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대결이 끝났다. 1200대의 컴퓨터와 한 인간의 두뇌 대결을 두고 세계인이 주목했었다. 이세돌 9단은 뜻밖에도 1승을 거뒀다. 보통 사람의 두뇌는 컴퓨터 한 대와 대결해도 이길 수 없는 것이 상식이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상대로 1승을 거둔 건 역도 선수가 불도저를 들어올린 것에 비길수 있는 엄청난 사건이다.

이세돌 9단의 대국이 진행되는 1주일 동안, 대한민국은 '인공지능'에 주목하고 많은 말을 쏟아냈다. 하지만 대국이 끝남과 동시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인공지능'이라는 말을 잊고 살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본질도 간파하지 못한 채, 국가적 화제로 삼고 목소리만 높이다가 끝내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핵심은 '생노가다'라고 할 수 있다. 뭔가 신비한 요술을 부리는 기술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으나 사실 알고 보면 인공지능은 단순노동의 축적물이다. 알파고의 실체는 1200여대의 컴퓨터이다. 이 많은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는 수천만개의 바둑 관련 데이타가 저장돼 있다. 구글이 알파고를 위해서 수백억원을 투자했다는 말뜻은 바둑 관련 데이타베이스 구축을 위해서 그만큼 투자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이세돌은 바둑 관련 모든 서적과 경기 내용을 모두 합쳐놓은 것과 대결해서 4대1의 성적을 낸 것이다. 이는 이세돌 9단 혼자서 역대 모든 바둑 기사들을 상대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그의 승리는 기적 같은 일이고 기록된 모든 바둑의 경기 내용을 초월한, 그야말로 '신의 경지'의 한 수를 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알파고는 기록된 모든 경우의 수를 알고 있었고 이세돌은 수천만개의 데이타에도 기록되지 않은 수를 찾아낸 것이다.

구글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 구글은 기술이 좋은 기업이 아니라 대단히 성실한 기업이다. 미련스러울 정도로... 구글의 검색창에는 이미 인공지능이 반영돼 있다. 검색어를 한글, 한자, 영문 등 다양한 문자로 입력해도 검색창이 인식해서 검색정보를 찾아낸다. 문자 인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문제는 수많은 서버 컴퓨터의 정보를, 그것도 유저가 찾는 정보를 순식간에 찾아낸다. 언어를 자유자재로 만지며 전세계 온라인 정보를 공기처럼 가볍게 만든 검색창은 구글이 유일하다.

이같은 구글 검색창의 능력은 구글이 전세계 홈페이지 데이타를 수집해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로봇이 온라인의 정보를 꾸준히 읽어들이고 분석해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모든 데이타를 장악하고 유저의 마음을 읽는 동시에 결과물을 내놓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앞서 여러번 가 보았고 미리 공부해서, 그리고 많은 질문을 받아본 여행 가이드와 같은 상황이다. 구글의 검색 기술은 바이두도 흉내를 내고 있지만 구글에 비길 수준은 아니다. 한자 외에는 축적한 데이타가 없기 때문이다.

구글은 검색뿐만 아니라 번역, 음성인식, 전자지도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구글은 전세계인의 지적 활동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서 이를 분석해서 축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재료로 삼아서 인간의 오랜 꿈을 실현하고 있다. 머지 않아서 스마트폰이 일상적인 회화 정도는 동시통역하는 시대를, 구글이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데이타를 모으고 패턴을 찾아내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세밀히 짠 후, 알고리즘을 만들고 프로그래밍화 하는 방식으로 인공지능은 만들어진다. 그리고 데이타 수집조차 복잡한 조건을 프로그래밍하면 스스로 수집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구글은 이미 온라인 정보를 수집하고 축적하면서 가장 풍부한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기술에 대한 편향된 인식을 갖고 있다. 기술을 마치 도깨비 요술 방망이와 같은, 신비로운 그 무엇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같은 생각은 기술이 시장경쟁력이고 국가경쟁력이라는 믿음을 갖게 했다. 그래서 무형의 존재인 기술에 대한 소유욕을 강하게 드러낸다. 지식정보화시대에서 기술은 부차적인 것이며 점점 더 가치가 감소하게 될 것이다. 그 다양한 기술은 인공지능으로도 대체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정보처리능력이 진화된 것이다. 정보처리기술은 수학, 통계학과 관련된 것처럼 보이지만 인문학과도 관련돼 있다. 바둑을 두는 알파고를 만든 개발자가 바둑을 둘 줄 모르고는 불가능하듯이 특정 분야의 지식과 정보의 자료를 모아서 특정 목적을 위해서 처리하기 위해서는 그 속성을 분석하는 지식을 갖추어야만 가능하다.

한국에서 인공지능이 어려운 이유는 기술적 기능은 우수한 반면, 속성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인문학적 사고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IT 관련 직장인들 중 대다수가 잘 아는 것치럼 말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스스로도 알고 있다고 믿고 있다. 실제는 잘못 알고 있다.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이한 인류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는 비결은 정보의 전산화 때문이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존재하던 지식과 정보를 디지털화 해서 누구나 실시간으로 원하는 정보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컴퓨터 보급 초창기에는 메가 바이트를 거론하다가 금세 기가 바이트가 보편화 됐다. 그리고, 지금은 테라 바이트 수준으로 확장됐다. 그만큼 디지털화된 정보량이 많아졌고 개인이 처리하는 정보량이 급증했다는 의미이다.

