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경선 부정 사건으로 시작된 종북주의 논란이 점차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신(新)반공주의나 공안정국 조성을 위한 매카시즘 캠페인의 일환으로 오해하고 있으며, 또 일부에서는 친북세력 척결을 위한 결정적 기회쯤으로 착각하고 터무니없이 사태를 확장시키고 있다. 이쯤에서 이번 사건의 발단과 진행과정, 그 속에서 발생한 오해와 진실을 되짚어 보는 것이 좋겠다.



1. 종북주의자들은 공산주의자들인가?

답 : 아니다.




‘종북주의 = 공산주의’라는 생각은 대단한 착각이다. 종북주의자들은 공산주의자들이 아니다. 사회주의자들도 아니다. 그들은 말 그대로 ‘從北(종북)’주의자들이다. 바로 북한 독재정권을 추종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종북주의 반대 = 공산주의 반대’라는 논법은 성립되지 않는다. 종북주의를 반대하는 것은 그냥 종북주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다.



종북주의자들이 공산주의자들이 아닌 이유는, 그들이 추종하는 북한이 공산주의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사회는 만민평등을 지향하며 인민의 권익을 최고로 여긴다. (이론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수령님 초상화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정치범수용소에 보내고, 수백만 명을 굶겨죽이고, 노동당 간부들만 호의호식하며, 외부 정보를 완전히 차단한 채 2천5백만 인민을 노예로 가둬놓고 자그마치 60여 년 동안 3대에 걸쳐 권력을 세습하는 나라가 어찌 공산주의 국가란 말인가? 그것은 신념으로서의 공산주의에 대한 절대 모독이다.





2. 그럼 북한은 ‘무슨 주의’ 국가인가?

답 : 북한은 ‘수령절대주의’ 국가이다.



프랑스 공산당 기관지 <뤼마니떼>가 북한인권실태를 비판하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으며, 좌파 성향의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북한에 대한 침묵을 깨자’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유럽의 어느 공산당 인사는 “북한을 공산주의라고 하는 것은 공산주의에 대한 모독”이라고까지 표현한 바 있다. 최근에는 중국공산당의 고위 당국자까지 미국과의 회담 자리에서 “그 미친 ‘김씨 왕조’는 우리도 통제가 안 된다”고 표현하였다 한다. 이렇듯 전 세계의 공산당이 손가락질하는 대상이 바로 북한의 노동당이다. 그들은 이미 공산당으로도 끼어주지 않는다.



북한은 그냥 수령절대주의 사회일 뿐이다. 수령의 명령으로 모든 것이 움직이고, 오직 수령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체제다. 우리 민족의 반쪽이기에 더욱 가슴 아픈 일이지만,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재정권 아래에서 신음하는 국가이다. 반복하건대, 이런 사회를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와 연관시켜 작금의 종북주의 논란을 ‘반공주의 캠페인’ 쯤으로 폄훼하는 태도는 적절치 않다. 북한의 인권실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각종 자료와 책자를 참고하기 바란다.





3. 한국의 좌파는 모두 종북인가?

답 : 아니다.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일심회’라는 간첩단이 적발되었다. 이 간첩단에는 현재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고위 간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들은 국방기밀 등을 북한에 보고하는 한편, 민주노동당 당원들의 명단과 성향을 정리한 문건까지 북한에 갖다 바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에 대해 민주노동당 일부 당원들이 “간첩단 가담자들을 당규에 따라 처벌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이른바 ‘민중파’라고 불리던 사람들인데, 노회찬-심상정 의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종북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당시 민주노동당에는 종북파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었고, 간첩단 가담자들을 오히려 보호하기에 급급했다. 이에 실망한 민중파들이 대거 탈당하여 ‘진보신당’이라는 새로운 정당을 결성했다.



몇 년간 그렇게 ‘별거 생활’을 해오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과거에 탈당한 세력의 일부가 다시 합류하면서 세력을 키웠고, 거기에 유시민 씨가 주도하는 국민참여당이 가세하면서 오늘의 통합진보당이 되었다. 따라서 이렇게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통합진보당 전체를 싸잡아 종북세력이라고 칭할 수는 없으며, 그러한 ‘도매금 처리’는 오히려 종북파들이 숨어 있을 그늘을 마련해주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4. 이번 사건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답 : 종북파들의 ‘선거 부정’이 발단이다.



