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코멘터리]
비자금 금고 역할 39호실 산하 무역회사가 독점해 외화 흡수

[데일리 엔케이 ㅣ 최송민 기자] 북한 평양과 각 도(道)의 주요도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외화식당·상점은 ‘인민봉사’ 기관이라기보다는 북한주재 외교관 및 외국인 관광객, 국내 돈주(신흥부유층)들의 주머니를 털어내기 위한 수단이자, 김정은의 비자금을 마련하는 ‘외화수거’ 창구다.

예를 들어 해외주재 북한외교관, 외국출장 간부들은 국내에 한 번 들어오면, 상급 간부들이 연락을 해댄다. ‘한턱’을 내라는 이야기다. 이렇게 불려나간 간부들은 외화식당에서 한 끼(1인 기준)에 700~1000달러에 육박하는 식사비용을 내야 한다. 어떤 간부는 평양 옥류관 연회실에서 1병에 3000~5000달러하는 포도주를 사라고 은근히 강요한다.

심지어 이런 ‘상급 간부에게 식사 상납’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매일 다른 간부들이 불러대고, 응하지 않으면 어떤 불상사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외화를 써대야 한다. 때문에 2010년대 초엔 한 번 북한에 들어가면 ‘식사비용으로만 기본적으로 3만 달러는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간부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돌았다.

또한 대성백화점, 낙원백화점, 광복백화점을 비롯한 각종명칭의 외화상점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도 적지 않다. 시장에서 볼 수 없는 고급 외제를 고위 간부들에게 뇌물로 바치는 문화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위 간부들은 해외주재 간부들에게 이탈리아 신발, 프랑스 향수, 일본 피아노와 전자제품, 유럽산 식품 등을 선물로 바쳐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요구한다. 일단 당(黨) 간부부 간부들은 ‘내가 해외 파견을 위해서 힘썼는데, 인사없냐’고 이야기한다. 해외로 가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암시를 통해 압박하는 것이다.

또한 이런 압박은 간부부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상검열과 조직생활을 담당하는 ‘조직지도부’ 눈 밖에 나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에 따라 간부부에 바쳤던 뇌물과 비슷한 상품을 바쳐야 뒤탈이 없다.

이처럼 해외파견 간부들이 소지하고 있는 외화는 외화상점과 식당을 통해 결국 수거(?)된다. 외화상점, 식당은 39호실 산하 대외봉사총국을 비롯한 관광총국, 대성지도국, 낙원지도국, 모란지도국, 선봉지도국, 무력 부의 강성무역 등 특급무역회사들 만이 독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간부들이 소지하고 있는 외화는 결국 김정은의 비자금 금고 역할을 하고 있는 노동당 39호실로 흘러들어가게 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김 씨 일가(一家)는 달러 비자금 확보에 주력하면서 일종의 이탈행위에는 잔혹한 모습을 보여왔다. 일례로 2010년 철도성 조직비서 집에서 30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적발됐고, 북한 당국은 가차없이 총살했다. 표면적으로는 당의 경제정책에 손실과 지장을 초래했다는 이유를 댔지만, 최고지도자에게 외화를 바치지 않고 개인이 거금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게 본질적일 이유일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 외교관들은 특권을 남용해서 해외에서 마약, 고급 술, 금괴, 전자제품 등을 밀수하면서 외화를 벌고 있다. 김정은은 본인의 비자금 창고를 풍족하기 위해 각국에서 자국을 대표하는 외교관들에게 불법행위를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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