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한 남성이 400만위안(7억3천만원) 가량의 주택을 구입할 생각으로 부동산회사에 가서 문의했더니 해당 주택의 가격을 갑자기 420만위안(7억7천만원)으로 올렸다. 고려 끝에 다음날 계약하러 갔더니 또 다시 10만위안(1천8백만원)을 올렸다."

"광저우(广州)의 신축 고급주택 모델하우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 통제를 위해 추첨을 거쳐 사람을 들여보낸다. 한 여성이 운 좋게 모델하우스에 들어갔지만 허용된 시간은 3분뿐이다. 전체 124가구의 평균 가격은 200만위안(3억6천5백만원) 가량인데 30분만에 매진됐다."

최근 중국 주요 언론이 헤드라인 뉴스로 중국 1선급 도시를 중심으로 불어닥치고 있는 부동산 광풍의 일면을 보도한 내용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재 중국 대도시에 불고 있는 가격 폭등 바람을 소개하며 "중국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형성되고 있으며 이같은 거품이 터지면 전세계 경제가 흔들릴 것"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선전시(深圳市)의 경우에는 최근 1년 사이에 집값이 무려 53%나 급등했으며 상하이와 베이징도 각각 21%, 11%씩 상승했다. 신문은 "선전시의 경우에는 일본 도쿄에서 한창 부동산 버블을 보였을 때보다 더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중국 부동산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된 가운데서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같은 폭등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통계에 따르면 앞서 두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던 부동산개발 투자규모가 급감하고 있지만 대도시 이외 지역에서는 대량의 주택재고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월말 기준으로 약 740㎢에 달해 일본의 최대 호수인 비와호(670㎢)를 넘어섰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기업 화난청(华南城) 량만린(梁满林) 회장은 "재고를 줄이다 보면 많은 지방도시에서 부동산 시세가 사상 최저 권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대도시는 부동산 거품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선전시의 경우에는 신규주택의 90%가 분양과 동시에 완판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주택 구조, 방의 방향 등은 이미 부차적적인 문제가 됐다. 현지 중산층의 월수입은 평균 8천위안(146만원)이지만 주택융자 상환액은 월평균 9천위안(164만원)에 이른다.

상하이에서도 시민들이 집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가 하면 시내 각지에 있는 부동산거래센터에는 세금 문제 등을 알아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는 광경도 드물지 않다.

이같이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중국 정부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하이시정부 한정(韩正) 당서기는 지난 6일 "상하이 주택시장에 비이성적인 과열 현상이 나타났다"고 경고했으며 선전시정부 마싱루이(马兴瑞) 당서기 역시 "향후 주택공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지난 2012~2013년에도 부동산 폭등세를 보인 바 있다. 당시 관련 부문은 과세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해 폭등세를 진정시킨 바 있지만 중국경제가 부동산 의존도가 높은만큼 경제구조 조정에 대한 우려가 커졌었다.

신문은 당시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가격거품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인민은행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싼야(三亚)를 제외한 도시에서는 주택융자를 받을 때 계약금 최저비율을 종전 30%에서 20%까지 단계적으로 완화했다. 선양시(沈阳市)의 경우에는 대학졸업 후 5년 이내에 집을 살 경우 계약금 없이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부동산 부양에 나서고 있다.

반면 나머지 도시의 계약금 최저비율은 여전히 30%지만 인구 유입에 따른 일정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자금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계약금이 부동산 버블 붕괴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계약금은 금융기관과 빌리는 쪽 모두의 리스크를 억제하기 위한 안전장치인데 최근 부동산 가격이 폭등세를 보이면서 이 계약금마저 부동산개발회사, 중개업체로부터 빌리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이같은 계약금 규모가 1억위안(18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융자 이율이 무려 10%를 넘지만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용자가 전체의 30% 가량 된다.

신문은 "장기투자자가 많지 않은 중국에서는 개인의 투기자본이 위력을 발휘한다"며 "이들은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오른다고 생각하면 한꺼번에 그쪽으로 몰려 거품을 형성하고 관련 부문이 개입해 거품이 터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해 왔는데 이와 같다면 미래 역시 똑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바오 한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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