3개 세력(종북파+민중파+참여파)의 연합정당 성격의 통합진보당은 국회의원 비례대표 순서를 결정하기 위해 당내 경선을 실시하였다. 이 경선에서 뜬금없이 ‘이석기’라는 인물이 1등으로 선출되었다. 속칭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 갑작스레 튀어나온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고 (‘10여년을 진보정당 운동에 헌신했다’고 주장하고 다닌 이석기는 나중에 알고 보니 민노당에 가입한지 5개월도 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이런 문제 등을 조사하다보니 이석기를 1등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어마어마한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대리투표, 중복투표, 유령투표, 투표함 열어보기…… 거의 ‘이승만 뺨치는’ 수준이었다. 또한 청년비례대표로 선출된 김재연이라는 사람도 그러한 부정행위의 도움을 받았음이 드러났다. 이런 부정행위에 대해 민중파와 참여파가 합세하여 ‘책임과 사퇴’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이번 사태가 시작되었다.





5. 이석기는 어떤 사람인가?

답 : 북한 지하 혁명당의 경기남부지역 책임자였다.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은 1980년대 학생운동의 대부라 불리는 김영환 씨가 1992년에 조직한 지하당인데, 그는 북한에서 보낸 잠수함을 타고 비밀리에 북한으로 건너가 김일성을 만나고 온 사람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북한을 다녀온 뒤에 그 실상을 분명히 깨닫게 되면서, 수 년 동안 민혁당을 해체하기 위한 과정을 밟는다. 이렇게 해서 1997년 민혁당은 중앙위원회 결정에 따라 해산하고, 김영환 씨를 비롯한 상당수의 조직원들이 북한민주화운동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이때에 민혁당 해산을 거부하면서 ‘재건’을 시도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바로 이번 진보당 부정선거의 주역인 이석기 일당이다. 1998년 여수 앞바다를 통해 잠입하려던 북한의 잠수정이 발각되어 우리 해군의 추격 끝에 침몰한 적이 있다. 이 잠수함을 인양하여 그 안에 들어있던 물건들을 분석해보니, 잠수함이 접선하려고 했던 남한 지하당 조직원들의 명단이 발견되었다. 이석기는 이런 사건에 연루되어 수배를 받다가 체포되어 징역살이를 했다. 물론, 그는 자신의 종북활동에 대한 어떠한 반성과 전향도 하지 않았다.





6. 잠깐! 종북주의자들은 어찌하여 북한 독재정권을 추종하는가?

답 : 북한 정권이 ‘자주 정권’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종북주의자들이 오늘까지 허황된 신념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대체로 반미(反美) 노선에 눈이 멀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북한 정권을 연대의 대상으로 보거나, 심지어는 ‘반미투쟁의 총 지휘부’ 정도로 숭배한다. 한번 맺은 ‘의리’ 때문에 그 소굴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적잖다.



북한의 인권실태를 종북주의자들은 절대로 믿지 않는다. 북한을 비방하기 위해 누군가 조작했을 것이라 착각한다. 그래서 탈북자들의 증언도 믿지 않으며 조작된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에 정착한 2만5천 탈북자들의 증언을 어떻게 일률적으로 조작한단 말인가!) 심지어는 탈북자들을 증오한다. 조국(북한)을 배반한 사람들이라 여기고, 그들이 통일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종북주의자들은 대한민국 땅에서 미국을 몰아내면 남북한이 저절로 통일이 될 것이라 믿는다. 바로 연방통일조국!)





7. 임수경도 종북주의자인가?

답 : 아니다.



최근 탈북 대학생에게 “어디 근본도 없는 탈북자 ××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게 개겨?”라는 막말로 물의를 빚은 임수경 씨는 과거 행적이나 주위 사람들의 증언으로 볼 때 종북주의와는 약간 거리가 멀다. 과거에 그는 종북주의자들의 사주를 받아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지만(1989년), 자유분방한 태도 때문에 북한 당국이 약간 골칫거리로 여길 정도였다.



굳이 표현하자면 임수경 씨는 친북(親北)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한 정권에 굽신거리며 종북(從北)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북한 정권의 악랄함을 제대로 몰라 그들을 ‘화합할 수 있는 세력’ ‘개선할 수 있는 세력’ 정도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입장이다 보니 임수경 씨 같은 사람들의 눈에도 탈북자들이나 북한인권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곱게 보일 리 없을 것이다. 그가 술김에 한 발언은 ‘취중실언’이 아니라 평소 품어왔던 생각을 입 밖으로 쏟아낸 ‘취중진담’에 해당한다.



어쨌든 우리 사회의 소수자(탈북자)를 차별하고 권위의식으로 가득한 사람이 제대로 의정 활동을 할 수 있을까? 민주당이 정말로 국민의 여론을 무서워하는 정당이라면, 임수경 같은 사람은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서둘러 출당시키고 제명 절차를 밟는 것이 옳았다. 과거 한나라당이 강용석을 처리할 때, 최근에 새누리당이 문대성, 김형태를 처리할 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 혹자는 임수경이 탈북자 백요셉 씨에게 '낚였다'고 표현하던데, 그럼 강용석도 "아나운서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어본 여대생에게 '낚인' 것인가? 그런 개드립 쉴드는 치워주시기 바란다. 속 보인다.)





