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민희가 지난 18일 제 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은곰상을 수상했다. 시상식 무대에 오른 김민희가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Korea.net] 독일 베를린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낭보가 날아왔다. 배우 김민희가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

베를린 국제영화제는 프랑스의 칸,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와 더불어 ‘세계3대 국제영화제’로 불린다. 한국 여배우가 이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최초로 수상한 것은 강수연이 ‘씨받이(임권택)’로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던 20년 전인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년 뒤 2007년 칸에서 전도연이 ‘밀양(이창동)’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김민희는 10년 만에 그 뒤를 이었다.
▲ 제 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은곰상을 수상한 김민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상식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무대에 오른 김민희는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가슴에 깊은 울림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너무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주신 홍상수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씨에게 여우주연상을 선사한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6)”는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 작품이다. 김씨는 유부남 감독과 사랑에 빠진 여배우 영희 역할을 맡았다. 그녀는 불륜으로 모든 것을 잃은 채 홀로 도시를 걷고 친구와 술을 마시며 사랑과 욕망에 대해 말한다.

앞서 2015년에도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의 전작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도 주연을 맡아 예민하면서도 엉뚱한 윤희정이라는 화가를 연기했다.
▲ 김민희가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의 작품 리뷰.
외신들은 김민희의 연기력과 영화의 작품성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Variety)’는 “김민희는 홍감독의 가장 순수하고 우울한 역할 중 하나인 ‘영희’를 놀랍게 연기했다”며 “(홍 감독의) 그동안 자기 영화에서 다뤄온 외로움, 후회, 삶과 예술에서 사랑의 가치 등에 대한 접근이 부드럽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영화전문지 ‘스크린데일리(Screen Daily)’는 “홍상수 감독에 대한 한국 언론의 관심을 모르는 국제 관객들은 다른 관점에서 영화를 볼 것이다. 영화 속에서 어색한 만남과 대화들은 대단히 흥미롭다”며 경쟁 부문 출품작 중 16편을 대상으로 한 전문가 평점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평점인 3.0(4.0만점)을 부여했다. ‘할리우드 리포터(Hollywood Reporter)’도 “홍 감독 자신이 줄곧 말해온 주제, 남녀의 인생 속에 사랑이 갖는 의미를 들고 컴백했다”고 보도했다.

김민희는 사실 처음부터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는 아니었다. 패션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녀는 1999년 드라마 ‘학교’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으나 한 때 발성과 감정 표현 등을 지적받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가짜였던 여자 ‘선영’을 연기한 스릴러 영화 ‘화차(변영주, 2012)’, 일제 시대 친일파 상속녀 ‘히데코’를 연기한 ‘아가씨(박찬욱, 2016)’ 이후 연기력에 대한 재평가를 받게 됐다.

김민희는 시상식 이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앞으로의 연기 방향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녀는 “상업적인 영화를 선택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다”며 “배우로서 좋은 감독과 좋은 작품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으로 굉장히 큰 영광이고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9일 김씨의 수상 등을 축하하는 축전을 보냈다.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직무대행은 베를린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민희와 ‘제너레이션 케이 플러스’ 부문에서 다큐멘터리 ‘앙뚜’로 심사위원 선정 최우수상을 수상한 문창용·전진 감독에게 “이번 베를린 국제영화제 수상으로 한국 배우와 감독들의 예술성과 창의력을 세계에 보여주었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도 한국 영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 ‘밤의 해변에서 혼자’ 는 올해 3월 개봉될 예정이다. 영화 포스터.
윤소정 코리아넷 기자
사진 무브먼트, 연합뉴스
arete@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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