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박왕의 후손들이 일제 시대 일본의 불법 행위와 관련해 수백억원의 배상금을 받아낸 이후 재산분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선박왕으로 불리는 천순퉁(陈顺通)의 후손들이 도쿄, 상하이 두 곳의 법원에서 70년간의 기나긴 싸움 끝에 40억엔(414억원)의 배상판결을 받아내는데 성공했으나 이후 천 씨의 가족들은 재산분쟁에 휘말렸다.

1895년생인 천순퉁은 1930년 상하이에서 중웨이(中威)선박공사를 설립한 후 타이핑(太平), 위안장(源长), 순펑(顺丰), 신타이핑(新太平) 등 선박을 잇따라 보유하며 '선박왕'으로 명성을 떨쳤다.

중웨이선박은 1936년 10월, 일본 다이도(大同)해운에 순펑호와 신타이핑호 2척을 1년간 빌려줬으나 1년이 지나도 임대료를 받지 못했고 선박의 행방조차 알 수 없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7년에야 2척의 선박이 침몰된 사실을 알았다. 천순퉁은 1949년 임종시 아들에게 배상을 받아내라고 유언했다.

천 씨의 가족들은 이 유언을 지키기 위해 각 방면으로 노력했고 결국 2014년 상하이와 도쿄에서 해운사가 배상금 40억엔을 지불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이 판결은 당시 중국 민간인이 2차대전 당시 중국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일본 피고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첫 승소 사례로 기록됐다.
천순퉁의 후손.
하지만 문제는 배상금 판결 이후 아직까지 배상금이 지급되지 않았지만 가족들간에 배상금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했다.

천순퉁의 장남과 장손은 고인의 유서에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후손에게 배상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돼 있어 자신들에게 배상금이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 대륙에 있는 차남과 딸들은 "중국의 국력이 일본으로부터 배상판결을 받아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자신들에게도 배상금이 분할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더욱이 현재 상속법 법규에는 "재산분할 과정에서 남녀가 평등하다"고 규정돼 있는 반면 천순퉁 사망 당시의 상속법에는 이같은 규정이 없어 어느 법률을 적용해야 할지도 난감한 상황이다.

여기에 천순퉁의 후손에게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하는 채권자에 자신을 천순퉁의 혼외 손자라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등장해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일본으로부터 배상 판결을 받아내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중국민간대일배상청구연합회 퉁쩡(童增) 회장은 "일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배상판결을 받아내는데 도움을 줘서 매우 기쁘지만 그들의 배상금 분할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온바오 한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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