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업계 제3의 물결
커피가 대중화된 1980년대 이전에도 커피는 문화예술과 관련이 있었다. ‘다방 문화’다. 한국 사람이 개업한 최초의 다방은 1927년 서울 관훈동에 있던 ‘카카듀’. 주인이자 영화감독이던 이경손이 턱시도를 입고 커피를 날랐다. 1950년까지 서울 소공동의 ‘낙랑파라’, 종로의 ‘비너스’와 ‘멕시코’, 광교의 ‘올림피아’, 명동의 ‘에리사’ 등이 이름난 곳이다.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이 다방을 운영했다. 고전음악과 미술, 시와 문학, 정치를 두루 논했다.
1960~1970년대 다방은 대중문화의 중심이었다. 서울에 문화공간이 많이 없던 시절 출판기념회, 시낭독회, 단막극 등이 다방에서 열렸다. 대학생들은 계란 노른자를 띄운 진한 블랙커피를 마시며 팝송을 듣고 시를 읊었다. 통기타 가수들의 데뷔 무대가 되기도 했다. 개발연대인 이 시기에는 비즈니스맨과 한량들의 공간이기도 했다.
1980년대는 커피가 대중의 기호품이 됐다. 이전까지 공식이었던 ‘커피 둘, 설탕 둘, 프림 둘’은 커피믹스와 자판기로 이어졌다. 1980년대 후반 도토루 자뎅 등 커피전문점이 퍼지기 시작했다. 한국 커피시장의 1단계로 부를 수 있는 다방의 전성기가 저물기 시작했다. 다방은 1996년 전국에 4만1008개로 정점을 찍었다. 2기는 1999년 스타벅스가 이화여대 앞 매장을 내며 시작됐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가 다방커피를 대체했다. 일회용 컵에 담아 길에서 들고 다니는 ‘테이크 아웃’ 문화를 만들었고, 무료 인터넷 서비스는 스타벅스를 대형 도서관으로 만들었다. 이후 2001년 커피빈 이디야커피 탐앤탐스가, 이듬해 투썸플레이스 파스쿠찌가 등장했다. 스타벅스 매장은 전국에 1000개가 넘는다. 스타벅스 점포의 매출과 매장 수 기준으로 한국은 세계 5위다.
스타벅스의 전성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넘보는 흐름이 등장했다. 원두 종류를 골라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늘고 있다. 커피업계에서는 ‘제3의 물결’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