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광복 이전까지는 한자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 일본어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같은 땅에 살아도 사람값이 달랐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한국어를 말하고 쓰는 당당한 하나의 국민이 되었다. 우리의 정체성인 우리말 우리글을 쓰면서 함께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거기에 경쟁력을 더 하기 위하여 영어를 배우고 중국어를 배우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우리말과 글을 지키는 것이 나를 지키고 우리 역사를 지키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서 글이 얼마나 우수한 글자인지 알아보기로 하자.
나는 매일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출퇴근하고 있다. 역마다 한글로 지명을 쓰고 그 밑에 로마자로 적어 놓았다. 필경 외국인들에게 지명을 알리기 위해서일 것이다.'신길'역에 'singil'은 '산길'이라 읽을 것이다.그러나 이것은 '상일'역을 적은 것이다.
우리 생각일 뿐 '신길' 인지 '싱일' 인지 '산길' 인지 도무지 분간 할 수 없는 것이다. 한글은 소리마디와 글자마디가 일치하기 때문에 그런 혼란이 있을 수 없다. 흔히 영어 알파벳이라 불리는 로마자는 소리글자이기는 하되 글자를 보고도 읽을 수 없는 반벙어리 소리글자이다.
'a' 자 하나만 하더라도 낱말에 따라서 예닐곱 가지의 다른 소리로 읽힌다. '아'(apart)로 읽히기도 하고, '어' (about)로 읽히기도 하고 '애' (and)로 읽히기도 하고, '오' (all)로 읽히기도 하고, '에이' (april) 로 읽히기도 하니 소리글자이기는 하되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소리글자이다. 그러나 단어마다 그 소리가 무엇인지 발음 부호가 필요한 것이다. 발음부호가 필요 없는 국어사전이야말로 한글의 우수성을 그대로 말하는 것이다.
또, 한글은 글자 모양이 비슷하면 소리값이 비슷하다. ㄱㅋㄲ, ㅂㅍㅃ, ㄷㅌㄸ 글자 모양이 비슷하니 소리값이 비슷하다. 그래서 배우기 쉽고 쓰기 쉬운 것이다. 그런데 로마자 C,K,G,Q는 모양이 전혀 다른데 소리값이 비슷하니 그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 한글은 필요에 따라 가로쓰기, 세로쓰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로마자나 아랍문자는 가로쓰기만 , 만주문자·몽골자는 세로쓰기밖에 할 수 없다.
나는 대학원 재학시절 만주문어를 공부한 적이 있다. 같은 자모라도 단어의 어두에 오는 경우와 어중에 오는 경우 , 어말에 오는 경우 글자 모양이 전혀 달라 종강에 이르도록 알파벳을 분간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소리글자인 한글은 우리 한류 문화와 함께 필연코 세계로 흘러갈 것이다. 고대 희랍문자가 최소의 소리글자로 고대 서양 문화를 이끌었듯이, 중세로마자가 천 년 로마 문명을 이끌었듯이, 근세 영어 알파벳이 세계문명을 주도했듯이 한글은 필연코 21세기 세계 문명을 이끄는 위대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세계의 변방이 아니라 한류문화의 중심에 있다. 한글이 바탕이 된 한류 문화의 힘은 끝없이 세계로 퍼져 나갈 것이다. 10여년 전 인도네시아의 문자가 없는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배워 그들의 말을 적는다는 소식을 듣고 감격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젠 지나간 이야기일 뿐이다.
지금 세계에는 1,000여 곳이 넘는 대학에 한국학과가 개설되어 있고 세종학당을 비롯하여 4,000여 곳이 넘는 공식, 비공식 기관에서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중국절강성에 있는 월수외국어대학 한국학과는 재학생이 1,600여 명이 넘는데 이와 비슷한 대학이 중국에만 250여 곳이 있다. 몽골의 경우는 30여 개에 달하는 모든 대학에 한국학과가 개설되어 있고 한국어, 한글을 가르치는 초등학교도 적지 않다.
한국어, 한글 한류문화의 열풍은 지난해 (2014) 한국어 능력시험에 응시한 외국인이 61개 나라에서 17만 명에 달하는 것만 보아도 한글, 한국어, 한류문화에 대한 열풍이 얼마나 뜨거운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19세기 말과 20세기에 걸쳐 굶주린 백성이 되어 세계에 흩어진 700만이 넘는 해외 동포들은 그대로 한글문화를 전파하는 파수꾼이 될 것이다. 세계 방방곡곡에 흩어진 동포들이 발간하는 우리말 한글 신문을 정부는 더욱 책임 있게 후원하고 가꾸어야 할 것이다. 이들이 우리 세종학당과 유기적으로 협동 할 때 세계속의 한글의 시대, 한민족 한류 문화의 시대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찬란하게 우리앞에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