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4월의 봄날이다. 베이징의 봄날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3월초에 주변의 푸석푸석한 잔디 속에 파릇파릇한 푸른 색깔이 덧칠하고, 앙상한 버들가지에 가냘픈 연노랑의 새잎이 모습을 드러내는 듯 하는 순간, 봄날은 우리의 가슴에서 영화 화면이 빠르게 돌리기 하듯이 개나리, 목련, 산매화, 진달래, 복사꽃, 제비꽃이 순식간에 피었다가 사라지고 나면, 사과 꽃, 하얀 배꽃에 이어 아카시아 향기가 코 끝을 자극하는 순간 벌써 여름의 길목에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봄철에 어김없이 찾아 드는 황사 바람이다. 황사에 대해서는 뭐라고 더한 설명을 할 것인가? 봄의 훼방꾼, 그리고 건강의 역신... 그러나 최근에야 산업화의 부작용에 의한 각종 오염 물질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있지만, 먼 옛날에는 황사로 인하여 비옥한 대지의 퇴적층이 생기고, 황화와 양자강에 풍부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황화 문명의 근거지였다고 하는 역설에도 일견 공감이 간다. 세상에는 모든 게 나쁘기만 한 것은 없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작금의 황사는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겨울에도 잘 오지 않은 하얀 눈가루가 꽃눈으로 환생하여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다. 신록은 인간에게 기쁨과 고통을 동시에 부여하는 균형을 강조 한다고 해야 하지 않을지.. 혹자는 도시 조경 시 해당 나무의 자웅을 고려하지 않아서 생긴 부작용이라고도 하는데, 자연도 음양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역설이다. 아무튼 그들은 북경의 4월의 또 다른 춘설로서 불청객의 자리를 잡은 것은 확실하다.



봄의 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청정한 대자연의 품이 그립다.



이번에는 마음속에 한번 다녀와야 하겠다고 하면서도 교통이 불편하여 미루고 미뤘던 후베이성(湖北省) 이창(宜昌) 인근에 위치한 신비한 원시림의 보고라 일컬어 지는 '신농가(神农架)’를 향해 배낭을 짊어졌다. 사실 후베이성은 중국의 대륙상 지리적으로 가장 중심 지역으로서, 삼국지를 통해 널리 알려 진 적벽대전, 형주대전, 장판교 대전이 이뤄 진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아울러 볼만한 거리는 '장강 삼협댐', '무당산', '신농가' '황학루' 전통적으로 자연과 역사의 현장이 어우러진 명소들이 많은 곳이다.



4월 19일, 일요일 오전 9시 14분에 베이징서역에서 충칭시로 출발하는 고속철도에 몸을 실었다.



최근에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중국은 여행하기에 참 편리해 졌다. 특히 중국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평균 시속 200~300킬로를 주파하는 고속 철도는 중국 전역을 1일 생활권으로 묶어 주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이창동(宜昌東)역까지 거리는 약 2000킬로미터인데, 운행시간은 7시간 30분이 소요되어, 오후 5시50분에 이창역에 도착하였다. 2등석 좌석이 650위안, 1등석은 930위안으로서 할인 판매 가격인 항공기보다 비싸지만, 중원을 가로지르는 대자연을 두루 살펴보면서 시간의 여유를 즐기기에는 역시 기차 여행이 최고다.



이창동역은 선진화된 최신 시설로서 깨끗하며, 인근에 장거리 버스 정류장까지 세트로 갖추어진 편리한 기차역이다.



최근에 중국 전역을 여행하다 보면 새삼 느낄 수 있는 것은 중국 경제력의 힘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차역 시설 특히 화장실 등 공공시설이 낙후하고 불결하여 불편함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확연하게 정리되고 부족함이 없어서 일견 다행이지만, 중국의 힘에 대해 새삼 두려움이 느껴 진다. 자, 그렇지만 인민들의 생활 속에서야 한꺼번에 바뀔 수는 없지 않겠는가?



중국 여행을 하면서 체득한 경험 중 하나가 공공장소에서 나를 찾는 호객 자에게는 멀리하고, 스스로 몇 군데를 물어 본 다음에 숙소나 교통 수단을 찾는 것이다. 몇 사람의 적극적인 호객 자를 멀리하고 찾아 나선 여관이 하룻밤에 80위안, 조용하고 깨끗하며 온수까지 갖춘 훌륭한 하룻밤이다. 상쾌한 하룻밤을 잘 보내고 오전 9시에 장거리 버스를 타고 신농가가 위치한 무위진(木魚鎭)까지 출발이다. 소요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란다. 약 30분 정도의 도심을 벗어나자 전형적인 산악 지대와 길옆에는 시냇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는 청량하고 한적한 시골길을 버스는 잘도 달리고 있다.



산은 높고, 물은 깊으며 고요함 속에 신비스러운 기운이 물씬 풍겨 자연의 풍성함이 온몸으로 전달되는 상쾌함이다.



3시간 반의 버스 여행은 지루하지 않았다. 신비로운 자연 풍광 속에서 졸 틈도 없었지만, 특이하게도 기사는 차내 영화를 감우성, 김수로가 주연한 '쏜다' 라는 비디오를 상영하여 지루하지 않았다. 뭐 그렇게 재미있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차내 중국 승객들은 화면에서 눈길을 돌리지 않고 있다.



