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한국중소기업협회 류현 회장



최근 드라마 '상속자들', '별에서 온 그대' 등으로 한류 열풍이 재점화되면서 왕징(望京)을 비롯해 중국 내 한국 기업들의 경기가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부풀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시장환경, 인건비 상승, 정부의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중국 현지의 우리 중소기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은 한중 양국 정부의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근거지가 없다는 이유로, 중국에서는 비자, 법규 등의 규제가 강화 등으로 인해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베이징 소재 한국 기업인들의 모임인 베이징한국중소기업협회는 현지에서 사업을 하며 겪은 노하우를 공유하고 월별, 분기별로 포럼을 열어 향후 중국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해 꾸준히 대비해 왔다. 개별적으로는 힘들어도 하나로 뭉쳐 한목소리를 내면 그만큼 힘이 생기고 급속도로 변하는 중국의 시장환경에서 노하우를 공유하면 그만큼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올해 새로 베이징한국중소기업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베이징천해성인테리어 류현 법인대표를 만나 한국 중소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며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은 무엇인지를 들어봤다.















▲ 베이징한국중소기업협회 류현 회장




中 사업 22년차 중국통, 韓 중소기업의 생존 비결은?

류현 회장은 1994년 한중합자회사의 주재원으로 처음 중국 땅을 밟았다. 한국에서 건자재 설계에 종사했던 그는 중국 생활을 하며 건축시장의 발전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같은해 8월 베이징천해성인테리어를 설립해 실내 인테리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현지 기업들보다 나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개인주택을 막 가진 중국인들에게는 인테리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할 때였고 중국 특유의 관시(关系) 문화, 복잡한 건축법, 뒷돈 관행 등으로 인해 갖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류 회장은 쉽지 않은 환경 가운데서도 현지에서 한국식 인테리어로 시장을 선도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해 자리를 잡는데 성공했다. 베이징에서 주중한국대사관, 영사관 신청사, 한국국제학교 별관, 포스코센터 등의 인테리어를 담당했으며 2012년에는 시안(西安)에 지사를 설립해 삼성반도체 공장 인테리어 사업까지 진행했다.



중국의 시장환경은 매년 빠르게 변화하고 중국 정부는 외국기업에 대한 행정, 법적 규제를 계속해서 강화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중국 사업이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가운데 중국사업 22년차에 접어든 류현 회장이 생각하는 중국 현지의 한국 중소기업의 생존 방안은 무엇일까?



류 회장은 "분명 성공하기 쉽지 않지만 멀리 보고 크게 보면 중국 사업이 어려워진 것은 아니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중국은 현재 인치(人治) 사회에서 법치(法治) 사회로 바뀌어가고 있으며 최근 한중 FTA 타결로 양국 기업이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경제는 분명 발전했지만 중국인들의 의식 수준, 마인드는 그만큼 개방이 안 됐고 배타적"이라며 "중국 사람들의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지만 그들의 마음과 생각에 맞추려는 자세, 진정성 있는 현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며 "현지에서 믿을 수 있고 함께 갈 수 있는 개인, 기업 등 파트너를 만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차원의 금융적 지원이 필요"

중국 현지 중소기업이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지만 자금의 한계와 국내 정부의 규제 때문에 자생력을 강화하는데 발목을 잡히고 있다.



실례로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지난해 중국 내 중소기업 해외주재원의 역량 강화를 돕기 위한 '중국 주재원 사관학교'를 운영했는데, 당시 베이징 현지의 우리 중소기업은 비용의 30%만 부담하면 되는 파격적인 지원 혜택을 내놨지만 29개 중소기업 중 16개 기업이 한국에 근거지가 없다는 이유로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이를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류현 회장은 우리 중소기업이 근년 들어 중국 시장환경이 급속히 바뀌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부 차원의 금융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두가지를 꼽으라면 '돈'과 '일'"이라며 "'일'은 기업 자체의 경쟁력으로 현지에서 진행해 키워나갈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 내 한국 중소기업은 한국에 근거지가 없다는 이유로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공공기관 자금으로 중국 현지에 담보회사를 설립하고 재중 한국은행에 대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류 회장은 특히 해외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중 경제교류의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겉은 한국 투자기업이지만 중국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기업, 1인 자영업체 등이 많아졌다"며 "개인에게 지원이 이뤄지면 그 사람은 그만큼 돈을 벌게 되고 번 돈은 자연스레 국가로 귀속되는만큼 이제는 해외 중소기업 지원의 개념을 기업이 아닌 국적(개인)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류현 회장은 1962년 대전 출생으로 인천기능대학(현 폴리텍대학)을 졸업하고 1987년 한양그룹에 입사했다. 1993년 베이징천해공업기술처장으로 근무했으며 1994년 베이징천해성인테리어를 설립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2002년 베이징한국투자기업협의회 사무국장, 2008년 베이징한국경제인포럼 부의장, 2012년 재중국한국인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6년부터는 베이징실내장식협회 부회장, 2011년부터는 민주평통 자문위원을 겸임하고 있다. [온바오 박장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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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쭈니 ㅣ2015-02-04 23:31
  • 좋은기사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