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취소 잇따라…국내 여행사 등 피해 속출


리솜골프리조트에 문제 시설 원상 복구 요구도

금호타이어오픈 열릴 웨이하이포인트도 '속앓이'



[한국경제신문 ㅣ 이관우/최병일 기자] 중국 산둥성 정부가 골프장 일제 점검을 이유로 관내 골프장 영업을 한 달가량 전격 중단시켜 국내 여행사와 리조트 운영기업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1시간 남짓 걸리는 산둥성은 국내 골퍼들이 연간 4만~5만명씩 찾는 인기 골프여행지다.



12일 골프장업계와 여행업계에 따르면 산둥성 웨이하이(威海)에 있는 ‘리솜골프리조트 웨이하이’가 지난 9일부터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웨이하이시 정부가 중장비 업체를 동원해 포크레인으로 골프장 페어웨이를 모두 갈아엎어 영업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리솜리조트는 2009년 웨이하이 현지 기업으로부터 18홀 규모의 골프장과 호텔 등 리조트 시설 전부를 인수해 영업하고 있다.



하지만 시 당국은 일부 골프장 시설이 인허가 규격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지난해부터 문제 시설에 대한 원상복구 조치를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리솜리조트 관계자는 “웨이하이시와 외자유치 계약을 맺는 등 합법적인 투자로 리조트를 인수해 운영해왔는데 시의 방침이 강력한 단속 쪽으로 갑자기 돌변해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리솜리조트는 외교부와 현지 영사관을 통해 중국 정부가 실력 행사에 나선 정확한 배경을 파악하는 한편 대책 마련에도 착수했다.



산둥성 당국은 중앙정부의 지침에 맞지 않는 골프장을 선별하기 위해 성 전체 골프장의 일시적인 영업중단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리솜골프리조트 외에 웨이하이의 웨이하이포인트CC와 톈푸(天福)CC, 칭다오의 진산(金山)CC 등 영업을 중단한 골프장이 산둥지역에만 최소 1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웨이하이에서 골프 모임을 계획했던 국내 부동산개발사 대표는 “투자협상을 위해 12일부터 국제회의와 주말라운드를 겸한 관광을 계획했는데 여행사로부터 갑작스럽게 일정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급히 다른 골프장을 알아봤지만 웨이하이지역에 있는 다른 골프장도 모두 영업정지 상태여서 계획을 부득이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리조트가 운영하는 웨이하이포인트CC는 다음달 3일부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인 금호타이어오픈이 열리는 곳이어서 비상이 걸렸다. 금호리조트는 이달 말까지 임시 휴장하기로 해 대회 개최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를 배제할 수 없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방침이 언제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임시 휴장으로 일반 골퍼들의 이용이 불가능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유감이지만 대회 준비에는 문제가 없도록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골프장을 환경 문제와 수자원 고갈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대대적인 불법 골프장 색출 및 폐쇄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선양과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 후베이 등에서 50여개 골프장이 강제 폐쇄되거나 영업정지 조치를 당했다. 이로 인해 현지 골프장 회원권 투자자와 골프장 운영 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1990년대에 외자유치를 위해 골프장 건설을 장려했다. 하지만 골프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환경오염과 식수 부족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자 2004년부터 정규 골프장 건설을 전면 금지하는 시행령을 공포했다.



그런데도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04년 178개였던 중국 골프장은 지난해 말 585개로 늘었다. 중앙정부가 파악하지 못한 골프장을 합치면 1000개가 넘는다는 얘기도 있다. 중앙정부의 방침과 달리 지방정부가 골프장 조성을 허가해주는 등 정책 엇박자가 났다. 기업들도 이 틈을 타 단순 리조트로 허가받은 뒤 골프장을 조성하거나 9홀로 허가받은 것을 18홀로 만드는 등 불법·편법이 많았다고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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