부사장 등 5명이 방한해 제주도 관계자들과 간편결제 사업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국 핀테크는 왜 더딘가



이들 글로벌 핀테크 업체는 현재까지는 한국에서 외국인 대상 서비스만 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국내 법인 설립 등을 통해 정식으로 등록, 인허가 절차를 거쳐 한국인을 상대로 결제 서비스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미국의 최대 전자결제 업체인 페이팔은 한국 금융당국과 인허가 여부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핀테크 업계는 페이팔 등 해외 업체들의 진출이 가시화되면 연간 15조원(분기당 약 4조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핀테크 산업 발전이 더딘 이유로 각종 규제 문제 외에도 ‘신용카드의 역설’을 꼽고 있다. 한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신용카드만큼 편리한 결제 시스템은 거의 없다. 해외에서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비밀번호 입력, 신분증 확인 등 절차가 까다롭지만 국내에선 그냥 카드만 건네면 끝이다. 심지어 서명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한국은 카드사를 중심으로 이런 ‘신용카드 천국’에 안주하며 핀테크 산업을 키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핀테크 벤처들이 은행·카드사의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도 송금, 결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제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중소 PG사들이 기득권을 가진 카드사와 제휴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소비자와 공급자가 즉시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에서 ‘갈라파고스적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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