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et]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 한국 드라마는 중국 등 아시아지역은 물론, 미주, 유럽, 중동에서 큰 인기를 몰고 있다. 특히 중국은 한류 콘텐츠를 수입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본을 투자하거나 합작형태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실제로 ‘한류’라는 단어 자체도 중국에서 생겨났다. ‘한국의 바람’이라는 뜻의 한류(韓流)는 1999년 중반 중국 언론이 처음 사용했다.

1997년 3월 10일 한국에서 방영된 MBC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의 남자주인공을 맡은 배우 안재욱을 소개하면서 이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총 16부작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는 종영 후 중국에 수출되며 본격적인 한류의 물꼬를 텄다. 이후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에서 한국 스타들이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 언론이 이들을 ‘한류’라고 불렀다. ‘1세대 한류’의 시작이었다.
▲ 1997년 3월 10일부터 방영된 MBC 16부작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
‘별은 내 가슴에’는 고아원에서 자란 심성곱고 의지 굳은 여자주인공 이연이, 가수 지망생인 강민과 재벌가 2세로 패션 회사 간부인 이준희 사이의 삼각관계를 다뤘다. 이연이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라는 한사장의 집에 살게 되지만, 못된 아내와 망난이 아들, 딸에게 온갖 수모를 겪는다. 우연히 파티장에서 이준희를 만나고, 이준희는 전애인 소피아와 닮은 이연이를 보고 깜짝 놀란다.

이연이는 고아원 친구 순애가 일하는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강민과 처음 만난다. 이연이를 보고 관심을 보이는 강민. 강민은 톱가수가 되고 이연이와의 사이가 가까워지지만, 강민 아버지는 이 둘의 사랑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방해한다. 강민 아버지가 보낸 돈봉투로 두 사람은 서로를 오해한다. 강민 아버지는 강민을 집에 감금하고 연이를 협박하는 등 계속해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둘 사이 관계를 방해한다. 강민의 친구이자 삼각관계의 라이벌 이준희 역시 옛 애인과 너무도 닮은 이연이에게 마음이 끌린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연이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옆에서 묵묵히 도와주고, 성공한 디자이너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연이를 잃고 싶지 않은 강민은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그에게 건네주면 좋겠다며 자신의 콘서트 티켓을 이준희에게 맡긴다. 이연이는 콘서트장으로 향하고 강민은 무대에 내려와 이연이에게 프로포즈를 한다.
▲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의 한 장면. 배우 안재욱(왼쪽)이 남자주인공 강민을, 배우 최진실(오른쪽)이 여자주인공 이연이를 연기했다.
이연이와 이준희 역을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배우 최진실과 차인표가 맡아 한국에서는 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이 드라마는 시청률 50%에 육박할 정도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인기의 중심에는 강민 역을 맡은 안재욱이 있었다. 당시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배우 안재욱은 눈을 반쯤 가린 젤을 잔뜩 바른 긴 머리카락 사이로 우수에 찬 눈빛과 반항적 이미지, 그리고 여자만을 향한 순정남 강민 역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그의 인기는 드라마의 결말을 바꿀 정도였다. 당초 그의 라이벌인 이준희 역을 맡은 차인표와 최진실이 사랑을 맺는 것이 결말이었지만 시청자들의 들끓는 여론을 반영해 안재욱과 최진실의 사랑으로 끝맺었다.

미용실에는 안재욱의 젤을 잔뜩 바른 앞머리를 따라 하려고 ‘안재욱머리’를 외치는 남성들이 줄을 이었다. 안재욱이 드라마에서 부른 ‘포레버(Forever)’, ‘친구’ 등 곡들은 가수로서의 안재욱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드라마 종영 후 실제로 ‘포에버(Forever)’란 제목의 앨범을 내고 가수로 데뷔했다. 안재욱은 2009년 한 방송에서 “’자고 나니 스타가 돼 있다’는 말이 있는데 그대로였다”며 “야외에서 촬영을 못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회상했다.
▲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의 마지막 회에서 안재욱(강민役)이 콘서트장에서 최진실(이연이 役)에게 프로포즈를 하며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해피엔딩의 이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이 드라마는 중국에서도 통했다. 같은 해 중국에서 방송됐을 때 최고 5.8% 시청률을 기록, 1억 5천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 당시 중국에서 열린 안재욱 콘서트에는 5만여 명의 관객이 몰렸고, 중국 시험 문제에 안재욱에 대해 서술하라는 질문이 나올 만큼 높은 인기를 반영했다.

중국의 펑황넷은 지난 20여년 동안 중국의 여심을 사로잡았던 한류 스타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지난 3월에 공개된 이 명단에서 안재욱은 1997년부터 2002년까지 한류 스타 ‘1대’로 꼽혔다. 1대 한류 스타 명단에는 드라마 ‘모델’, ‘이브의 모든 것’의 장동건과 한재석, ‘가을동화’의 송승헌, 원빈, ‘겨울연가’의 배용준이 포함됐다. 톱은 단연 안재욱이었다. 이 매체는 이 시대 스타들의 특징으로 “깊고 큰 눈과 높은 코의 따뜻한 남자”라고 정리했다.

이후 ‘별은 내 가슴에’는 한국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중남미에 방영되기도 했다. 2001년 1월 페루를 시작으로, 파나마, 코스타리카, 파라과이, 콜롬비아, 베네수엘라에서도 방영됐다. 특히 페루의 경우 ‘별은 내 가슴에’가 첫 전파를 탄 이후 한국 드라마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페루는 한국 드라마 방송이 1위를 차지하는 국가로, 드라마 인기 이후 케이팝까지 소개되면서 현재 페루 내 팬클럽만 120여 개, 회원 수는 5만 명에 이른다.

손지애 코리아넷 기자
사진 MBC
jiae5853@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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