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 1만여 도서 기증 약속지킨 시진핑



책 종류 1861종…日 과거사 22종

美 관련 책은 '좋은 기억'만 담아



中 전통만화로 된 역사서 등

국내서 보기 힘든 자료 상당수



[한국경제신문 ㅣ 오형주 기자] 9일 서울대 중앙도서관 임시서고에는 중국어 책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보낸 책들이다. 시 주석이 지난해 7월 서울대 강연에서 약속한 대로 장서 등 1만여점을 기증한 것이다. 이른바 ‘시진핑 컬렉션’이다. 이 책들은 주한 중국대사관을 거쳐 지난달 서울대에 도착했다. 당초 기대됐던 희귀본이나 고서적보다는 최근 출간된 역사서 등 동북아 정세와 관련한 메시지를 담은 책이 많았다. 일본과 관련해 과거 전쟁범죄 등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킨 책이 다수 포함된 반면 미국에 대한 책은 주로 ‘좋은 기억’이 담겼다.


















중국이 서울대에 보내온 자료는 1만52점으로 도서는 9297권(1861종)이다. 한국경제신문이 해당 도서 목록을 분석한 결과 한국과 미국, 일본을 다룬 책의 수량과 내용 면에서 차이가 컸다.



먼저 책 제목에 ‘일본’이 들어가 있는 책은 22종으로 한국(9종)과 미국(6종)보다 많았다. 이 중 17종(약 77%)이 중·일전쟁(1937~1945) 때 일본의 전쟁범죄·세균전·전범재판 등 부정적 과거사에 대한 것이다. ‘일본 전범의 중국 침략범죄 고백’은 작년 7월 중국 국가기록보관소가 처음 공개한 일본 전범의 자술서를 담았다. 작년 새롭게 발표된 일본군의 난징(南京)대학살 증언 자료나 731 세균전부대 관련 서적도 다수 포함됐다. 올해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중국의 일본에 대한 ‘과거사 공세’의 연장선으로 분석된다.



반면 ‘미국’이 제목에 들어간 책 6종엔 부정적인 내용이 드물었다. 절반인 3종은 중·일전쟁 당시 미국이 항공 의용대인 ‘플라잉 타이거스(飛虎隊)’를 조직해 일본과 전쟁 중이던 중국 공군을 도운 일화 등 미·중이 함께 일본에 맞선 역사를 담고 있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미·일 동맹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중이 과거 일본으로부터 침략을 받은 공동의 아픔이 있다는 점을 각인시켜 한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서울대 강연에서 “일본의 야만적인 침략전쟁으로 한·중 양국 국민은 큰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이 중·미 간 군사협력 사례를 강조한 것은 미국과 충돌하기보다는 협력해 ‘신형(新型)대국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시진핑 주석이 서울대에 보낸 장서에는 역사뿐 아니라 문학·예술·자연과학·공학 등 여러 분야가 망라됐다. 이날 임시서고를 찾은 이강재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중국 전통만화인 연환화(連環畵)로 된 중국 공산당 초기 선전물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자료가 상당수 있다”며 “중국 근현대사나 회화, 건축, 예술 등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오는 9월 중앙도서관 내에 ‘시진핑 주석 방문 기념 자료실’을 설치할 계획이다. 서울대가 특정 기부자 명의의 자료실을 만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달 1일에는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가 서울대를 방문해 한·중 관계를 주제로 특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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