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 보복' 확대

베이징·톈진선 한국제품 판매중단
동방CJ, 한류스타 영상노출 금지
"시간당 매출 평소보다 30% 감소"

식품·화장품 통관 지연도 잇따라
중국 진출 중소기업 판로 타격 우려
[한국경제신문 ㅣ 김동윤 베이징 특파원/강진규 기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중국 정부의 한류 콘텐츠 규제(금한령·禁韓令) 불똥이 홈쇼핑으로도 튀었다. 홈쇼핑의 상품 판매 프로그램도 방송콘텐츠로 분류돼 베이징 톈진 등 일부 중국 홈쇼핑 방송사들이 한국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그동안 홈쇼핑 방송은 중국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중소기업들의 주요 판로였다는 점에서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까지 타격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홈쇼핑 “비공식적으로 압박 심하다”
2일 베이징의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지난달 19일 각 지역 방송사들에 한국 연예인의 방송 출연 금지, 한국을 연상시키는 상징물의 방송 노출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전면적인 금한령을 내린 이후 홈쇼핑을 통한 한국 제품 판매도 차질을 빚고 있다.

톈진의 홈쇼핑 사업자 톈진홈쇼핑은 지난달 말 “한국 상품 판매방송을 일절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고 제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에 통보했다. 베이징의 홈쇼핑 사업자 환추홈쇼핑과 유거우홈쇼핑 역시 한국 상품 판매방송을 대폭 축소하면서 협력업체들에 당분간 한국 상품을 공급하지 말라고 알렸다.

중국 홈쇼핑 업체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정부의 금한령 때문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베이징의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사업자 역시 법적으로는 방송사업자로 분류돼 중국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규제를 받는다”며 “중앙 정부의 정책에 가장 민감한 베이징 톈진 지역 홈쇼핑 사업자들이 먼저 한국 상품 판매 중단을 선언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른 홈쇼핑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한국 상품 판매를 하지 말라’는 공문이나 지침이 내려온 것은 아니다”면서도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압박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쿠쿠밥솥 모델 김수현 빼고 방송
베이징과 톈진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홈쇼핑 사업자들은 현재까지 한국 상품 판매 방송을 정상적으로 내보내고 있지만, 방송에서 한류스타 영상 노출은 전면 금지했다. CJ오쇼핑의 중국 내 합작법인인 동방CJ는 지난주 쿠쿠 전기밥솥 판매 방송을 할 때 이 제품 광고모델인 탤런트 김수현이 출연한 영상과 이미지를 모두 삭제했다. 동방CJ는 코웨이의 화장품 브랜드 리엔케이 제품 판매방송을 내보낼 때도 탤런트 최지우가 출연한 영상을 제외했다.

CJ 관계자는 “한류 스타들의 영상이 제외된 영향인지 확언할 순 없지만 평소 대비 시간당 매출이 3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동방CJ 전체 매출에서 한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8% 내외로 중국 내 홈쇼핑 사업자 중 가장 높은 편이다. 금한령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홈쇼핑에 상품을 파는 한국 중소기업들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 제품 수입통관도 깐깐해져
한국 정부가 사드 한반도 배치를 발표한 이후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은 그동안 한국행 단체 여행객 축소와 한류 콘텐츠 규제 등 두 개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중국국가질검총국(품질관리국)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중국이 식품과 화장품 두 개 제품에서 통관을 거부한 사례는 총 2279건인데, 이 중 한국 제품이 148건으로 대만(583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화장품, 식품분야 전체 통관 거부 건수에서 한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3%에서 올해 6.5%로 크게 높아졌다. 이 비중은 올 7월까지만 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돼 왔지만 사드 배치 발표 이후인 지난 8월부터 높아지기 시작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올해 통관이 거부된 한국산 식품은 식품첨가물이 기준치를 초과하거나 포장·라벨 등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부쩍 통관이 강화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사무소장은 “현재로선 중국의 통관 검역 강화가 사드와 연계된 것인지 단언할 수 없다”면서도 “한국 업체들은 중국에 수출할 때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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