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인간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이른바 '로봇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남부연안에 위치한 수천개의 제조공장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그간 인간이 해왔던 제조작업을 로봇이 대신하는 자동화 생산라인으로 대체했다.

실례로 광둥성(广东省)에 위치한 잉아오(樱奥)싱크대 제조공장의 경우, 표지판은 거의 바래져 보이지 않고 바닥은 기름찌꺼기와 먼지로 가득해 겉으로 보기에는 하이테크 기술이 전혀 접목되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공장 내부에는 로봇 9대가 직원 140명이 해야할 규모의 작업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공장 관계자는 "이전에는 공장 작업환경이 열악하다보니 광둥성 평균 임금의 2배는 지불해야만 했다"며 "인건비가 오르면서 이를 대체할 로봇을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로봇을 구입하는데 300만달러(34억6천650만원)를 투자한 이 회사는 현재 매일 싱크대 1천5백개를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관계자는 "로봇은 직원을 고용하는 것보다 저렴하고 더욱 정확해 단 하나의 제품도 망친 적이 없다"며 "앞으로 더 많은 로봇으로 인력을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잉아오처럼 로봇이 주도하는 산업혁명은 전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중국은 빠른 속도로 산업용 로봇을 늘리면서 세계 제조업의 형세를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관련 부문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후 중국이 매년 구입하는 로봇 수는 한국, 일본, 독일 등 하이테크 선진국을 이미 넘어섰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 연말에는 일본을 제치고 전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활용 국가가 될 전망이다.

FT는 중국 제조업이 로봇 구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경제성장 둔화, 노동인구 감소, 인건비 상승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 80년대 이후 대외무역을 개방하면서 값싼 노동력을 토대로 세계 최고의 제조공장이 됐지만 고속 성장은 수억명의 중국인을 부유하게 만들었고 인건비가 오르면서 중국의 경쟁력은 갈수록 사라졌다.

여기에 산아제한 정책으로 노동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노동인구는 10억명으로 집계됐지만 2030년에는 9억6천만명, 2050년에는 8억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도 로봇 도입에 적극적이다.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14년 중국과학원에서 한 연설에서 "로봇 혁명이 중국을 먼저 바꾸고 그 다음 세계를 바꿀 것"이라며 '로봇 혁명'을 언급하고 "중국이 향후 최대 산업용 로봇 시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FT는 다만 중국의 '로봇 혁명'은 이제 막 시작한 단계로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관련 부문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는 제조공장 직원 1만명당 36대의 로봇을 보유하고 있는데, 독일은 292대, 일본은 314대, 한국은 478대이다.

FT는 "'로봇 혁명이 영국의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희망을 가져다 줄 것인지 아니면 로봇이 수억명의 일자리를 대체해 사람들을 빈곤의 수렁에 빠뜨릴 것인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전했다. [온바오 한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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