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후 첫 공식 기자회견

"나는 일자리 대통령"
미국 투자계획 안 밝힌 GM에 "포드·크라이슬러 따라야" 압박
제약사엔 "해외생산 너무 많아"

"멕시코산 수입품 세금 물릴 것"…페소화 가치 또 사상 최저

"러시아가 대선 해킹" 첫 인정
[한국경제신문 ㅣ 이심기 뉴욕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1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일자리(job)’라는 단어를 열일곱 번이나 언급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자신을 ‘일자리 대통령’으로 규정했다.
◆GM과 제약사에도 투자 압박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미국 자동차 ‘빅3’ 중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은 제너럴모터스(GM)와 대형 제약사를 압박 타깃으로 삼았다. 첫 발언은 부드러웠다. 그는 “좋은 소식이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앞으로 미국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빅뉴스’를 발표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운 뒤 다른 기업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GM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포드와 피아트크라이슬러처럼 “미국에 공장을 짓겠다는 대열에 따르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장을 멕시코 등 해외로 옮기고 근로자를 해고하는 일은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제약사를 향해서는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미국에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미국 제약사들이 로비스트를 고용해 약값을 비싸게 받으면서 정작 생산은 대부분 해외에서 하는 데도 아무런 처벌이나 제재도 받지 않는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트럼프는 “정부가 사들이는 막대한 양의 의약품 구입 과정에서 새로운 입찰 절차를 만들어 수십억달러를 아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선물’ 안긴 기업들 속내는
일본 NHK는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지난 10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내정자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전날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 오토쇼에서 향후 5년간 미국에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곧바로 워싱턴DC로 날아가 펜스 부통령 내정자에게 도요타의 미 경제 기여도를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런 행보는 도요타의 멕시코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NHK는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지난 9일 트럼프 당선자를 만난 것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메신저 역할이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달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CNBC는 마윈 회장이 트럼프 당선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알리바바의 미국 사업을 확장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미시간 공장에 10억달러 투자를 발표한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세르조 마르치오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내 다른 자동차 회사와의 합병을 원하고 있다. 그는 GM을 최선의 파트너라고 밝히기도 했다.
◆연일 떨어지는 페소화 가치
이날 기자회견의 최대 희생자는 멕시코였다. 트럼프 당선자는 “취임하자마자 미국의 비용으로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며 “대신 나중에 멕시코산 수입품에 세금을 물리거나 비용을 직접 지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여파로 뉴욕외환시장에서 멕시코 페소화는 전날보다 0.9% 하락한 달러당 22.20페소까지 추락해 또다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트럼프는 정치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러시아의 대선 해킹에 대해 “러시아가 배후였다고 생각한다”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앞으로 러시아는 어느 때보다 미국을 더 존중하게 될 것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부채가 아닌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자신의 외설적인 동영상 자료를 갖고 있다는 의혹을 보도한 뉴스와 관련해선 “가짜이며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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