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카우룬 시티(Kowloon City)의 한 공공주택 수돗물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 성분이 검출된 이후로, 홍콩 공공주택의 수돗물 안전성에 대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홍콩 민주당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공공주택단지인 카이쳉췬(啟晴邨) 7개 동의 음용수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3곳에서 WHO 기준치를 초과한 납이 발견됐다”고 폭로했다.



옝이우홍(應耀康) 주택서(房屋署) 서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네 동에서 수돗물 1리터당 11~23마이크로그램의 납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납 허용 기준치는 1리터당 10마이크로그램이다.







<수돗물에서 납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공공주택단지 카이쳉췬(啟晴邨)> 



옝 서장은 “임산부와 모유 수유 중인 어머니, 6세 이하의 아동에게는 정부가 생수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납중독은 내부 장기와 신경계에 손상을 주며, 특히 어린이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정부는 납이 검출된 수도관을 폐쇄했다.



옝 서장은 “파이프 연결 부분에서 납이 발견된 건물 두 동은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 건물이었고, 수돗물에서 발견된 납 수치로 미루어 보았을 때, 장기간을 (수돗물을) 복용한다고 해도 중독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애써 주민들을 안정시키려 했다.



홍콩정부는 “관련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같은 단지 안의 한 건물에서 레지오넬라균이 검출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홍콩정부는 12일 “문쳉로우(滿晴樓)에 거주 중인 한 남성(72세)이 현재 레지오넬라균 감염으로 입원 중”이라고 밝혔다. 위생방역센터(衞生防護中心)는 “이 남성의 집에서 채취한 수돗물 샘플과 같은 건물 1층에 위치한 식수 탱크에서도 레지오넬라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카이쳉췬 주민들이 건물 밖 소화전에서 사용할 물을 뜨고 있다. (사진=www.bastillepost.com)> 



이처럼 지속적으로 문제가 불거지자 카이쳉췬 주민들의 불만과 불안은 극에 달한 상태다. 800여명에 달하는 카이쳉췬 주민들은 홍콩정부의 조사를 신뢰하지 못해 지난 19일 쿤통(Kwun Tong)에 있는 한 병원에 몰려가 체내 납 수치 여부를 조사받기도 했다.



또한 홍콩정부가 다른 지역의 공공주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콰이칭(Kwai Ching), 샤틴(Sha Tin), 아우타우콕(Ngau Tau Kok), 침사추이(Tsim Sha Tsui) 등지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납이 검출되면서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납 수돗물 해독법’에 관한 유언비어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홍콩정부의 대책은 지지부진이다. 홍콩정부는 이번 사건의 조사에 대해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사건 발생 후 3주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위원도 선정하지 못한 상태다.







<21일 기자회견을 갖는 렁춘잉 행정장관>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은 오늘(21일) 기자회견에서 “전문가 팀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전문가 팀은 어떻게 식수에서 납이 검출되게 됐는지를 철처하게 조사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며, 조사위원회 위원은 정치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한 상태로 행정회의를 통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타임스 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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