자, 신농가의 집성촌, 무위진에 도착했다. 상주인구는 3천명 정도의 전형적인 관광용 산촌 마을이다. 버스 승강장에서 호객하는 여인들 사이에서 비교적 신뢰감 있어 보이는 할머니를 따라 졸졸 따라가 보니, 민용 아파트 한 가구를 통 채로 빌려서 손님을 받고 있다. 큰 방에 화장실 별도, 온수 나오고 조용하면서 가격은 80위안, 하오다.















▲ 신농가




자, 이제 '신농가(神農架)'를 어슬렁거릴 때다. 우선 신농가에 대해 서술해 보도록 하자.



호북의 명산 '선눙자‘는 이름처럼 유구한 역사와 신비하고 화려한 비경을 자랑하는 중국 명산 중의 하나로서 후베이성 서북부에 자리잡고 있으며, 북쪽으로 漢水와 접해 있고 남쪽으로는 長江을 굽어보는 이 원시림 풍경구의 면적은 3,250 평방 킬로미터다. 전설에 의하면 상고시대에 신농씨 (일명 炎帝)가 이곳에서 여러 가지 약초를 맛본 후 백성들의 병을 고치기로 하였으나, 약초들이 가파른 고봉 절벽에 있음으로, 약초를 캐기 위한 장치로 나무를 베어 틀을 세워 약초를 캤기 때문에 신농의 '架' 라고 칭했다고 한다.



상고시기 선눙자는 바다였으며, 연산(燕山)과 히말라야 조산 운동에 의해 육지로 솟았다고 한다. 신농가 산맥은 해발이 1,500미터 이상이고, 그 중 2,500미터 이상인 산봉우리가 20여 개, 최고봉인 신농정(神農頂)은 해발 3,150미터로서 '화중 제일 봉'이나, 차량이 그곳까지 통과 할 수 있도록 도로가 뚫리는 희극과 비극(?)의 현장이다. 신농가에는 원시림으로서 기이한 동식물이 자생하고 있으며, 한때 원시인이 출몰 한다고 하여서 중국 과학원에서 실지 조사에 나선 적도 있으나, 현재는 연출 복장의 원시인들만이 호기심 많은 관광객 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선눙자에는 여름에도 모기가 없다고 자랑한다. 그 이유로는 선눙자에 산재한 기이한 약초 향 때문이라고 하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이번 여행기간 동안 선눙자에서는 모기 한 마리 못 만났고, 의창에서만 독한 모기 만나서 고생하였다.















▲ 신농정




선눙자의 볼거리는 '화중제일봉'의 신농정, 웅위롭고 장엄한 홍평계곡, 불교와 도교의 깊은 맛이 스며 나는 관문하협곡, 깊은 계곡 속에 풍성한 자연의 원시림과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시원스럽게 흐르는 각종 계곡 (野馬河협곡, 陰谷河협곡, 香溪河 협곡 등),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민감하고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고원의 호수인 大九湖가 있으며, 마지막으로 신농가의 상징물인 대형 조각물이 있는 신농단 등으로 볼거리는 무궁 무진하다.



4월 중순이 지난 남방 지역은 이제 여름의 초입으로 접어 들어가는 시기지만, 해발 1500미터 이상에 위치한 선눙자 산맥의 명소는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차가운 겨울 날씨였다. 특히 이곳은 기후 변화가 심하여서 햇살이 얼굴을 잠시 내비친 듯 하다가도 어느새 안개 구름이 파도처럼 밀려와서 한치 앞을 볼 수 없었고, 어느새 비구름이 넘실대더니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는 듯 하여 마음이 심란 하다가도, 따스한 햇살이 마음을 녹여 주는 고원 산악 지대의 변화 무쌍함은 인생사의 다변함과도 유사하였다.  



선눙자에서 명승지를 전부 돌아 보는 데는 150위안이며, 3일 내에 시간을 가지고 돌아 볼 수 있으나, 경내를 운행하는 교통편이 원할하지 못하여 현지 관광 회사를 통해 다른 팀과 합류하여 10인승 봉고차로 움직여야 했다. 선눙자에서 2박3일간의 관람을 모든 명소를 다 둘러 보기에는 다소 짧은 시간이었지만, 보고 싶은 곳, 느끼고 싶은 곳은 충분하였다. 꼭 모든 곳을 다 봐야 하는 행복 한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선눙자, 자연의 풍성함을 온몸으로 체험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기회가 있다면 木魚에서 버스로 4시간 (250킬로미터) 정도 가면 볼 수 있는 우당산(武堂山)을 한 코스로 잡아 5박6일 정도의 여행 일정이라면 중원의 역사와 자연의 깊은 맛을 음미 할 수 있는 곳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3박4일의 선눙자의 여행을 마치면서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마음은 상쾌하지만 선눙자에서 체득한 봄과 대자연의 깊은 느낌을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여, 작고하신 법정 스님이 인용하신 조선시대 喚醒志安 선사께서 읊으셨다는 禪 詩 한 구절을 인용함으로써 마음을 대변해 볼까 한다.





봄 구경

지팡이 끌고 깊숙한 길을 찾아

여기저기 거닐면서 봄을 즐기다

돌아 올 때 꽃 향기 옷깃에 배어

나비가 훨훨 사람을 따라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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