8. 박근혜도 종북주의자인가?

답 : 아니다.



임수경 막말 사건이 터져 나오면서 이번 종북주의 논란이 약간 복잡해졌다. 통합진보당에서 시작된 논란이 민주당으로 번져나간 것이다. 극우 보수세력이 ‘이때다’ 싶어 종북 딱지를 민주당 모든 의원들에게 덮어씌우고, 민주당의 일부 과격한 의원들 역시 ‘이때다’ 싶어 매카시즘과 공안정국을 운운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종북파 역시 ‘이때다’ 하면서 마치 자신들이 색깔론의 피해자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확산되면서 가장 이익을 본 집단은 진보당의 종북파들일 것이다. 자신들에게 맞춰져 있던 초점이 다른 방향으로 확대되면서, 사태가 양비론으로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박근혜 종북론’까지 내세우며 사건을 희화화하여 위기를 탈출해보려는 얕은 꼼수를 부리고 있다.



북한을 갔다 왔거나 김정일을 만났다고 하여 다 종북이 아니다. 북한이 조직한 지하당에 가입한 전력이 있고, 거기에 대해 어떠한 반성과 해명, 전향을 하지 않고 국회에까지 입성하여 무언가 새로운 음모를 꾸미려는 사람들이 ‘종북’이다. 이번 사건은 그런 사람들을 제어하는 데에 목표가 맞춰져야 한다. 이런 저런 사람들을 모두 끄집어들어 종북이라는 탈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자칫 매카시즘 논란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골수 종북세력을 도와주는 꼴이다.



(※ 참고로 진보당 소속 국회의원 가운데 종북파로 분류되는 사람은 이석기-김재연-오병윤-김선동-김미희-이상규 등 6명이다. 지난 4.11총선에서 민주당이 진보당과 이른바 ‘야권연대’라는 것에 합의하여 30여 군데 지역구에서 공천을 하지 않는 바람에 진보당의 종북파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번 사태의 상당한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9. 그럼 이번 사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답 : 이석기-김재연이 사퇴하면 된다.



이번 사태는 경선부정에서 시작되었고, 그들이 왜 부정을 저질렀는지 살펴보니 이석기-김재연이라는 종북파의 핵심간부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온갖 부정행위가 그 썩은 흉터를 드러났다. 만약 새누리당에서 이런 부정이 저질러졌다면 아예 당이 풍비박산 났을 것이다. 하지만 종북파들은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진보당이 제대로 자정능력을 갖추고, 종북파들이 일말의 상식이라도 있는 집단이라면 이석기-김재연 등은 진즉 자진사퇴하였을 것이다. 이들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국민이 물러나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 이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범국민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시점이다.



종북파들이 장기전을 각오하며 버티고, 거기에 임수경 사건이 터지면서 이 문제가 복잡해졌다. 앞서 지적했듯, 사건의 본말을 분명히 파악하여야 한다. 임수경의 막말은 그것대로 처리하고, 이석기-김재연은 경선부정와 종북주의는 또한 그것대로 처리하면 된다. 더 이상 사태를 확산시킬 이유는 없다.



덧붙여, 이해찬, 최재성을 비롯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일부러 보수세력을 자극하면서 본질을 희석하고 있는데, 이런 저질스러운 정치인들도 나중에 유권자들이 표로써 심판하여야 할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일으켜놓고 무슨 놈의 매카시즘 타령인가? 매카시즘이라고 비명 지르는 것이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줄 아나?





10. MB정부가 각종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한 공안정국 아닌가?

답 : MB는 그러고 싶겠지만, 발단은 그것이 아니다.



앞서 쭉 살펴보았듯 이번 사건은 통합진보당의 경선부정으로 시작되었고, 그것을 파헤치는 과정에 모든 국민들이 종북주의자들의 실체를 깨닫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이러한 때에 MB가 불쑥 끼어들어 ‘종북세력 심판’을 운운하는 바람에 오히려 이번 사건의 정치적 배경을 의심하는 사람들마저 생겨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측에서 그런 방향으로 상황을 호도해나가려 애를 쓰고 있고, ‘초록은 동색’이라는 듯 진보당도 얼씨구나 이러한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대통령이 종북주의라는 국민적 관심사에 발언을 안 할 수 없었겠지만, MB는 그냥 가만히 있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MB가 말 안 해도 국민들은 충분히 현명하다. (bitdori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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