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은행이 김정은의 비자금 창구인 노동당 39호실의 해외사업 및 북한의 각종 에너지개발 사업에 깊숙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진 홍콩의 거물급 브로커의 계좌를 1년째 동결 중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HSBC는 '중국 최고의 신비상인'으로 알려진 쉬징화(徐京华)와 그의 사업 파트너인 펑완쥔(冯婉筠)이 관리하고 있는 모든 계좌를 1년째 동결 중이다.

이는 이들이 엄중한 금융범죄에 연루된 혐의로 조사받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지난해 7월, 쉬징화가 부패관료의 비리와 관련됐다는 혐의로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체포됐다고 전한 바 있다.

HSBC는 지난해 3월 미국 관련 부문이 "쉬징화가 지난 2014년 4월 짐바브웨의 무가베 정권의 불법 다이아몬드 거래와 연루됐다"며 쉬징화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자, 곧바로 계좌를 동결했다. 쉬징화는 당시 이같은 혐의를 부인했다.

이후 쉬징화와 펑완쥔은 홍콩 법원에 계좌동결 해지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지만 홍콩 법원은 지난주 쉬징화와 펑완쥔의 계좌 동결해지 요구를 거부했다.

법원 측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동결을 거부한 이유는 관련 계좌에 예금된 액수의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으로 쉬징화의 계좌 중 한 곳에는 무려 8천7백만달러(1천35억원)의 자금이 예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쉬징화가 이끄는 퀸스웨이그룹(Queensway Group, 金钟道集团) 측은 이에 대해 "동결된 계좌는 쉬징화와 펑완쥔의 개인 소유"리며 "HSBC의 결정은 다른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쉬징화는 지난 2003년 중국의 국유 에너지기업인 시노펙(中石油)의 석유채굴 사업을 중개하며 막대한 이득을 챙긴 것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유전개발, 에너지·인프라 개발 사업 등을 중개하며 매건마다 수십억달러(1달러=1천1백원)에 이르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후 쉬징화는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 주요 국가의 지도자와 맺은 친분을 바탕으로 이들이 두바이, 모스크바, 북한과 관계를 맺는데도 도움을 줬다.

특히 북한에서는 지난 2006년 평양에 초고층빌딩들을 건립하는 'KKG 거리(KKG Avenue)'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며 김정은 일가의 비자금 창구인 노동당 39호실과 깊은 관련이 있는 'KKG' 프로젝트에 관여해왔다.

그리고 퀸스웨이와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의 합작 기업인 차이나 소나골(China Sonangol)이라는 기업이 북한에서 지속적으로 석유 탐사 작업을 벌여왔다. [온바오 한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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