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조 굴려 고작 370억 벌어

원가·인건비 높아 수출경쟁력↓
금융위기 이후 매출 첫 역성장…중국·일본은 작년 수익성 반등
알리바바·애플 등 각국 IT기업 영업이익률 30%대 고공행진

[한국경제신문 ㅣ 장창민 기자] 한국경제신문이 한국경제연구원과 함께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4개국의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의 매출과 이익 증감률 등을 따져본 결과 지난해 국내 기업의 성장성(매출 증가율)이 꼴찌로 떨어졌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시가총액 500대 기업의 성장성뿐만 아니라 수익성 등 대부분 항목이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기업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마저 녹록지 않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국내 간판 기업들 성장성 꺾여

분석 결과 한국 간판 기업의 성장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국내 시가총액 500대 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2008년(-12.67%)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2.25%)을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이 1.86% 성장하고 중국이 6.59% 성장한 것과 비교된다. 2014년 마이너스 성장(-9.63%)한 일본 기업의 지난해 매출도 10.24%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4년 대비 기저효과에다 지난해 엔화가치 하락으로 수출이 늘면서 일본 기업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500대 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후 2012년까지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2013년 4.54%, 2014년 0.71%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기업은 지난해 수출이 크게 줄어든 데다 내수 역시 한계에 봉착해 성장성이 꺾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4개국 중 수익성도 꼴찌

수익성도 한국 기업이 꼴찌였다. 지난해 4개국의 시가총액 500대 기업의 당기순이익 기준 총자산수익률(ROA)을 비교한 결과 한국 기업이 3.69%로 가장 낮았다. 주주의 돈과 금융권 차입금, 설비 등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산 1조원을 굴렸다고 가정했을 때 36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는 얘기다. 미국은 5.58%, 중국은 4.39%, 일본은 4.17%를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수익성을 따진 영업이익률도 한국 500대 기업이 4개국 중 가장 낮은 7.05%를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5.21%, 중국은 10.83%, 일본은 7.42%였다.

각국 기업 중 높은 영업이익률을 낸 기업 상당수는 정보기술(IT) 및 통신업체로 파악됐다. 중국 알리바바그룹홀딩스(30.59%) 텐센트홀딩스(35.57%) 같은 IT업체들은 30%대의 영업이익률을 거뒀다. 미국도 애플(30.48%), 마이크로소프트(30.10%) 등의 수익성이 높았다.

○“IT·서비스 등 신성장 동력 절실”

국내 간판 기업의 수익성이 다른 나라보다 떨어진 이유는 국내 기업의 매출원가와 인건비 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익성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IT와 서비스보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사업구조도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꼽혔다. 조선·해운 업종의 구조조정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김 부연구위원은 “제조업 분야의 구조 개선과 IT와 서비스업 관련 신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분석은 4개국 500대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 자산 등의 증감률을 모두 구한 뒤 중간값을 따져 시계열로 비교하는 통계기법을 사용했다. 일본은 대부분 기업의 회계연도가 2015년 4월~2016년 3월이어서 실적을 발표한 420여개사의 수치를 모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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