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은 이미 노동력집약형 기업이 됐다"

모토로라 중국 본사는 2007년 8월 왕징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그의 이웃기업은 지멘스, 소니, 에릭슨, 노텔네트워크스, 솽허(双鹤)제약 등으로 이들은 이미 부유한 왕징의 상징과 핵심이 됐다. 그렇지만 갈수록 많은 상업부동산이 유입되면서 IT 기업도 대규모 진입해 왕징의 새로운 이미지로 부상했다.

왕징소호 맞은편에 위치한 'QR 거리'는 "QR코드 스캔하면 선물 드립니다!"는 문구로 일순간에 베이징의 새로운 관광지가 됐다. 매일 낮, 직장인들의 낮 휴식시간인 이 시간에는 이 거리가 가장 활발한 시간대이다. 성수기에는 몇십개의 O2O 기업이 이 곳에 가판대를 세우는데, 대다수가 왕징소호에 입주한 기업들이다. 왕징소호 측의 통계에 따르면 타워3의 경우, 인터넷기업의 입주 비중이 무려 90%에 달한다.

더욱 주목을 끄는 것은 알리바바, 메이퇀(美团), 우버(Uber), 모모(陌陌), 58타운(同城), 씨트립(携程) 등 대규모 IT 기업이다. 한 IT기업 관계자는 "중관촌(中关村, 베이징의 전자상가 밀집지역), 궈마오(国贸) 등 지역에는 이미 대규모 인터넷기업이 있을 수 있는 공간과 새로운 오피스텔 공간이 없다"며 "지난 몇년간 IT기업이 자리를 잡으면 직원 수도 그에 따라 불어나는만큼 IT 기업은 이미 노동집약협 기업이 됐다"고 밝혔다.

비용을 더욱 절감해야 하고 부동산은 고속으로 확장되는 이러한 시기에 왕징은 하나의 괜찮은 선택이 됐다. 여기에 왕징 비즈니스구역은 중관촌 IT기업에 우대 정책을 시행해 국내외 IT 기업의 본사 및 연구센터를 유치했다.

이 관계자는 "아마도 중관촌과 비교하면 왕징은 아직 IT 기업의 밀집 비중이 그리 높지 않지만 알리바바의 왕징 입주는 새로운 시대가 이미 시작됐음을 알리는 새로운 가이드라인과 같다"고 말했다.
O2O가 저물은 'QR 거리'

오전 10시 30분, 푸안서로(阜安西路) 11번지에 위치한 홉슨기린사(合生麒麟社) 입구에는 '바이두배달(百度外卖)', '배고프냐(饿了么)' 등 배달전문 업체의 차량이 이미 출발대기 중으로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맞은편 왕징소호 입구 앞에는 양복 단벌만 입은 남성 몇명이 입주자 모집 광고를 세워놨으며 옆에는 냉면, 밀전병 노점상이 바쁘게 음식을 만들고 있다. 급하게 거리를 지나가는 젊은이들도 잠시 이곳에 멈춰 아침 또는 점심을 만든다. 한 노점상 관계자는 "이곳에는 사람이 많이 벌이는 괜찮다"고 말했다.

이곳은 점차 왕징의 새로운 중심지가 되어가고 있다. IT기업 창업자들은 자신의 꿈을 품고 이 곳에 온는데, 이들 자신이야말로 가장 성실한 입주자이다.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하다.

차오리(曹丽) 씨는 아직도 지난해 6월 여름을 기억한다. 일본요리를 먹고 싶어 직장동료와 왕징소호를 나와서 200미터 가량 인파와 차량으로 막힌 구간을 지나서야 홉슨기린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인파를 헤쳐나가는 길에 한편으로는 배달음식, 택배를 실은 삼륜차가 지나가고 한편으로는 "QR코드를 스캔하세요"고 외치는 노점상들을 힘겹게 지나쳐야만 했다.

차오 씨는 "노점상은 노점상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붙어 있다"며 "지나가기 위해서는 발을 높이 든 채로 1미터 가량 각종 과일과 봉제 인형들이 있는 노점상들을 지나쳐야만 한다"고 당시를 말했다. 이어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왕징소호와 홉슨기린사의 음식점들이 밀집된 건물 사이에는 'QR 거리'로 불리는 거리가 형성됐다"며 "웨이신(微信, 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을 등록하기만 하면 수건 또는 이어폰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간옵션 40만위안(7천2백만원)을 받는 차오리 씨에게 있어 이같은 홍보방식은 너무 싸구려같이 느껴진다. 어느 하루는 이어폰을 놔두고 출근하는 바람에 'QR 거리'에서 이어폰을 받으면 되겠다가 생각하고 그 곳으로 갔지만 안타깝게도 미리 봐놨던 가판대는 없었다. 결국 그녀는 실망한 채로 옥수수유를 받아 가지고 사무실로 왔다. 그녀는 "걸핏하면 기름, 보온병을 주는데 누가 인기를 얻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달 들어 날씨가 점차 따뜻해지고 있지만 'QR 거리'는 이전의 성수기 때처럼 생동감은 없다. 평일 근무시간대 한 회사만이 가판대를 세운 채로 영업하고 있고 책상에는 보온병 몇개만 있다. 이 관계자는 "춘절(春节, 설) 연휴를 떠난 많은 사람이 아직 안 돌아온 것 같다"며 "금요일에는 사람이 더 많은 편으로 가장 많은 때는 3~40명의 관계자들이 모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왕징에 있는 수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변화를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비즈니스 업계에서 수많은 변화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왕징소호 내 음식점, 미용실은 모두 1년을 넘기지 못한다. 각종 중소매장부터 고급 매장까지도 수시로 바뀐다. O2O 업계는 지난해 뜨거운 인기 뒤에 한파를 맞았고 현재도 다시 회복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 IT기업 관계자는 "대다수 상품의 가격이 몇십위안(1위안=180원)밖에 안 되더라도 (사업을 하려면) 대규모 인력이 있어야만 다양한 소비자를 상대할 수 있다"며 "걸핏하면 식용유, 보온병을 주는데 누가 더 인기를 얻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인기가 예전과 같지 않아 결국에는 예전과 같이 돌아가는 것은 피할 수 없어보인다. 하지만 아마도 소셜커머스 업종에 종사 중인 류(刘)모 씨의 얘기처럼 회사는 끊임없이 나오고 문화는 그대로 남는다. 왕징소호 내 직장인들과 창업자들은 여전히 각종 인터넷 혁신에 가장 성실한 사용자이자 실험자이다.

소호의 다른 한편에는 택배직원들이 평소와 다름없이 바쁘게 일하고 있다. 톈톈(天天), 윈다(韵达), 더방(德邦), 위안퉁(圆通), 취안펑(全峰), 선퉁(申通) 등 택배차들은 길거리에 빼곡이 세워져 있다. 징둥(京东)의 배달차량이 가장 많으며 어쩔 때는 동시에 5~6대가 오기도 한다. 배달원들은 능숙하게 물품을 검사하고 보낸다.

이곳에는 매일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번역 온바오]
관련뉴스/포토 (12)
#태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