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휘(이화여대 국제학 교수)




최근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성과가 있었다. 지난 6월 23일 유엔 북한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 Office-Seoul)가 서울에 문을 연 것이다. 인간의 삶의 질을 논할 때 가장 기본적인 출발이 인권을 둘러싼 관심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지 못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인권문제를 통한 접근이 북한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 인권문제가 안고 있는 사안의 민감성으로 인해, 북한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악영향을 준다는 우려가 있었다. 



2013년 초에 활동을 시작한 UN 산하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1년에 걸친 노력 끝에, 작년 2월 자세한 북한인권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당시 COI의 출범을 둘러싸고, 남북관계의 경색을 예상하는 우려의 시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호주 대법관 출신인 마이클 커비 위원장의 노력과 헌신의 결과로,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쉽게 정착될 수 있었다. 보고서 출간 이후 유엔인권이사회(UNHCR)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기에 이르렀고, 그 구체적인 실천 사항의 하나로, 우리 정부와 UN은 서울에 북한인권사무소를 개설하기로 최종 합의한 것이다.




우리가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자명하다. 북한 정권의 비민주적인 리더십으로 인해 북한 주민이 반인도적 피해를 겪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모른 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일은 한국과 국제사회 모두의 관심이 아닐 수 없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과 접근에서, 한국 정부는 가끔씩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분리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북한 인권 문제가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판단된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 북한주민들의 인권 상황 개선을 통해 그들이 보다 나은 삶의 조건 속에 놓이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이러한 노력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의미 있는 성과의 하나라고 확신한다.   



또한 북한 인권 문제의 경우 한국과 국제사회 사이의 긴밀한 협조체제의 구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때로는 북한과의 직접 협상을 강조하는 양자 관계가 중요한 경우가 있고, 또 때로는 여러 국가가 함께 동참하는 다자관계가 중요한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인가의 문제는, 해당 정책 영역의 성격과 특징에 달려있다고 본다. 그런데 인권문제라는 정책은 인류보편적인 성격을 가지는 사안이므로, 한국적 기준과 국제적 기준이 다를 수가 없다. 따라서 인권 문제에 관한한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조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



국내외 일부 사람들은 북한인권사무소 개소로 인해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고, 그 결과 남북한 관계가 더욱 경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단기적으로 보자면 이러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긴 안목에서, 비록 일시적으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북한 주민의 행복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길이라면, 한국 정부는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고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다. 표면적으로는 핵문제의 장기화를 포함하여 북한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는 북한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 걸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지금 당장 눈앞에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남북한 사이에 신뢰의 성이 쌓이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번 북한인권사무소 오픈이 북한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계기가 됨은 물론,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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