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예술의 범주에도, 기술의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다. 예술 이전에, 기술 이전에 인류는 집을 짓고 살았다. 사람들의 생활 공간에 기능을 장착하려 하니 기술이 뒤따랐고, 경제적 여유가 생기니 예술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집을 짓는 것은 미학, 과학기술의 영역이 아니라 인문학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석해야 한다."



한국, 나아가 아시아 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 승효상 씨가 베이징 798에서 한 말이다. 25일 베이징의 798예술구에 위치한 씨스튜디오에서 그의 집 짓는 이야기를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쏟아냈다. 한중 양국의 발전된 미래를 위한 싱크탱크를 지향하는 한인 전문가들의 모임인 '한중미래연(대표 김동진)'의 초청을 받고 '명사와의 만남' 첫번째 강사로 베이징을 방문했다.













▲ 한중미래연

▲ 한중미래연 '명사와의 만남', 첫 강사로 마이크를 잡은 건축가 승효상.(사진 씨스튜디오/C-Studio)

 

▲ 종합예술관 대학로문화공간(서울) ▲ 시모노세키 P주택(일본) ▲ 한국예술종합학교 마스터플랜(서울) ▲ 베이징 '코뮌 바이 더 그레이트 월’ 클럽하우스(베이징) ▲ 하이난다오 보아오 주택단지(중국) ▲ 4.3 제주평화기념공원(제주) ▲ Gifu Social Housing(일본) ▲ 베이징 물류항 마스터플랜(중국) ▲ 베이징 M-City 마스터플랜(중국) ▲ 서울 창덕궁시설정비 마스터플랜(한국) ▲ 시흥 마스터플랜(한국) ▲ 광주 아시아문화전당(한국) ▲ 베이징 장성주거단지 2차계획(중국) ▲ 서울 동대문 월드디자인 공원(한국) ▲ 웨이하이 주거 및 별장단지(중국) ▲ 베이징 첸먼대가 마스트플랜(중국) ▲ 구겐하임 비엔날레 파빌리온-17(아부다비) ▲ 베를린 페퍼베르크 박물관(독일) ▲ LA 로얄빌(미국) ▲ 화이로 레지던스/주택 단지(중국) ▲ 노무현 전 대통령 묘지(한국) ▲ 충칭 주거단지 마스터플랜(중국) ▲ 샤오싱 주거단지 마스터플랜(중국) ▲ 광주 비엔날레 디자인 총감독(한국)



건축연구소 이로재(履露齋)의 승효상 대표가 작업한 대표적 건축물이다. '빈자의 미학'으로 유명한 그의 건축물은 독창적 디자인으로 높이 평가받으며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건축계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다. 베이징을 위시해 중국의 여러 도시에도 그의 작업한 건축물이 세워져 있다. 승효상의 건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만리장성 아래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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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뮌 바이 더 그레이트 월’의 메인 건축물인 클럽하우스

 

2001년 소호차이나가 아시아의 대표적인 건축가 12인을 초청해서 설계한 만리장성주거단지(코뮌 바이 더 그레이트 월, 北京长城脚下的公社凯宾斯基饭)의 메인 건물인 클럽하우스는 그의 자연주의 건축 철학을 읽을 수 있는 대표 건축물이다. 산 정상의 만리장성 아래로 흘러내리는 산의 경사를 따라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클럽하우스. 산을 깎지도 않고 나무 한 그루도 베지 않고 오랜 세월 형성된 자연의 흔적을 그대로 담아 놓았다. 건물 안에 외부 공간이 존재하고 높은 나무가 넓은 유리창을 통해 한 폭이 그림이 된다. 장성의 자연 공간에 건축 공간이 만들어지고 또 그 안에 외부 공간을 포함하고 있다.



승효상 대표는 이 건물을 설계하기 위해서 먼저 만리장성 위로 올라가 건물이 세워질 자리를 내려다 보았다. 전체 자연에 어떻게 자리잡을 지를 생각하기 위해서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오래 세월 두고 형성된 자연의 일부 공간에 또 일부로 보태어질 건축물의 상상하며 스케치한다. 만리장성의 이 클럽하우스는 그가 처음 스케치한 디자인이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 반영됐다. 그가 이곳의 풍경에 그만큼 매력을 느끼고 강렬한 영감을 받아서 지은 건축물임을 반증한다.



