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한인 밀집지역인 왕징(望京)에서 한국학생들에게 우리의 전통사물놀이를 가르치고, 중국학생들은 한국학생들과의 교류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학교가 있다. 바로 왕징실험학교(望京实验学校)의 이야기다.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왕징서원(望京西园) 3구(区)에 위치한 왕징실험학교는 한국학생의 3분의 2 가량을  베이징제4중학교(北京四中), 인민대부속중학교(人大附中), 베이징제80중학교(北京八十中) 등 베이징의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시키는 왕징의 명문 중학교이다.

지난해 가을학기부터는 한국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제이해교육’이라는 과목을 개설하고 한국 전통교육 특별활동을 실시해 학생들과 부모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중국의 일반 공립학교에서 한국 유학생을 위해 한국 전통교육 특별활동 강좌를 만들고 사물놀이를 가르치는 일은 드문 일이다.

한국학생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주고 있는 왕징실험학교 둥슈리(董树莉•53) 교장선생님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왕징실험학교 둥샤오리 교장
▲ 왕징실험학교 둥슈리 교장

한중 문화교류의 꽃 피우다
왕징실험학교는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와 나뉘어 운영되고 있는데 40개 반에 1천2백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이 중 2백명이 외국학생이며 90%가 한국학생이다.

중국에 조기유학 온 우리 학생들은 중국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한다는 장점을 갖지만 반대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에는 문제가 있다.

지난 2002년 왕징실험학교에 부임한 둥슈리 교장선생은 지난 2010년말 한중 학생 교류의 일환으로 개최한 한중문화교류 및 새해맞이 축제에서 국악인 권태경(42) 교수의 가야금, 판소리를 듣고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함께 참석한 중국 교사진들과 마찬가지였다.

둥슈리 교장은 "민족 고유의 문화는 존중받고 지켜져야 하며, 한중 양국 학생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며 "(한국전통문화 공연을 보고) 국제부의 문향옥 선생과 함께 '국제이해교육'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 [자료사진] 권태경 교수가 왕징실험학교에서 한국 학생들에게 사물놀이를 가르치는 모습

▲ [자료사진] 권태경 교수가 왕징실험학교에서 한국 학
생들에게 사물놀이를 가르치는 모습

지난해 가을 학기부터 특별활동의 일환으로 권태경 교수를 초빙해 시작된 사물놀이 강좌는 첫 수강생이 9명에 불과했지만 강좌가 진행되면서 한국학생들과 중국학생들의 반응이 점차 달라졌다.

문화에 목말라 있던 학생들은 북, 장구, 징 등 전통악기를 두드리 전통문화 체험과 학업 스트레스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 학부모들도 “사물놀이를 배우면서 아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강의가 있는) 목요일만 되면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싶어 난리가 난다”며 호평한다.

올해 원단(元旦, 신정) 연휴에 열린 학교예술제에서 사물놀이팀은 지난 6개월간 갈고 닦은 실력으로 특별공연을 가졌는데, 교사진과 중국학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 음악은 뭐냐?”, “악기 이름이 뭐냐?”며 관심을 보이는 중국학생들이 늘면서 학교측은 중국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강좌도 개설했다. 개설 당시 50여명이 신청했지만 교실 문제로 34명만 수강 신청을 받았다. 강좌에 들어간 중국학생들은 한글과 기본 회화를 배우고 한국학생들을 상대로 한국어로 말해보고 신기해하기도 한다. 왕징실험학교에서는 이렇게 한중문화교류의 장을 펼치고 있다.

단계별 맞춤교육으로 중국 적응•성적 향상 이끌어
감수성이 풍부한 어린 나이에 타지 문화에 적응하고 공부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왕징실험학교는 단계별 맞춤교육을 통해 어린 학생들이 중국생활에 잘 적응하고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왕징실험학교는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의 가정 및 주변 환경 등을 철저히 파악하고 중국어 실력에 따라 언어반과 중국반으로 나눠 맞춤교육을 한다. 6개월 과정의 언어반은 중국어를 전혀 못하는 학생이 편성되는데 초등학교반과 중학교반으로 나뉜다. 기초 중국어 교육, 중국문화 체험 등을 통해 학생들이 점진적으로 중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선생님과 함께 대형마트, KFC, 재래시장에 가서 직접 자기가 배운 중국어로 쇼핑하는 이른바 ‘쇼핑체험’은 학생들이 제일 즐거워하는 시간이다.

중국의 일반학교와 똑같은 커리큘럼으로 운영되는 중국반의 한국학생들은 중국학생들과 함께 교육받는다. 왕징실험학교는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유학생 장학금제도’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매학기 1, 2, 3등에게 각각 500위안(9만원), 400위안(7만2천원), 300위안(5만5천원)을 지급하고, 중간고사 때보다 기말고사 성적이 우수한 학생 20명에게 ‘진보상’을 수여하고 200위안(3만6천원)의 을 지급한다.

둥슈리 교장은 “왕징실험학교는 전교생이 학교 교육을 통해 조금이라도 배우는 게 있어야 하고 개선되는 게 있어야 된다는 교육철학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국적, 민족과 상관없이 모두가 사회에 나가서 스스로 성공할 수 있는 국제적 인재를 양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 [자료사진] 둥슈리 교장(왼쪽에서 4번째)과 국제부 담당 문향옥 선생(맨 왼쪽)이 국제부 한국 학생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 둥슈리 교장(왼쪽에서 4번째)과 국제부 담당 문향옥 선생(맨 왼쪽)이 국제부 한국 학생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한국 문화활동’하면 왕징실험학교
왕징실험학교는 지난해 시범적으로 한중 문화교류 활동이 양국 학생들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올해부터 ‘국제이해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물놀이반의 경우 인원 규모를 늘리고, 사물놀이 교육뿐만 아니라 판소리, 가야금 등도 포함시킬 예정이다.

특히 올해 7월부터는 학교에 ‘한국생활관’을 건립해 한국 학생들에게는 한국 문화를 접하게 하고, 중국 학생들에게는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국어 강좌 역시 올해 인원 규모와 학생 정원수를 늘려 더 많은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계획이다.

또한 왕징실험학교는 지난 2005년 6월 부산 연제중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후, 매년 겨울방학 기간 한차례씩 2~30명의 중국 교사와 학생들을 파견해 한국 문화를 배움과 동시에 중국 문화를 전하고 있다. 올해는 교사진들이 연제중학교에서 칠보공예를 배운 후, 다음 학기부터 중국 학생들에게 이를 가르칠 계획이다.

둥 교장은 “앞으로 베이징에서 학부모들이 왕징실험학교 하면 ‘한국 특색 활동, ‘한국 특색 활동’이라고 하면 왕징실험학교로 기억되는 게 목표다”며 “한국 학생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게 하고, 중국 학생들에게는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도록 한중 문화교류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온바오 박장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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