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조 때 그려진 초창기 ‘책가도’ 병풍.
조선 제22대 정조(1752~1800, 재위 1776~1800)는 1791년 어좌 뒤에 ‘책가도(冊架圖)’ 병풍을 설치했다. 책, 도자기, 문방구 등이 서가에 진열된 모습을 8폭짜리 거대 병풍에 그린 책가도는 책과 학문으로 세상을 다스리겠다는 정조의 ‘책을 중심으로 한 통치이념’을 보여준다. 정조의 이 같은 뜻은 왕실을 시작으로 양반, 서민층까지 전파되며 책가도의 유행으로 이어졌다.

책가도 병풍을 한자리에 모은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 전(展)이 지난 1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시작됐다. 책가도는 그림 속에 서가가 있는 그림이고, ‘책거리(冊巨里)’는 서가 없이 책과 다른 사물을 함께 그린 그림인데, 이를 통칭해 책거리로 부른다. 책거리는 목적에 따라 궁중에서 의례와 장식으로 쓰인 책거리와 일반 가정에서 장식을 위해 쓰인 민화 책거리로 나뉜다.

손지애 코리아넷 기자
사진 예술의전당
jiae5853@korea.kr
▲ 조선시대 후기 화원 이형록이 그린 ‘책가도’는 책과 도자기, 꽃 등의 다양한 문물들을 표현했다.
▲ 8폭의 병풍에 호피무늬 장막이 쳐진 서재의 풍경을 담은 조선시대 후기 ‘책가도’
이번 전시에서는 정조 때 그려진 초창기 책가도 병풍을 비롯해, 궁중화원 이형록(1808~?)이 그린 책가도 병풍, 자수책거리 등 처음 공개되는 20여 점과 함께 책거리 걸작으로 알려진 조선 후기 화가 장한종(1768~1815)의 ‘책가도’와 호피무늬 장막을 친 서재풍경을 담은 ‘호피장막도’ 등을 한자리에 선보였다.

이와 함께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라는 조선왕조 500년 통치 이데올로기가 된 유교이념을 서체 조형과 상징으로 재해석한 글자그림 ‘문자도(文字圖)’ 병풍 20여 점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조선 후기에 등장한 문자도는 8폭 병풍의 폭마다 효·제·충·신·예·의·염·치라는 여덟 글자가 그려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강원도 문자도’ ‘제주도 문자도’ 등 지역별로 특색 있는 문자도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오는 8월 28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는 9~12월 뉴욕 스토니브룩대, 내년 3~5월 캔자스대, 7~9월 클리블랜드미술관 등 1년간 미국에서 순회 전시될 예정이다.
▲ 조선왕조의 통치이념인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를 서체조형과 상징물로 표현해낸 글자그림 ‘문자도’
▲ ‘조선시대의 궁중화·민화 걸작’ 展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8월 28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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