자기 중심적 현대 건축물은 인간의 과욕을 드러낸다. 세상의 부분인 인간이 세상의 중심에 서서 정복하려고 한다. 그래서 오랜 세월의 흔적을 부정하고 '파괴적' 건설로 비인간성을 드러내고 높이 지어 자기 중심적 위치를 과시하려 한다. 부분이 전체를 대신하고 정복하려는 인간의 과욕이 그대로 드러난 현대 도시의 공간. 우주와 자연의 질서를 흩어려뜨린 공간 속에 갇힌 도시인들의 생활이 스트레스로 중첩될 수밖에 없는 원인. 승 대표는 그 원인을 현대건축물이 바탕을 둔 철학에서 찾는다.



베이징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이 설계한 화려한 건축물이 들어서 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세계적 도시, 베이징은 도시 전체가 건축 전시장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건축가가 설계한 건축물도 자금성, 이화원, 후퉁의 사합원에 감히 비길 수 없다. 수백년 동안 베이징 공간의 주요 콘텐츠로 자리잡은 건축물을 능가하는 현대 건축물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베이징 역사의 숨결을 느끼지 못하는 서양 건축가들이 멋을 낸 건축물은 '생뚱'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통을 무시한 화려함만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에 승효상 대표는 첸먼거리 개발의 마스트플랜을 맡았다. 그는 하늘에서 내려다 본 위성사진을 분석하고 첸먼의 후퉁거리를 세밀하게 관찰했다. 하늘에서는 전체 공간에 어떻게 자리잡을 지를 생각하고 땅에서는 세월의 흔적에 담긴 선인들의 삶과 문화의 현대적 연속성을 찾기 위해서이다.



그는 당시 첸먼거리는 각 지방에서 모여든 다양한 민족과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수도 베이징에서 거주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그의 고민은 그들의 흔적을 어떻게 새롭게 해석해낼 지였다. 그래서 그는 작은 흔적도 마스트플랜에 담아내려고 땀을 흘렸다. 그 공간에서 생활한 선인들의 문화와 지혜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담으려고 했다.













▲ 차오와이 소호와 객가토루

▲ 차오와이 소호와 객가토루

 

그가 설계한 차오와이 소호는 토루의 지혜를 그대로 담아낸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 건축물인 푸젠성의 토루는 가운데 빈 공간을 두고 원형으로 지어진 2,3층 높이의 독특한 건물이다. 건물 가운데의 빈 공간은 공동 작업장으로 사용됐으며 1층의 방들은 현대적 개념의 사무실로, 2,3층은 거주 공간으로 사용됐다. 현대적 의미의 주상복합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승 대표는 이같은 푸젠성 선조들의 지혜와 흔적을 차오와이 소호에 담아냈다.



인간은 지구라는 하나의 공간에 특정 시기를 살다 간다. 하나의 시공간에 집을 짓고 먹고 싸고 입고 생활한다. 이것이 인간생활의 기본이고 문화의 뿌리이다. 건축은 인간에게 할애된 부분의 공간에 일시적 자기 공간을 구성하는 일이다. 노자가 말한 대로 대자연의 일부로 살다가는 것이 인생이다. 인간의 행복은 전체 질서 속에 자신의 유한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 찾을 수 있다.



승효상의 건축이 특별한 이유, 그의 건축이 호평받는 이유는 노자의 자연주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인간성을 회복하는 도시 공간, 동양적 공간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2011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승 대표는 비엔날레의 주제를 노자 도덕경의 첫구절인 '道可道非常道(도가도비상도)'를 본 따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디자인이.디자인이면.디자인이.아니다'라고 정했다.



노자의 자연주의 철학을 건축으로 실현한 건축가 승효상. 그는 노자의 지혜를 빌어 현대 건축사를 새로 쓰고 있다. 그는 건축의 인문학적 해석을 시도하며 인간화된 공간을 창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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