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한시 백제원에서 진행된 우한 한식당 종사자 전문교육에 참가한 수강생들
▲ 우한시 백제원에서 진행된 우한 한식당 종사자 전문교육에 참가한 수강생들
 
지금 후베이성 성도인 우한(武汉)에서는 총영사관 주관으로 한식당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식(韩食)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필자도 지난 월요일 첫날 강의를 잠깐 듣고 왔다. 딸애도 등록하여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한국식당이 거의 없던 중부 내륙의 요충지인 무한에서 이런 한식 교육이 정부의 지원 하에 개최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 한다. 많은 무한의 신문사와 방송국에서 관심을 갖고 취재를 하고 있고 라디오 방송에서도 화제로 삼고 있는 중이다.

알다시피 베이징과 상하이, 그리고 우리와 인접한 칭다오에 비해서 우한의 본격적인 개방과 외국 자본의 유입은 비교적 늦게 시작됐다. “중부굴기”라는 중국 정부의 정책이 입안 되고, 우한이 본격적이고 가시적인 변화가 시작된 것은 아마도 지난 2007-8년부터가 아닌가 생각된다. 필자가 우한에 온 2007년에만 해도 이곳에는 유일하게 백제원이라는 한식당만이 한국인의 향수를 달래 줄 수 있는 곳이었고, 일찍이 김치의 명성을 알고 궁금해 하는 일부 우한 사람들에게 그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곳이었다.

이런 한식당의 불모지(?)인 우한에 우한 코트라 센터에서 본격적으로 한국 음식 소개 행사를 대형 마트와 식품회사들을 상대로 개최하면서 한식을 알리기 시작했고, 우리 한국인들도 그동안 사 먹을 수 없었던 김치와 김, 유자차, 막걸리 등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하기사 무한의 한국 교민이래야 유학생 300여명을 합쳐서 겨우 500여명 수준이다 보니 한식에 대한 문화적인 전파나 보급도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랬던 우한이 본격적인 개방과 활발한 외자의 투자를 받으면서 발전의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우한에는 최근 들어 많은 외국인들과 또한 한국인들이 들어 오고 관심을 갖기 시작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반가운 사실은 우한에 온 한국 사람들이 “사실 우한이 여름은 무척 덥고 겨울은 추운 곳이라 가능한 이곳에는 오고 싶지 않았는데 와 보니 그런대로 살기 좋고 무엇보다도 한국 사람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친절과 도움이 참 좋다”는 이야기를 듣는 일이다.

사실 그 말은 모두 맞는 말이다. 우한의 기후는 중국 3대 화로라 불릴만큼 여름은 영상 40도까지 치솟는 더위가 극성이고, 겨울에는 습한 기운이 옷 속을 살살 후펴 파면서 마침내는 뼈속 깊이 들어 오는 곳이 우한이다.

반면에 우한은 다른 어느 도시에 비하여 외국인에 대한 호감도가 아주 높은 곳이다. 은행이나 관공서나 출입국 관리소나 심지어 이동통신과 일반 음식점에서 줄을 서야 할 때나 좌석이 없을 때 또는 중국 말이 서툴러 헤멜 때 “我是韩国人:저는 한국인입니다” 라는 한 마디만 하면 웬만한 일은 중국 직원이 아주 친절하게 해 주는 곳이기도 하다. 심지어 어느 직원은 동료 직원들에게 “한국 사람 왔으니 나와서 구경하라“고 홍보도 해 주기도 한다.

아마도 베이징이나 상하이, 톈진 같은 곳에서는 상상이 안 가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물론 우한 사람들이 시끄럽게 시도 때도 없이 떠들어 대고, 걸핏하면 화도 잘 내는 성격도 가지고 있지만 이런 거친 성격도 외국인 앞에서는 바로 온순하게 변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이런 우한의 날씨와 사람들의 성격은 우한의 음식과도 많이 연관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우한 사람들은 대체로 짜고 매운 맛을 좋아한다. 여름이 덥다 보니 짠 맛을 즐기게 된 것이고 성격이 괄괄하고 거칠다 보니 매운 맛을 좋아 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인간의 성격 또는 체질과 음식 맛의 상관성을 필자는 이번에 실시한 우한의 한식 교육 행사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교육을 담당한 강사는 우리 고유의 한복을 개량하여 주부들이 부억에서 일할 때 입는 복장으로 예쁘게 차려 입고 아주 유창하지는 않지만 또박또박한 중국 보통어로 참석한 모든 한국인과 중국인 모두가 잘 알아 듣게 강의를 했다. 참석한 중국 교육생들을 배려하여 중국 말로 강의가 진행 된 것이다. 한국인이 한국인에게 중국 말로 강의를 듣자니 조금은 신기하기도(?)하고 재미 있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지만 중국인들은 아주 편안해 보였다. 한식의 세계화와 한류의 전파에는 이런 나름의 준비와 노력이 수반 되고 있었음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강의 초반에 강사는 “인간의 오장(심장, 간, 췌장, 폐, 신장)과 우리가 느끼는 5가지 맛(매운맛, 짠맛, 신맛, 단맛, 쓴맛)은 서로 상관 관계가 있다” 는 이야기를 했다. 필자의 교양이 아직은 미천한 수준이라 그런지 이런 원리를 처음 들어 보는 듯 해서 집에 와서 여러 자료를 찾아 보니 과연 맞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서 짠 맛은 오장 중 신장에 배속된 맛으로 노폐물과 불순물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단맛은 소화 기능을 보충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우리 한국 사람들이 매운 맛을 좋아 하는 것은 속의 화를 끌어 내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매운 맛은 답답하고 정체되고 울체된 것을 밖으로 발산 시키는 강력한 에너지가 있다 한다. 그래서 열 받고 화가 나서 답답하면 얼큰한 국물을 들이키며 속을 푼다고 한다.

또한 우리의 전통 음식은 음양오행의 사상이 있는데 인체의 각 부위와 모든 식품에도 음양오행이 있어 인체 부위에 따라 음식 색깔을 맞춰 먹으면 그 장기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우리 한국의 전통 음식이 이처럼 오묘하고 신비하고 무엇보다 건강에 좋게 만들어져 왔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도 하고 자긍심이 절로 생기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한 사람들이 매운 맛과 짠 맛을 좋아 하는 것도 나름 이유와 타당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성질이 다소 과격하고 화를 잘 내다 보니 그 속을 풀려고 매운 맛을 좋아하게 된 것이고, 날씨가 아주 덥거나 춥다 보니 음식이 잘 소화되질 않아 속이 거북하니 짠 맛으로 노폐물을 쓸어 버리는 건지도 모른다. 필자의 분석이다.

아무튼 한식은 중국 우한이라는 곳에서도 인기가 있고 중국인들의 관심을 온통 받고 있는 중이다. 반가운 일이고 고마운 일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먼저 우리 한국인들이, 교민들이 한식에 대한 이해와 아주 깊지는 않지만 보편적인 지식이나 상식 정도는 가져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래야 중국인들에게 제대로된 한국 음식을 소개할 수 있으니까. 왜냐하면 한국 음식은 여전히 우리의 자부심이고 세계인에게 알려주고 싶은 우리의 전통 문화임에는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dw67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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