다량의 데이타를 주무르다 보면 패턴과 새로운 속성이 발견된다. 아날로그 데이타는 모아서 한꺼번에 주무를 수 없지만 디지털화 된 데이타는 밀가루 반죽처럼 한꺼번에 주무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화학적 변화가 가능해진다. 디지털화된 데이타의 화학적 변화는 그 속성과 패턴을 읽는 지력을 갖출 때 가능하다.

구글에는 수백명의 언어학자가 있다. 구글 번역기를 사용해보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지식이 반영돼 있다. 가령, 중국인들도 외국어를 한자로 표기 못한다. 그래서 알파벳으로 그냥 표기한다. 외국어 발음을 음역화해서 한자로 표기해야 하는데, 중국어에는 외국어 한글표기법과 같은 외국어 한자 표기의 규칙이 없다. 이를 아는 중국 지식인을 만나본 적이 없다. 문제의식조차 없다. 그런데 구글 번역기는 외국어 한자표기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중국어에 대한 언어학적 깊이가 중국을 능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같은 지식정보화 시대의 핵심 덕목은 성실성이다. 노력하지 않아도 기술로 추월할 수 있다는 생각은 IQ가 좋은 천재소년을 닮아가게 할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이같은 경향이 농후해져 있다. 2년 전에 국제관광에 관심이 많은 공무원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번역 기술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이미 자기 지역에서 다언어로 번역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큰소리 쳤다. 그는 번역 프로그램은 기술이 아니라 데이타 양에 따라 진화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가 말한 프로그램을 확인해 보니 번역 결과가 엉망이었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는 번역 결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자동차가 발명됐을 때도, 불도저가 발명됐을 때도, 전기가 발명됐을 때,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가 보인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발명품이다. 사실 알파고를 보고 놀란 것처럼, 스마트폰을 볼 때마다 놀라워해야 한다. 스마트폰 속에 인공지능이 반영돼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자체가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한 자료 수집도구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진화된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세계인의 생각과 행위의 패턴을 누가 수집하고 있을까? 구글과 애플이다. 안드로이드와 Ios, 두 가지만 상용화됐기 때문이다.

삼성과 LG, 여기에 샤오미까지 단말기 경쟁을 하고 있지만 그래봐야 알맹이는 안드로이드폰, 즉 구글폰이다. 구글은 현대인류의 생각과 행위에 대한 구체적 자료를 수집하는 도구를 만들기 위해서 아시아 기업들이 경쟁하게 만들어 놓았다. 세계인이 실시간으로 생각과 행위의 자료를 구글에 전송하고 구글은 이를 바탕으로 현대인류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늘상 미국과 기술의 차이를 비교한다. 기술은 몇년 차이에 불과하다. 우리는 구글, 위키백과 등 미국 기업이 축적하는 방대한 양의 지식과 정보는 간과하고 있다. 현대인류 지식과 정보의 소유주가 미국이라는 사실을 못보고 있다. 바로 이 점이 미국과 한국을 종이 다른 나라로 구별하는 핵심 요소인데 말이다.

미국은 이미 굴뚝 없는 나라를 만들었다. 전자제품, 자동차, 조선 등 하드웨어 공장은 태평양 건너 아시아 나라들에 넘기고 문화지식산업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구글이 알파고를 테스트하기 위해 머리 좋은 한국인을 택했다. 아시아의 천재기사와 컴퓨터의 대결장을 열고 더 똑똑한 컴퓨터를 만들기 위한 계기로 삼았다. 자기들이 만들고도 절대 발견할 수 없는 알파고의 허점을 이세돌이라는 천재기사가 찾아주었다. 두뇌플레이의 결과물은 구글이 챙겨갔다.

중국의 커제가 알파고와 붙겠다고 선포를 했다. 그리고 중국언론사들이 대대적으로 이를 보도했다. 스폰서까지 나서서 떠들어댄다. 구글이라는 한 기업이 아시아를 갖고 놀고 있는 양상이다. 머리는 좋지만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의미를 정확하게 모르고 기술 이상의 뭔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일주일 내내 떠들다가 끝내버렸다. 우리 사회의 지식 수준은 타자를 잘 치면 소설이나 시나리오도 잘 쓴다고 믿는 수준이다. 인공지능 관련 수많은 기사와 문장을 쏟아냈지만 거의 대부분이 본질을 비켜갔다. 본질을 비켜난 지식과 정보는 '삭제'해야 할 쓰레기 자료일 뿐이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말과 글이 쓰레기로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구글이 구글을 위해 벌인 두뇌플레이전에 온 나라가 시끌벅적 환호성을 질러댔다. 왜 우리는 구글을 능가할 생각을 못하는 걸까? [온바오 김병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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