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구는 13억 명이 넘는다. 지나가는 지구인 5명을 붙잡고 어느나라 사람이냐고 물어보면 그중에 1명은 중국인이고, 범(凡)화교 인구까지 합치면 지구인 4명 가운데 1명이 중국인의 혈통과 잇닿아있다. 실로 엄청난 ‘머리 수’다.



중국 본토에만 인터넷 사용인구가 4억 5천만 명 가량 된다고 한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올해 8월 기준으로 1억 5천만 가구를 넘었다.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릴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당연히 ‘또라이’들도 많다. 한국도 그렇지 않은가. 하루종일 모니터 앞에 죽치고 앉아 돈도 안되는 댓글 갈겨대면서 사회에 대한 적개심을 그렇게나마 달래보는 한심한 인간들이 적잖다. 4억 5천만 명의 중국 네티즌 가운데 1%만 그러한 ‘또라이’여도 450만 명이다. 0.1%만 따져도 45만 명이다. 적잖은 숫자다. 한국의 웬만한 중소도시 전체 인구가 덤벼들어도 당해내질 못한다.



그래서 말인데, 한중간에 어떤 문제가 터질 때마다 그런 ‘또라이’들의 글을 긁어와서 중국 네티즌들이 어쩌네 저쩌네 하는 기사를 볼 때마다 나는 어이가 없다. 해당 중국신문 기사를 찾아가서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또라이는 기껏 1~2% 남짓이다. 사정이 그러한대도, 그중에서도 유독 좋지 않은 댓글 몇 개만을 뽑아내 마치 전체 중국인들의 생각인양 자극적인 제목까지 갖다 붙이면서 서로 감정을 상하게 만드는 일은 양국 관계에 그리 유익하지 못하다.



……라고, 지금까지 나는 대체로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영 아니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한국 경찰이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중국 선장이 유리창을 깨뜨려 휘두른 유리조각에 옆구리와 배를 찔려 죽고 다쳤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인명(人命)이 다친 사고인데, 중국 네티즌들의 댓글들은 너저분하기 이를 데 없다. 95% 이상이 그렇다.



무리한 나포 때문에 빚어진 인과응보다, 적수공권의 어민을 그렇게 과격하게 진압해도 되는 것이냐, 정당방위다……, 이런 말은 오히려 양반이다. 잘 찔렀다, 더 많이 죽이자, 본격적으로 한국놈들이랑 맞장을 뜨자……, 온갖 쓰레기같은 말들이 난무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입에 발린 추모의 글귀조차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다. 나쁜(?) 댓글 달리면 제꺽 지우는 중국정부의 인터넷 통제기관은 이럴 때는 뭘 하는지 모르겠다. 한참을 스크롤해서 내려가다가 “만약 중국 해역에서 한국어민들이 불법조업을 하다가 중국 경찰을 찔러죽였어도 당신들은 이럴 것이냐! 이러니까 우리 중국인들이 도리가 없다는 말을 듣는다.”라는 ‘개념’ 댓글 하나를 발견했는데, 아이피(IP)를 보니 미국에서 올라온 댓글이다. 물론, 거기에는 또다시 수많은 악플이 달렸다. 한국인 네티즌의 댓글을 찾고 싶었지만 쉬이 눈에 띄지 않았다.



◆ 한국 유학생들의 필수 숙제 - 중국판 SNS 개통



이럴 때마다, ‘사이버외교사절단’이라 불리는 반크(VANK)처럼 중국어를 사용할 줄 아는 10만 한국인들을 조직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래서 한바탕 ‘인터넷 전쟁’을 벌이자는 말이 아니다. 진실을 진실 그대로 알리는 소통의 매개체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왕이(网易)나 소후(搜狐) 같은 사이트에 들어가, 특히 중국의 젊은이들을 상대로, 한국인들의 생각과 의견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싸우지는 말자. 감정에 치우치지도 말자. 영토문제나 역사문제처럼 괜히 헤집어 놓아봤자 해답도 없고 사태만 악화시키는 사건에는 말고, 바로 이번 사례와 같이 전(前)은 이렇고 후(後)는 이렇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설명하고 설복하고 설득해야 한다. 냉철하고 의연하게, 한국인들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중국어에 능숙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간단하게 글을 퍼서 옮길 수 있는 그런 사이트가 있었으면 좋겠다. 중국 사이트에 가입을 하는 방법도 알려주고, 불필요하게 감정을 자극하는 일은 하지 말자고 꼭 당부도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집단’, 그런 ‘옹달샘’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 시작이 10명이 되었든 100명이 되었든 시작해보는 것이다. 중국에도 충분히 현명한 사람들이 많지만, 다만 ‘또라이’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뿐이다. 꾸준하게 움직이다보면 그들의 마음과 이성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고, 언젠가 한국과 중국의 네티즌들이 하나된 힘으로 ‘또라이’들을 침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 있는 한국 유학생들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일이 바로 ‘민간사절’로서 당신들이 할 몫이다. 한국어로 된 블로그나 미니홈피 꾸미면서 고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나 중국에서 이렇게 살고 있다’고 자랑하는 것도 좋지만, 웨이보(微博)나 런런(人人), 카이신(开心) 같은 곳에 자기 공간을 갖고 있는 유학생은 얼마나 되는지도 이번 기회에 되돌아볼 일이다.



내년이면 한중수교 20주년을 맞는다. 양국간에 더욱 화합의 멜로디가 울려퍼져야 할 때에 이런 일이 일어나 안타깝기 그지없다. 고인의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건넨다. 해경특공대원 고(故) 이청호 경장…… 대한민국이 당신의 이름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PS. 중국 사이트의 쓰레기 같은 댓글들도 문제이지만, 그들과 하등 다를 바 없는 한국 사이트의 쓰레기들도 마찬가지다. ‘공동청소구역’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걸까? (bitdori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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