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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팡정현 중일우호원림 내 위치한 일본인 공동묘지 내부

중국 지방정부에서 일본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과거 일본 이주민들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워 빈축을 사고 있다.

관영 신화(新华)통신의 1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헤이룽장(黑龙江)성 팡정(方正)현 정부는 지난 1905년부터 일본군과 함께 이 지역으로 건너와 이민생활을 하다가 사망한 일본인들이 묻힌 공동묘지에 70만위안(1억1천4백만원)을 들여 이들의 넋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웠다. 기념비에는 사망자 이름, 출신 지역 등이 새겨져 있다.

이는 지난달 30일 모 네티즌이 자신의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팡정현 정부가 일본 자금 유치를 위해 70만위안을 들여 '일본 침략자'들의 묘비를 세웠다"는 글을 올리면서 세간에 알려졌으며, 올린지 하루도 채 안돼 '팔로워(스크랩)' 수가 8만1천개, 댓글이 1만8천개가 달리는 등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대다수 네티즌은 "팡정현은 일제시대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희생된 중국인들을 위한 묘비는 세우지 못할 망정 어떻게 일본인 것을 먼저 세우느냐", "중화민족의 자존심을 버렸다" 등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아이디 '짙푸른 바다(深蓝的海)'를 쓰는 네티즌은 "그렇게 열심히 GDP를 올려서 일본을 추월해봐야 무슨 소용이냐. 일본인 돈을 벌기 위해 국가의 존엄성을 버리는 처사는 도저히 용납하기 힘들다"며 분노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팡정현정부 훙전궈(洪振国) 상무부현장은 "이번 비석 건립은 중국 외교부의 허가를 받은 것으로 단지 일본 침략자들이 아닌 이주민들을 위해 세운 것일 뿐이다"며 "매년 이곳에 성묘를 오는 일본인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게 하고 미래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세웠다"고 해명했다.

팡정현정부 외교사무판공실 왕웨이신(王伟新) 주임도 "이곳에 묻힌 일본인들은 일본 군인과는 다르다"며 "이들은 정부에 의해 파견된 '개척단'의 일원임과 동시에 군국주의의 희생자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은 중국 침략이 본격화됐던 1905년부터 1945년까지 중국 동북지역의 식민통치를 위해 민간인 1백만명을 '개척단'으로 파견했으며, 팡정현에만 1만5천명이 거주했다. 이들 중 5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풍토병, 전염병 등으로 현지에서 사망해 팡정현 공동묘지에 묻혔다.

이들 중 500여명의 유해는 유족에 의해 일본으로 이송됐으나 나머지는 여전히 팡정현 공동묘지에 묻혀 있다. [온바오 박장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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